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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미국 고물가 변곡점은 아직...국내 증시에 영향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5.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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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글로벌 긴축기조의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던 미국 인플레이션 ‘고점 통과’는 뚜렷이 확인되지 못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여전히 40년 만의 최고 수준인 8%대 상승률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CPI 증가폭이 두 달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하방 기대감도 무너져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침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이 불가피해지고 미국 정부도 가용한 모든 인플레이션 억제수단을 동원돼야 할 절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증시도 이 쇼크 속에 연중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당분간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변동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 노동부는 11일(현지시간) 4월 CPI가 1년 전보다 8.3% 올랐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8.5%)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져 상승률이 8개월 만에 둔화했지만 8.1% 상승을 예상한 월가의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올해 들어 매달 경신했던 40년 만의 고물가 압박 흐름이 이어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은 것이다. 전월 대비 오름폭도 0.3%로 시장 전망치(0.2%)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6.2%, 전월 대비 0.6% 올라 시장 예상치인 6.0%, 0.4%를 모두 넘어섰다.

3월 근원 CPI 발표 때 시장의 상승률 예상치(전년 동월 대비 6.5%, 전월 대비 0.5%)보다 낮은 6.4%, 0.3%를 기록, 반년 새 월간 상승률이 최소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점 등에서 ‘고물가 정점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에 근원 CPI가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긴축 속도전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3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한 연준은 이달 들어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2년 만의 첫 ‘빅스텝(한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두 차례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이같이 인플레이션 고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5월 FOMC 뒤 일축했던 ‘자이언트스텝(한번 0.75%포인트 인상)’을 통해 긴축에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다시 나온다.

8개월 만에 CPI가 둔화세를 보였다지만 8개월 전부터 연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 속에서 만시지탄이란 비판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4월 CPI 발표 전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가을부터 연준이 물가 오름세에 대해 단호한 대응으로 진압에 나서야 했다는 자성론이 연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연준은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팬데믹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봄부터 움텄던 인플레이션의 싹을 선제적으로 적시에 잘라내지 못했다는 책임론은 여전히 고물가가 피크아웃(정점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장의 판단 속에 연준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FOMC 회의는 다음달 14~15일 예정돼 있는데 개최 나흘 앞서 발표되는 5월 CPI 결과에 따라 연준의 긴축 강도를 놓고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물가가 연준의 긴축 스텝을 압박하는 만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미국 CPI 발표 뒤 12일 코스피는 2550.08에, 코스닥은 833.66에 장을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13.3원 오른 1288.6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CPI 발표 뒤 12일 코스피는 2550.08에, 코스닥은 833.66에 장을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13.3원 오른 1288.6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장 국내 증시는 12일 '미 CPI 쇼크'로 커진 인플레이션 우려 영향에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따른 암호화폐 폭락까지 겹쳐 연중 최저 지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42.19포인트(1.63%) 내린 2550.08에 장을 마감,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19일(2547.42)이후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32.68포인트(3.77%) 내린 833.66에 마감했는데, 종가 기준 2020년 11월 4일(826.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권가의 분석은 4월 CPI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비해 연준의 긴축 기조를 완화할 만큼 강한 물가 변곡점을 그리지 못했다는데 수렴한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날 경제전략 보고서에서 “3월 헤드라인 CPI(변동성이 큰 필수소비재까지 포괄) 상승세가 워낙 높았고, 근원 CPI 및 PCE(개인소비지출) 상승세는 낮아졌으므로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며 “그러나 근원 CPI 상승세는 반전했으며, 헤드라인 CPI의 둔화 폭은 시장의 예상보다 낮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표 상 인플레이션 정점을 통과하고 있으나 안정세 복귀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두더지게임’이라는 타이틀의 보고서를 통해 “임대료를 비롯한 서비스물가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확대(꺾이지 않음)됐고 음식료품 가격 상승률도 확대됐다”며 “지금까지 미국 인플레이션의 상징물로 중고차(재화)가 꼽혔는데 이제는 항공운임(서비스)이 등장했다”고 짚었다. 그는 중고차 가격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소비자 항공운임료 상승률은 전년 대비 33.3%로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한 가지를 막으면 다른 한 가지가 등장하는, 두더지 게임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5월 FOMC 직후와 4월 CPI 통계 발표 직후 미국의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BEI)이 상승했다"며 "이는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시각과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높게 나왔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적어도 2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증권 권희진 연구원은 "2분기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드라이빙 시즌도 시작돼 외식 등 리오프닝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가격 전가가 진행될 여지가 남아 있다"며 "기저효과로 전년 동월 비 물가 상승률이 더 하락하겠지만 모멘텀(상승동력)의 실질적인 둔화는 3분기 중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만큼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담도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높은 수준의 물가가 장기화할 거란 우려로 미국 증시가 하락한 점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라며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약화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짚었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다만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변수는 있다. 최근 달러화 강세로 국내 증시가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 타개책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해온 조치를 완화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가을만해도 파월 의장의 판단만 믿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동조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PI 발표 직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자신의 최우선 국내 과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어서 가용한 모든 인플레이션 억지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데 지난달 연준 의장 출신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던 대중국 관세 완화 조치에 대해 미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본격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과 무역갈등을 겪으면서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관세를 2200개에서 549개~352개로 순차적으로 줄여왔는데 남은 제품도 관세를 인하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대중국 관세 인하를 결정하게 되면 미국 소비자들에게 체감물가 인하폭이 큰 전자, 섬유, 화학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무역이 활성화될 수 있다. 안기태 연구원은 ”미국-중국 관세 인하가 이뤄지면 미국 CPI 상승률을 0.25%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진전될 경우 신흥국 금융시장의 대표주자인 중국의 위안화 강세 기대감이 커지게 된다. 위안화 약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통화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부작용 우려 등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강세로 전환된다면 신흥국 증시 안정 측면에서도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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