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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둘러싼 갈등, 유예기간 대책 나올까?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5.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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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환경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정책이다.” vs “제도를 보완하지 않고 현 방식대로 시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을 6개월 후로 유예했지만 이를 두고 크고 작은 잡음과 갈등이 일고 있다. 한쪽에선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해선 불가피한 제도 시행이라고 하는가 하면 한쪽에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6일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진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연 때 직원이 일회용 컵에 보증금 반환 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진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연 때 직원이 일회용 컵에 보증금 반환 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회용품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같이 결제한 뒤 반납 시 돌려받는 제도다. 시행 대상은 전국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제과점·카페·패스트푸드점 등 3만8000여개 매장이다.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환경부는 해당 제도 시행을 통해 일회용컵 회수율이 높아짐에 따라 재활용이 늘어나면 기존 일회용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정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서 발생하는 총 폐기물은 약 42만톤으로 이 중 5만톤 이상이 일회용컵 등으로 분류되는 생활 폐기물이다. 하지만 일회용품 재활용률은 5% 이하로 대부분이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이렇게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매립 처리되는 일회용컵만 연간 28억개에 달한다. 환경부는 이것을 모은다면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장 수 100개사 이상인 브랜드 총 매장수가 3만2000여개가 되니 연간 18억개 정도를 수거할 수 있고, 경제적인 효과가 445억원 이상이 된다는 전망이다.

이것이 정부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매기는 제도를 법제화한 배경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다음달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시행을 3주 남겨놓고 갑자기 6개월 간 유예하며 시행 시기를 12월로 미뤘다.

제도 운영에 참여해야 하는 자영업자가 불만을 토로하며 반발하자 환경부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제도에 대해 논의했고, 결국 제도 도입 유예를 결정했다. 환경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시행을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가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컵에는 보증금 중복 환급을 막기 위해 바코드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다른 매장에서 판매된 컵까지 반납 처리해야 하는 것이 업무에 부담이다. 소비자가 몰리는 시간대에 누군가가 다량의 컵을 반환한다고 요청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일반 음료를 담은 일회용컵과 달리 휘핑크림이나 이물질이 남아있는 컵, 길거리에 장시간 방치됐던 컵을 매장 내에 보관하면 위생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음료가 담기는 컵 내부에 바코드 라벨지가 닿으면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가 있어 일회용컵 보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더불어 비용도 증가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일회용컵에 부착해야 하는 바코드 비용은 가맹점주가 지출해야 한다. 라벨 1장당 가격은 약 7원이고, 환불을 위한 기기 설치비 등 추가 비용까지 들어가 만만치 않은 비용을 쓰게 된다.

여기에 회수된 컵을 수거하는 비용은 한 컵당 부가세 포함 4.4원인데, 이 처리 비용도 마찬가지로 자영업자 부담이다. 자영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카드 수수료도 걱정했다. 대부분 손님이 카드로 음료를 구입하는데 컵을 반납하고 300원을 현금으로 받아갈 경우에도 점주들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카페사장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는 일회용컵이 1개 나갈 때마다 약 40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며, 이를 일회용컵 1박스(1000개)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4만원의 손해가 난다고 설명했다.

“유예 좋아하네. 당장 쓰레기 정책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라”(조*준)

“애초 목적이 일회용컵 회수율 높이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내 돈을 보증금으로 받아서 관리하겠다는 건가”(박*준)

“음료 주문받고 제조하는 것도 힘든데 라벨 붙이고 일회용컵 씻고 보관하고... 어떤 알바생이 순순히 따라줄까요”(이*원)

“근본적인 문제 파악이 안 됩니까. 개개인 의식이 바뀌도록 힘쓰세요”(강*선)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게시판에 올라온 여러 반응이다. 이 외에도 읽기 민망할 정도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표현이 적지 않다.

서울 노원구 프랜차이즈 카페의 한 파트타임 근무자도 “손님이 몰리는 점심에는 음료 만들기도 힘들다. 그런데 보증금 받으려는 손님까지 응대를 하다보면 업무에 마비가 올 것이다. 일단 유예된 것으로 아는데 폐지됐으면 좋겠다”며 제도로 인한 업무 어려움을 걱정했다.

소비자들은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 사실 일회용컵은 테이크아웃을 위한 편리함 때문에 사용하는데 굳이 보증금을 받으러 가는 번거로움을 무릅쓰지 않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일회용컵을 가져오는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돈이지만 일부 소비자 입장에선 이를 300원의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카페 및 패스트푸드점은 바쁜 시간에 주문도 밀리는데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면 인력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와 음료 품질 하락도 우려해야 하고, 일부 점주들과 다툼을 겪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내비치는 형국이다.

형평성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수요 증가로 점포가 늘어난 무인카페는 해당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의점도 연간 3억잔의 커피를 판매하지만 이번 제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외에도 배달 외식업체 등 플라스틱을 다량 사용하는 모든 업종에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직원이 머그잔에 주문받은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직원이 머그잔에 주문받은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로 인해 또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20년 전 한 차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 적 있다. 2002년 제도를 시행했으나 37% 정도의 저조한 회수율과 법적 근거 미흡, 일부 업체에서 미반환된 보증금을 판촉 비용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며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따라서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은 한 번 실패한 정책을 왜 무리해서 하는 건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2018년 8월부터 ‘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를 시행, 카페가 매장 내 고객에게 일회용컵을 제공하면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시적으로 일회용품을 허용했다가 다회용품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고려해 지난달 1일부터 재개했다.

그러나 이 규제 역시 더 심한 환경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고객들이 매장 안에서 머그잔으로 먹다가 음료가 남으면 어차피 일회용컵에 담아주고, 일회용컵에 담았다가도 매장 내 취식한다고 하면 다시 머그잔이나 유리잔으로 바꿔줘야 해 평소보다 쓰레기가 더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정책 홍보를 위해 일회용컵 규제 관련 홍보물을 부착하는 등 실효성 없는 제재를 하는데 그치고 있다.

현재로선 속 시원한 대책이 없어 애로를 겪고 있다. 환경부는 자영업자 부담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제도 시행이 다가올 때까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자영업자 부담을 줄일 무인 컵 회수기 설치는 제도 시행 이후로 미뤘고, 미반환 보증금을 이용해 점주를 지원하겠다는 대안은 자영업자들을 설득할 만큼 구체적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소비자들에게 정책 홍보는 제대로 됐을지 모르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유예가 끝나고 정책이 본격 시행된다면 결국 자영업자와 소비자만 또다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그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늘어나는 일회용컵 쓰레기를 두고 보기만은 힘든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을 주로 쓰는 제과점·카페·패스트푸드점(가맹점 기준) 수는 2008년 3500여곳에서 2018년 3만549곳으로 급증했다. 일회용컵 사용량도 2007년 약 4억2000개에서 2018년 25억개로 증가했다.

정부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미루자 환경단체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측은 “제도 도입이 결정된 2020년에도 유예기간이 필요해 2년의 기간을 둔 것인데, 정부는 또다시 연기했다. 정책 일관성도 없고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회용컵 무단투기 해결을 위해 모인 시민단체 컵가디언즈를 비롯해 와이퍼스, 쓰줍인 등 국내 환경단체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하는가 하면, 일회용컵을 수거해 SNS에 인증하는 활동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환경부는 유예기간에 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고 이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적·행정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측에 따르면 “가맹 사업자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틀은 라벨비 부담에 대해서 지원책을 알아보고 있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정리하면서 구체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유예로 한 숨 돌렸지만 정부와 자영업자, 소비자 사이의 갈등의 골은 쉬이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 안착을 위해서 유예기간 한 쪽만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경제적·행정적 보완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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