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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눈덩이 적자의 원인은 무엇?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6.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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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지난 몇 년간 ‘지속가능성’이 산업 전반의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과학자가 협업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왔고, 실제로 기후위기로 인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조차 기존의 대응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해들이 속출하면서 사회 전반에서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여러 변화 중 하나는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해온 이산화탄소배출량의 감소였다.

유럽의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은 2019년 대비 약 5.2% 감소했다. 팬데믹으로 제조업 및 사회 활동이 감소하면서 많은 공장이 폐쇄됐고, 운송과 여행이 제한됐으며, 재택근무로의 전환으로 통근 시 차량 이동량도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2020년에도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연결 기준 7조8000억원이라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규모로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연결 기준 7조8000억원이라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규모로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문자 그대로 ‘반짝’ 끝나고 말았다. 지난해 6월 에너데이터가 재차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경제 회복과 소비 증가로 인해 지난해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전년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9년 수준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노르웨이 에너지 자문업체 노르셰베리타스(DNV)의 레미 에릭센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기회’가 됐다”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경기 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현존하는 산업을 전환하기보다는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전 세계 배출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공업 등의 업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작업이 매우 느리게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러한 에너지 전환으로의 실패가 비단 기후위기에 국한되지 않고 좀 더 단기적이고 실질적인 재무적 타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끝없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 때문이다. 7일 현재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오른 국제유가는 지난 2일 석유수출기구(OPEC) 플러스가 오는 7, 8월에 기존 증산량 43만2000배럴보다 50% 증가한 64만8000배럴을 증산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원유 가격 상승은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 가격을 동반 상승시키고 있으며, 이는 다시 국제 운송 가격은 물론 많은 국가의 원·부자재 수입 가격과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까지 상승시키고 있다. 투입 가격이 높아진 만큼 기업들로서도 판매가를 높여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판매가를 자의적으로 조정하지 못해 시간이 흐를수록 막대한 영업 손실을 보는 기업이 있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바로 한국전력공사(한전)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연결 기준 7조8000억원이라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규모로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에 한전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보유 지분, 부동산, 해외 석탄발전소 등 자산 매각으로 적자 메꾸기에 나서고 있으나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부터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의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원가주의 요금 원칙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이미 지난 3월 전 정부 시절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해 2분기까지 동결이 결정됐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로 원칙상 3개월마다 국제 연료 가격을 반영해 조정되며, 조정폭은 최대 ±3원으로 제한된다. 그런데 그마저 0원/kWh로 동결된 것이다. 다만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항목인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과 기후환경요금은 지난 4월 각각 kWh당 4.9원, 2원 인상됐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한전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실패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의 지나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작금의 오를 대로 오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입 비용 증가와 맞물려 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웠다는 이야기다.

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국내 전기요금의 구성 [사진=한국전력 제공]
국내 전기요금의 구성 [사진=한국전력 제공]

우선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연료비를 중심으로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변동비반영시장으로, 발전소와 한전 간 거래되는 전력시장 도매가격(SMP)이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제 에너지 가격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전력 생산에 드는 비용이 커지고, 이에 한전이 발전소에 더 많은 금액을 주고 전기를 사 옴으로써 발전소가 떠안을 손실을 막아주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들어 한전이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며 지급한 평균 전력 도매 시장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한 181원/kWh이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총 전력 도매거래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원 증가한 21조3000억원에 달했다.

발전원별 전력정산금을 보면 석탄발전 정산금이 지난해 대비 2조9000억원 증가한 6조8000억원,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정산금이 지난해 대비 5조2000억원 증가한 9조9000억원이었다. 두 발전원의 정산금 증가분을 합한 8조1000억원은 총 도매거래금액 증가분인 9조1000억원의 89%에 해당하는 수치로, 결국 한전의 1분기 전력 구매 비용 증가는 대부분 두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비싸게 사 온 만큼 비싸게 팔면 되잖아?”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 질문은 한전에만큼은 통용되지 않는다. 민간 기업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전의 지분은 한국산업은행이 32.9%, 정부가 18.2%를 보유하고 있다. 둘을 합하면 51.1%로 절반이 넘는다. 현재 산업은행의 지분 100%를 우리나라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정부가 한전 경영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자칫 정치 논리로 한전의 경영 방침이 정해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연료비 연동제가 좋은 예다. 연료비 연동제는 지난해 1월 국내에 도입됐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인데, 이는 전 정부가 물가상승을 이유로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연동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나날이 높아지는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해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됐고, 한전의 적자는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한전의 전력통계 월보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평균 181원/kWh에 전력을 구매해 평균 110원/kWh에 판매했다. 즉 손해 보는 장사를 해왔다는 것인데, 민간 기업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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