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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무기한 총파업...'안전운임제' 쟁점부터 정부·국회책임론까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6.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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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화물기사 최저임금제' 격인 안전운임제의 일몰 폐지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예고한 대로 7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첫 대규모 총파업으로서 새 정부의 노동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총파업 첫날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려돼온 물류대란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노동계,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 기름값 급등에 따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이날 0시를 기해 무기한·전면 총파업을 결의, 집단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화물연대가 지난해 11월 총파업에 이어 6개월여 만에 운송거부 행동에 나서자 정부는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긴급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과적운행을 막기 위해 적정한 운임을 화물기사에게 보장하는 제도로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2020년 도입된 이 제도하에서는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내리기 때문에 요즘같은 고유가 시대에도 화물기사의 수입이 줄지 않기에 ’화물기사 최저임금제‘로 불려왔다. 하지만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3년 동안 시행되도록 규정된 일몰제여서 올해 말로 종료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인근 도로에 운행을 멈춘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인근 도로에 운행을 멈춘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측은 일몰폐 폐지에 그치지 않고 현행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를 전품목·전차종으로 확대하고,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산재보험 확대 등도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했지만 지난 2일 정부와 1차 교섭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화물연대가 16개 지역본부별로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총파업 출정식을 통해 운송거부와 대체수송 저지 투쟁에 들어간 이날 정부의 추산으로는 오전 출정식에 화물연대 조합원(2만2000명)의 37% 수준인 8200명이 참여했다.

국토부는 "주요 화주와 운송업체들이 집단운송거부에 대비해 상당수 물류는 사전 운송조치가 이뤄졌고, 항만 등 주요 물류거점의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전국적인 물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12개 항만은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인 컨테이너 장치율은 68.1%로, 평시(65.8%)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이날 물류 현장 곳곳에서는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전국의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 대비 10% 선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으로 시멘트를 공급하는 경기 의왕 유통기지에서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아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됐고, 충북 단양과 제천, 강원 영월 등 주요 내륙사 시멘트 공장에서도 화물연대의 점거로 시멘트 출하가 막혔다.

이같은 물류 거점에서 빚어지는 운송 차질이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경우 하루 물량 9000톤의 출하가 중단되는 등 피해가 드러나고 있다.

해운업계는 이번 파업으로 최대항만인 부산항의 경우 당장 운영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수출입 예약 화물을 선박에 선적하지 못하는 해 선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중앙수송대책본부를 통해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하고 물류 수송 현황 화물연대 동향 등을 지속 파악 중”이라며 “지역별 비상수송위원회를 통해 부산항 인천항 등 주요 물류거점에 군위탁 차량 등 관용 컨테이너 수송차량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운송방해행위 물리적 충돌 등 불법행위 차단을 위해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력을 배치했으며, 단순 집회가 아닌 정상 운행차량의 운송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요구사항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과 관련해서는 언제나 화물연대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지난 2일 1차 교섭 이후 정부로부터 어떠한 대화요청도 없다. 국토부는 실체없는 TF(태스크포스) 언급과 국회 핑계로 책임회피에 급급하다“고 비판하면서 총파업 당위론을 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화물·운송 재벌의 이해·요구에 무릎 꿇으며 실질적인 교섭을 해태하다가 총파업의 책임이 화물노동자에게 있는 것으로 호들갑을 떨며 '엄정 대처', '무관용 원칙 적용'을 운운한다"고 직격하면서 "정부는 극한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화물노동자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안전운임제의 ’검증된 효과‘를 강조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민주노총은 ”안전운임제 시행 2년의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안전운임제의 적용을 받는 화물노동자는 고질적인 과속, 과적 운행에서 벗어나며 순수입이 증가했고 노동시간은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와 같은 유가 폭등 상황에서 그 효과는 부각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제도의 시행 전에는 정부가 화주가 지불해야 하는 운송료 책임을 회피하고 공공의 세금을 유가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을 확대해 화물노동자들의 손해를 보전하는 방식이었다면 유가 변동 비율만큼 다음 분기 안전운임에 반영되도록 설계된 제도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증된 결과와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따져물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내 도로에서 화물연대 광주지부 조합원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내 도로에서 화물연대 광주지부 조합원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화물연대의 일몰제 폐지 요구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달 30일 전경련회관에서 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토론회'에서도 공론화됐는데, 당시 화주단체 측과 대립각이 컸다.

무역협회 등 화주단체는 안전운임제도를 연말로 일몰하고 그동안 운임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 개선한 합리적인 제도를 새로 논의해야 한다며 화물연대와 맞섰다.

무역협회는 "안전운임제로 육상 운임이 30∼40%가량 상승하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은 해상·항공·육상 운송 모두 고운임에 시달리고 있다. 다양한 부대할증 부과·적용 문제로 현장의 혼란까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파업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화주의 83%는 현재 안전운임 수준이 높다고 느끼고 있으며, 과도한 운임 인상률과 운임 변동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는 한국교통정책경제학회의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교통정책경제학회는 "안전운임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고 지적한 뒤 "화주에 일방적으로 과중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원가 산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어 지속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반년 만의 화물연대 총파업이 현실화되자 정치권에서는 대화론과 책임론이 제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은 최근 물류 수송난을 악화시키고 물가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국민 생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통 생태계가 큰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화주연합회, 화물연대는 이미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입장을 양보하고 타협을 통해 국가 경제와 민생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책임은 할 일을 하지 않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며 ”국회는 2018년 3월 안전운임제를 일몰제로 도입하면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시행결과를 분석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으나 보고 의무가 있는 정부도, 보고를 받고 보완 입법 조치를 해야 할 국회도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이해당사자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핑계 대면서 직무를 해태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태 해결을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하라고 해야 하고 여당 원내대표에게 신속하게 국회의 역할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고유가로 비상등이 켜진 위기상황에서 볼 때 수출·내수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한 화물 파업이 민생경제의 발목까지 잡지 않도록 하려면 화물연대와 정부 간 특단의 협상과 국회의 역할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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