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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기업은] 유머러스한 파브르가 따로 없다? 웃음 빵빵 '세스코맨'…그리고 감동까지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6.10 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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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삶의 이야기가 있듯, 기업에도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궈온 역사와 앞으로 만들어갈 스토리가 있습니다. 기업은 멀리 떨어진 주체가 아닌,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동반자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기업에 몸담고 있고, 다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죠. [지금 우리 기업은]은 그런 기업의 이야기, 이모저모를 듣고자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들 이웃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편집자주>   

[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아니, 저희 질의응답(Q&A) 게시판이 유명해진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됐는데, 그걸 모르시다니요?!"

실책이었다. 최근 인기 동영상으로 유명세가 급상승한 기업을 취재하다 담당자와 접촉하는 중에 상대 기업의 가장 유명한 자랑거리 중 하나를 알아보지도 않다니, 기자로서는 실책이 따로 없었다.

국내 대표적인 방제 방역 회사로 이미 수십 년째 명성을 이어온 세스코 얘기다. 현재 세스코는 단순한 방제 방역을 넘어 바이러스 케어, 식품 안전, 공기 질 관리 등 종합적인 환경위생 솔루션까지 제공하고 있다.

재무적 정보, 비재무적 정보, 사업 확장성, 최근 이슈 거리 등 기업과 관련된 온갖 정보를 한껏 머리에 담고 있었지만, 그 한마디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기업 담당자가 저렇게까지 말한 '세스코 Q&A' 게시판이 과연 무엇인지.

세스코는 현재 방제 방역, 바이러스 케어, 식품 안전, 공기 질 관리 등 종합적인 환경위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세스코 유튜브 캡처]
세스코는 현재 방제 방역, 바이러스 케어, 식품 안전, 공기 질 관리 등 종합적인 환경위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세스코 유튜브 캡처]

과연 방제 방역 회사의 명성에 걸맞게 게시글 대부분은 해충이나 벌레, 쥐와 관련된 문의가 많았다. 많은 이들이 일터나 집 등에서 마주친 벌레 사진, 쥐가 파먹었으리라 예상되는 음식 사진 등을 올리며 그 정체나 퇴치 방법을 물으면, 놀랍게도 답변자는 거의 모든 종류의 벌레명을 알려주며 자가 조치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있었다. 혹 자가 조치가 어렵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세스코의 도움을 받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세스코에는 곤충학을 전공한 연구원들이 바퀴 등의 벌레 대량 사육실, 살충 효력을 가늠하는 실험 공간, 벌레 유인제를 비교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을 갖춘 시설에서, 더욱 면밀히 종류별 벌레의 습성을 파악하며 효과적인 살충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벌레와 관련된 온갖 종류의 질문에도 저리 능숙히 대답할 수 있지 싶었다.

Q&A 게시판에는 꼭 심각한 벌레 문제로 문의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때론 장난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글도 몇몇 보였으며, 그 모든 질문에 답변자는 상세하고도 진지하게, 또 때론 유머러스하게 답변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머란 바로 '연구원식 절제된' 유머였던지라, 유익하면서도 간혹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하나의 게시글을 보았는데, 나중에야 그 글이 세스코 Q&A 게시판에서 가장 유명한 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글이 쓰인 건 이미 10년도 더 전인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 전 세계를 휩쓸던 당시였다. 그 여파가 국내에도 미치고 있었을 무렵, 어느 자정에 한 대입 수험생이 쓴 글을 잠시 소개해본다.

"삼수 벌레라고. 대학 한번 가보겠다고 학원비는 없고 집에서 삼수째인데 이번에도 만족할만한 결과는 못 나올 거 같네요. 이게 벌레지, 뭐 딴 게 벌레겠습니까. 집에서 밥만 축내고, 아... 친구들은 벌써 군대 가고 3학년에 저만치 앞서가는데 저는 벌레마냥 집구석에서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세스코에서 잡아주나요."

뭐 이런 질문이 다 있나 싶었다. 방제 방역 전문업체란 이름을 내건 회사에 던진 장난스러운 질문 같으면서도, 무심코 넘기기엔 그 내용이 사뭇 진지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서 세스코맨은 다음과 같이 답변을 달았다.

"저장식품 해충 중에 화랑곡나방이 있습니다. 요 녀석은 환경조건(먹이, 온도 등)에 따라 유충 기간을 2주에서 300일까지 조절이 가능하며 성충으로 우화한 이후에는 다른 녀석들과 동일한 수명을 지닙니다. 지금은 남들보다 조금 늦을 수 있지만, 그 이후는 동일하거나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짧은 문답에 괜스레 가슴이 울컥해졌다면 과연 과한 감수성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감동을 느낀 건 기자만이 아니었는지, 이후로 그와 비슷한 질문들이 종종 올라와 있었고, 그런 질문들에 세스코맨은 한결같이 기운을 북돋우며 격려하고 있었다.

일명 '삼수벌레'로 유명한 게시글 [사진=세스코 Q&A 게시판 캡처]
일명 '삼수벌레'로 유명한 게시글 [사진=세스코 Q&A 게시판 캡처]

문득 전날 기업 담당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존경을 받고 계신 전순표 회장님, 이분이 1960, 70년대 농림부 공무원 출신이셨어요. 못 먹던 시절이다 보니 당시 쌀 증산이 우리나라에선 매우 중요한 화두였는데, 증산도 중요하지만 쌀알을 갉아먹는 쥐 떼로 인한 감소를 막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셔서 '쥐 잡는 날'을 처음으로 기획하신 분이죠."

말을 하는 내내 그의 어조가 진지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전우방제라는 사명으로 회사를 창립하셨고, 그것이 오늘날의 세스코가 됐습니다. 세스코 사훈이 뭔지 아세요? '우리는 국민의 재산과 건강을 지킨다는 긍지를 가지고 성실하게 일한다'에요. 비록 세스코가 영리기업이긴 하지만, 그 사훈에서부터 공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회장님부터 그런 사명을 품고 계시기에 우리 세스코의 많은 사원들도 그 뜻을 자랑스러워하며 전국 곳곳에 위치한 기업과 가정, 식당 등에서 일하고 있죠."

그것이 또 하나의 홍보용 멘트인지, 혹 기자가 기사를 쓸 것을 염두에 두고 던진 말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의 말마따나 전국 곳곳에서 방역 방제에 힘쓰며, 전 국민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세스코의 중요성을 과연 어느 누가 무시할 수 있을까. 실제로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업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현재 누리는 위생 수준이 대폭 떨어질 거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과 직원, 사회가 함께 윈-윈할 수 있다는 것, 요 몇 년 사이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많은 사람이 현재 당연시하고 있는 그 어떤 것도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며, 다른 누군가의 부단한 노력 덕분임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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