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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전세의 월세화, 6·21 부동산 대책 한계와 전망 (下)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6.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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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실제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 임대차 거래서 월세 비율은 올해 1월 46.0%에서 4월 50.1%로 절반을 넘어서며 전세 거래량을 추월했고, 지난달엔 57.8%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면 다시 전세 혹은 매매 수요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임대차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월세가 오르는 것을 보면 매수자들이 전세나 매매가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월세 수요가 많아지면 집 소유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매매와 전세, 월세는 물고 물리는 형태로 나온다”면서 “임대차법 개정 2년과 맞물려 경신 계약이 끝난 세입자들이 7~8월에 시장에 유입되면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또 토지거래허가제만으로 집값을 누르는 정책은 오히려 거래량을 감소시키는 한계가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규제를 유지한다고 해도 집값을 장기적으로 누를 수 없어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15일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집값 자극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곳에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해당 구역 주민들 사이에선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집값을 끌어올리는 풍선 효과만 야기하고 있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임차인의 부담을 완화하고 전월세 물량을 출하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부동산 업계에서 제기된 ‘8월 전세대란’은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못 박았다. 임대차 시장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등으로 전세 시장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주요 단지의 신규·갱신 가격 괴리도 점차 완화되는 중”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인상한 상생 임대인을 대상으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임대 매물 공급 자체를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에서 실거주 요건을 완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 규제 지역에선 주담대를 받아 집을 사면 의무적으로 새 집에서 살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를 3분기 중 폐지할 예정이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를 지키느라 기존 임차인을 퇴거시키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실수요자를 위해 올해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60%에서 80%까지 확대한다. 주택 소재 지역이나 가격, 보유자 소득 등을 제한하지 않고, 대출 한도도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린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자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 무주택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쉽게 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재의 전월세 시장 불안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대책은 전세 유통 매물을 늘려 수급 여건을 개선하는데 도움은 되겠으나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은 비단 수급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도 월세 세액 공제를 기존 12%에서 15%로 확대하고, 전세 자금 대출이나 월세 보증금 대출에 대한 소득 공제 한도도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리는 등 ‘전세의 월세화’에 따른 임차인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현재 월세 수준에 비해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입주 물량이 현저히 부족한 서울의 경우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25만6000만원에 이르는데, 이는 1년 전 가격(113만7000원) 보다 11만9000만원이 오른 수치다. 전국으로 따져 봐도 같은 기간 72만6000원에서 81만8000원으로 가격 상승은 뚜렷하다. 이번 방안으로 늘어날 전월세 매물보다 매수를 미루고 월세로 주저앉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월세난이 가중될 확률이 높다.

개별 정책의 강도 면에서도 시장 상황을 넘어설 만큼 임팩트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월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유인책도 빠졌고, 매입 임대 주택 확대 등 당장 시행 가능한 공급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는데 다소 미흡하다는 평이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와 누리꾼 사이에선 각종 세 부담이 월세에 전가되는 만큼 추가적인 세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 R114 수석 연구원은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한 집값이 더 내리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다주택자 매물이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물이 쌓이는 지역과 단지의 국지적인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단기간 금리가 급상승하다 보니 전세대출금리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월세 수요가 계속 커지면 전월세 전환율도 대출 금리와 비슷하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 수요가 늘면 집주인으로선 당연히 월세를 인상하려는 유인이 생겨 세입자 월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실세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월세 전환율도 따라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눈치 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요즘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금리 인상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 고점 인식 확산과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탓에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추가 매수에 나서기 쉽지 않다.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거래는 좀처럼 체결되지 않고, 월세 전환은 계속되는 등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빠른 시일 내 극적인 시장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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