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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울리는 런치플레이션, 그 해결책은?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6.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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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OO플레이션.’

물가가 연일 고공 행진하다 보니 요즘엔 각종 버전의 인플레이션을 붙여 만든 신조어가 확산되는 조짐이다. 물가 상승으로 항공권이나 숙박비 등 휴가 비용이 높아지는 것을 뜻하는 ‘베케플레이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생긴,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을 가리키는 ‘푸틴플레이션’, 물가는 상승하는데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스킴플레이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 시내 음식점 거리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음식점 거리 [사진=연합뉴스]

각자가 피부로 느끼는 ‘OO플레이션’의 심각성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대부분이 ‘런치플레이션’을 공포(?)로 느끼고 있을 정도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물가가 치솟은 탓에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게 힘들어진 세상이 된 것이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에서 직장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점심 외식에 ‘매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56%, ‘조금 부담스럽다’가 39.5%였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 물가 지수(CPI)는 105.35로 1년 전(101.49)보다 3.8% 올랐고, 지난달 CPI는 107.56으로 1년 전(102.05)보다 5.4%나 오르며 13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그 중 외식 물가는 7.4% 올라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달 소비자 물가가 1년 전 같은 달보다 6% 이상 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물가 상승세는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만약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으면,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만의 최대 상승이다.

해외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CNN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직장인들이 사무실에 복귀하면서 런치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6개월 전까지 7~12달러(8900~1만5000원)였던 점심 메뉴들인데 지금은 15달러(1만9000원) 아래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저렴했던 푸드트럭 음식 가격마저 인상됐다. 심지어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종업원에게 제공하는 팁도 부담으로 느끼는 이들도 있다.

런치플레이션 현상은 복합적인 이유에서 나타났다. 우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외식 수요가 늘면서 물가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이상 기후와 작황 부진, 공급망 붕괴 등이 겹치니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4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농경지가 파괴된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농식품부는 현재 우크라이나 농경지의 25%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쟁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 8%, 옥수수 13%, 해바라기유 30% 등 매달 450만톤의 농산물을 수출해왔는데, 올해 수확량은 35~4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각국의 제재로 에너지 공급에 타격을 입게 되고, 이로 인해 점심 가격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사회 초년생들은 런치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외식 대신 도시락을 싸는 등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금천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28)씨는 최근 들어 동료들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그는 “점심 먹기가 겁난다. 생각 없이 밥 한 끼에 커피 한 잔 마시면 1만5000원은 금방이다. 그나마 저렴한 백반집이나 분식집을 이용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차라리 다양하게 나오는 도시락이나 편의점 도시락·김밥 등을 자주 사 먹으려 하는 편”이라고 애로를 털어놨다.

실제 4월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편의점 도시락 인기는 시들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오히려 도시락 매출은 늘었다. CU에 따르면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난달 1~15일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8.4%나 늘어 코로나19 이래로 가장 큰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도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중순부터 6월 19일까지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고 알려졌다.

편의점은 각종 결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런치플레이션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구원투수가 되고 있다. 연정욱 BGF리테일(CU 운영사) 마케팅 실장은 “최근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맛과 믿을 수 있는 품질을 가진 편의점 간편 식사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난 점을 반영해 알뜰 구매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구내식당 사용 빈도 증가도 높게 나타났다. 리서치 전문기업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이달 13~17일까지 대한민국 성인남녀 3518명을 대상으로 개인별 점심시간 식사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구내식당 사용 빈도 증가(27.2%)가 2위로 1위 간편식이나 편의점 이용 빈도 증가(31.6%)를 바짝 뒤따랐다. 관공서 구내식당은 직원 이용 시간이 끝나자마자 인근 회사에서 찾아온 직장인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가성비 좋은 구내식당이 입소문을 타며 ‘맛집 리스트’에 오르기도 한다.

외식업계는 발 빠르게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편의성을 더한 혁신적인 외식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외식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대한상사는 지난달 새롭게 선보인 ‘키폴로 오피스 밀 서초’를 통해 서초 지역 직장인들에게 프리미엄 기업용 오피스 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지털 외식 플랫폼 먼키는 최근 5인 이상의 팀이 메뉴를 주문하면 무료 배송이 가능한 혜택을 추가했다. 또 벤디스가 선보인 ‘식권대장’은 2014년 출시된 국내 최초 모바일 식권으로 직장인들의 먹고 마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들도 이러한 서비스를 활용해 효율적인 식대 복지 운영을 펼치는 중이다.

CU 간편식 결제 할인 프로모션 [사진=CU 제공]
CU 간편식 결제 할인 프로모션 [사진=CU 제공]

하지만 런치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생활 물가 지수가 거침없이 올라가는 가운데 결국 간편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외식업계 서비스 가격도 언젠가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정점이 오지 않았다며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5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상승,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우려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이 올해 하반기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것이 다시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에 반영되면서 내년에도 런치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인플레이션 싸움이 최대 과제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 지난 인수위부터 물가 잡기를 새 정부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고, 62조원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중이다. 하지만 세계가 전례 없는 동시다발적 다중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즉각적인 효과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을 잡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 역사에서 가장 화끈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꼽히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역시 기준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불가피해진 미국 발 금리 인상은 금융 부담과 경기 침체 등으로 또다시 서민부터 옥죌 우려가 크다.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갈수록 난제가 돼가고 있는 런치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대외적 요인 통제와 적절한 금리 인상과 더불어 정책적 리더십이 받쳐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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