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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페이스' 시대를 향한 기대와 과제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7.0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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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5, 4, 3, 2, 1 발사.”

카운트다운이 울리면서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힘차게 수직으로 솟구쳤다. 다행히 누리호는 이륙 후 127초만에 1단 로켓을 분리했고, 233초가 지난 뒤엔 공기 마찰이 거의 없는 고도 191km 지점에 도달해 페어링을 분리했다.

연이어 성능 검증 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떼어내며 정상 궤도에 안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우리나라는 우주 주권을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사진=연합뉴스]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사진=연합뉴스]

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의는 크다. 세계 7번째로 1톤 이상의 실용적 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쏘아 올리며 국제 사회에서 우주 개발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실용급 위성 발사 능력으로는 현재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일곱 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특히 향후 대·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75톤급 엔진의 성능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위성뿐만 아니라 달과 화성 등 행성을 탐사할 우주 이동 수단의 바탕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 발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2028년까지 위성 발사는 과거 10년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자국 발사체 보유는 앞으로 다가올 우주 산업의 초석을 쌓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누리호는 국내 기술 100%로 만든 첫 발사체라는데 의미가 깊다. 2013년에도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자체 개발에 있다. 러시아 핵심 엔진 기술에 의존해 개발한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중공업 등 민간 기업 300여개가 참여한 순수 ‘한국형 발사체’다.

이번 성공을 계기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뉴 스페이스는 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뉴 스페이스에 집중하는 추세다. 미국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를 위해 지난해 1671기를 궤도에 올려놨다.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 웹서비스는 2020년 7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우주 인터넷 인공위성 발사 프로젝트 ‘카이퍼’에 대한 승인을 받고 100억달러(12조98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영국 원웹, 캐나다 텔레샛, 프랑스 유텔샛 등 세계 곳곳의 기업도 소형 인공위성을 이용해 국경을 넘는 차세대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누리호 사업으로 구축된 개발 인프라 등은 우주 산업에 밑바탕이 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액체 엔진 시험 설비가 구축됐다. 엔진 구성품 시험 설비(6종)와 엔진 시스템 시험 설비(3종), 추진 기관 시험 설비(1종) 총 10종의 설비가 확보됐다. 전문가들도 “독자 발사체 운용과 후속 발사체 개발을 위한 산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항우연은 내년부터 4차례 추가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높일 예정이다. 여기에 다음달 3일 한국 최초 우주 탐사선 ‘다누리’가 우주로 향한다. 다누리는 달 궤도를 돌며 5개의 탑재체로 달을 관측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누리호와 누리호 추가 발사에 성공하면 뉴 스페이스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할 수 있다는 중론이다.

더불어 한국형 항공우주국(NASA) 격인 ‘항공우주청’을 설립하자는 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항공우주청은 국방부와 과기부, 방위사업청, 항우연 등 각 부처에 흩어진 우주 정책 업무를 모아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우주 산업 전담 기구다.

항공우주청이 설립되면 달 탐사선 발사, 달 착륙선 개발,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등 우주 개발 선진국들과 공동 협력도 수월해져 국내외 우주 개척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현 정부가 기본적인 국정 운영에서 민간 역할을 중요시하고, 뉴 스페이스 기조 아래 항공우주청 역시 사실상 민간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그러나 아직 뉴 스페이스로 갈 길이 멀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적지 않다.

우선 민간 기업의 높은 참여로 상업 자본에 의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 외에도 특허 분쟁에 대비해 주요 시장에서 특허권을 확보하는 추세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특허빅데이터센터의 특허 출원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5대 특허청(IP5)의 지난 20년 간 출원인의 국적별 특허 출원 건수에 있어 한국은 16.1%로 미국(23.0%), 일본(12.2%) 등 우주 강국과 비교해 양적인 측면에선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요 시장 확보율에선 0.03으로 중국(0.90), 미국(0.33), 일본(0.27) 등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여 특허 활동이 국내 중심에 한정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사이버 해킹 등을 대비하는 방위산업체에 속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주 산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다. 올해 1월 과기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내놓은 지난해 하반기 사이버위기대응 모의훈련 결과만 보더라도 중견·중소기업이 디도스 공격을 탐지하는 시간은 9분으로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없다. 대기업(5분) 대비 2배 가까이 느린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전히 사이버 해킹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식재산을 지키지 못해 기술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상황에 부닥치지 않는 것이 향후 우주 산업 성장의 지름길이라는 조언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또 우주 산업 개발에 중요한 연구원들 처우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항우연 소속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쓴 항우연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노동량에 비해 임금이 낮다. 새벽까지 연구해도 합당한 시간 외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무리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주요 핵심 부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불만이 담겨 있었다.

뉴 스페이스로 향하기 위해선 우수 인적 자원 육성 및 지원도 활성화돼야 한다. 일부 누리꾼들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항우연조차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데 민간 기업이라고 다를까”란 반응을 보이면서 연구원들 관리도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전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 관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대전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 관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에 진입하기 위해선 국내 및 해외 우주 기업·스타트업 관련 투자 유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은 우주 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아픈 대목이다. 물론 이번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한화그룹과 방산 회사 KAI, LG넥스원 등의 활약이 부각된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기부에 따르면 국내 우주 산업 규모는 3조2610억원으로 글로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주 산업 발전 단계를 크게 태동기, 정착기, 성숙기 3단계로 구분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 기반이 조성되는 태동기를 넘어 민간 기업 참여가 시작되는 정착기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해외는 일찍이 우주 산업 육성에 관심을 갖고 관련 스타트업을 키우면서 대규모 시장 형성, 우주 산업 생태계 다양화를 기대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호주는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자국에서 위성을 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우주 산업에 대한 민간의 창업과 투자를 적극 이끌어내고 있다. 호주 국립대에선 우주 발사체를 넣고 고중력과 진동을 버티는 우주 환경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애들레이드에는 우주·사이버 안보 등을 다루는 혁신 구역 ‘14지구’가 마련됐다.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사무실을 차렸고, 혁신 인재와 일하고자 하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빅데이터 랩도 연구 과제의 산업화를 이곳에서 실험한다.

우주 개발의 산업화 필요성은 투자 규모만 봐도 분명하다. 과기부가 지난 2월 발간한 ‘2021 우주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이 518억달러(67조1846억원)인 반면, 한국은 5억7600만달러(7470억7200만원)로 90분의 1에 불과하다.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고 우주 산업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기업이 이를 마중물 삼아 기술 개발과 투자에 나설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후발 주자인 한국이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려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기술 지원으로 더 많은 대기업 투자와 스타트업 성장을 유도하고, 민간 기업도 과감히 참여해 스페이스 산업에서도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에서 탈피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국내 우주 산업. 뉴 스페이스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선 눈 앞에 산적해 있는 숙제를 풀고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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