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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선거 연승으로 한일관계 변곡점 맞나...아베 조문외교도 마중물?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7.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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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일본과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공동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1일 내신기자단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 윤석열 정부는 지금 아시다시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 속도감 있게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열도와 국제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총격테러 사망사건 이틀 뒤인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 뒤 얼어붙은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과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정부가 고위급 조문사절을 일본에 파견키로 하면서 조문외교를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록을 붓펜으로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록을 붓펜으로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한일본대사관 측이 마련한 아베 전 총리의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무총리, 중진의원들로 구성된 대통령 특사 성격의 조문사절단을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여는 공식 추도식에 파견키로 했다고 전했다. 우선 박진 외교장관이 국내 분향소를 찾아 가장 먼저 헌화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조문의 첫발을 뗐다.

윤 대통령이 새 정부의 한일관계 복원 의지를 강조해온 만큼 전후 일본의 최장수 총리를 지낸 고인을 애도하는데 각별한 예우를 갖추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베 전 총리가 문재인 정부 시절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사코 한국의 ‘선 대안 제시’를 요구하면서 대한국 수출제재 조치 등까지 압박하는 등 한일관계는 ‘빙하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터다.

새 정부는 난마처럼 꼬인 양국 관계의 회복을 위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각도로 소통채널 확대를 모색해 왔다. 한일 양국 정상이 지난달 말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파트너국으로 참석한 마드리드 현장에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5차례나 조우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국장급 협의, 한일 외교차관 회담 등으로 격을 높이며 관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미 끌어올린 상태에서 박 장관의 일본 방문은 참의원 선거 이후로 예상됐다.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총리로선 양국의 ‘클로즈업’은 강경 보수 성향의 자민당 최대 계파인 ‘세이와카이(아베파)’를 이끌며 대한국 접근에서는 강경 스탠스를 유지해온 아베 전 총리는 물론 지지기반인 보수·우경 세력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나토 정상회의에서조차 관계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비칠 수 있는 정상회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극적인 테러사건과 기시다 내각의 선거 승리로 국면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자민당 내 온건 성향 계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비록 아베의 후광효과로 지난해 10월 100대 총리직에 올랐지만 이제는 홀로서기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임 직후 중의원(하원) 선거 승리에 이어 중간평가 성격의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새로 뽑는 125석 가운데 61석 차지로 국민 신임을 확인함에 따라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외교적 성향으로 볼 때 긴 호흡으로 자신의 정치색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당내 역학 구도에서 당장은 개헌 지지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된 ‘자위대 명기 개헌’이라는 ‘아베의 유지’를 받들어야 당내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지지세력 확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피습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충격적 비극으로 보수 표심이 결집해 참의원 선거 승리를 안겨준 측면이 있는 만큼 대내적으로는 무리한 계파 확장보다는 당장 내각·당직 인사 단행을 통해 합리적인 단계적 개편으로 차츰 강경노선과 선을 그어나가며 '자기정치'의 길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가 국제관계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정치공학적 접근에 능했다면 기시다 총리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관계가 강화되는 국제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국 패싱’같은 변칙 대응으로 일관할 수는 없는 국면을 맞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정치·경제 블록화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동맹의 업그레이드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어 한국의 새 정부와도 관계 복원을 모색하는데 대외적인 부담은 없는 편이다. ‘아베의 그늘’이라는 눈총도 받지 않게 된 만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연대’를 강조하는 바이든·윤석열 정부와 합을 맞춰나간다면 그만큼 외교적 성과를 통한 입지도 넓어질 수 있는 유인도 있다.

이제 기시다 총리가 중간평가를 통과하고 앞으로 전국적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을 맞게 돼 실각에 대한 대내적인 부담을 던 만큼 외교 현안인 한국과의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낼지는 윤석열 정부의 조문외교도 그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박진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전 총리 분향소 조문을 마친 뒤 "이번에 만약 일본 방문이 이뤄진다면 아베 전 총리를 만나 뵙고 여러 가지 좋은 조언을 들어보려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방일 일정에 대해 "일본의 국내 사정을 감안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일본 방문이 이루어지면 한일 간의 여러 가지 현안 문제들과 신뢰 회복을 위한 그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4일 출범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민관협의회와 관련해 "민관협의회를 통해 관련 당사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고 있다"며 "이것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측의 구체적인 노력의 시작을 알림으로써 기시다 내각에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10일 도쿄 자민당사에서 후보자 이름에 장미를 달아 참의원 선거 승리를 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10일 도쿄 자민당사에서 후보자 이름에 장미를 달아 참의원 선거 승리를 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외교는 명분과 실리의 교환이다. 때로는 우회와 직격을 넘나들면서 진통과 화해의 경로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국가 간 관계를 공고히 다져 나가는 과정이다.

한일관계가 얼어붙었던 시절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조문외교로 냉각 관계를 녹여내는 출발점으로 삼았던 전환점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시장개방 압박으로 전후 최악의 미일관계를 보냈던 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 조문이다.

2006년 8월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조문사절로 일본을 방문해 최연소 총리(52세)로 내정된 아베 관방장관을 만나 한일 관계의 어려움과 갈등요인이 이른 시일내에 해소돼 한일 정부간 정상적인 교류가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를 계기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중단됐던 한일정상회담이 그해 9월 다시 열렸던 것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취임 후 외국 정상과 처음으로 통화한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한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하자 한일 양국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취지로 관계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넉 달전 자신도 참배했던 야스쿠니 현안을 스스로 풀어내며 한일관계 개선 모색으로 ‘아베 내각 1기’를 시작했다. 취임 직후 베이징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막바로 한국을 찾아 한일정상회담 자리에 앉았고, 두 달 뒤인 11월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노 대통령과 대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가 2019년 12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45분 간 회담한 이후 실종된 한일정상간 회동이 다시 성사돼 한일해협 사이의 거센 냉기류가 풀릴지는 총리로까지 격상된 ‘특사’ 사절단을 비롯한 조문외교를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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