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금 우리 기업은] 삼양사 “라면 회사 아닌데요”…‘친환경·고기능’ 화학 사업은 이미 글로벌 톱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7.25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개인에게 삶의 이야기가 있듯, 기업에도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궈온 역사와 앞으로 만들어갈 스토리가 있습니다. 기업은 멀리 떨어진 주체가 아닌,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동반자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기업에 몸담고 있고, 다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죠. [지금 우리 기업은]은 그런 기업의 이야기, 이모저모를 듣고자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들 이웃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편집자주>   

“아직도 삼양사를 라면 제조업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몇 년 전부터 불닭볶음면 붐이 일면서부터 그런 경향이 더 심해진 것 같더라고요.”

코스피 시가총액 300위 안에 당당히 입성해 있는 삼양홀딩스 관계자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이야기였다. 삼양홀딩스의 주력 자회사인 삼양사가 영위하는 사업이 워낙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돼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는 삼양사와 이름이 비슷하긴 하나 일상에서 훨씬 많이 접하게 되는 삼양식품보다 인지도 측면에서 밀린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1961년 설립돼 벌써 반백 년 역사를 가진 삼양식품조차도 삼양그룹에 비하면 그 역사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삼양그룹의 역사는 1924년 삼수사란 사명으로 회사가 설립되며 시작됐다. 이후 1931년 삼양사로 사명을 변경한 뒤 1956년 주식회사로서 출범해 1968년 말부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거래가 이뤄졌다.

2011년에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따라 사업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와 인적분할 자회사인 삼양사, 물적분할 자회사인 삼양바이오팜으로 분할됐다. 다만 삼양바이오팜의 경우 지난해 4월 다시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됐다.

삼양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삼양사의 사업은 크게 화학과 식품 부문으로 나뉜다. [사진=삼양사 홈페이지 캡처]
삼양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삼양사의 사업은 크게 화학과 식품 부문으로 나뉜다. [사진=삼양사 홈페이지 캡처]

삼양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삼양사의 사업은 크게 화학과 식품 부문으로 나뉜다. 화학 부문의 주요 제품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용기, 이온교환수지, 터치패널용 소재, 폴리머 등이며, 식품 부문의 주요 제품은 설탕, 밀가루, 전분당, 유지 등이다. 식품 사업의 경우 매출의 90%가량이 내수에 집중돼 있으나, 화학 사업의 경우 매출의 60%가량을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밀가루나 설탕 소비 등을 주로 하는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는 삼양사의 식품 부문이 그나마 익숙할 테지만, 사실 삼양그룹 전체로 보면 화학 부문 매출은 식품 부분의 그것을 넘어선다. 그중 삼양사는 1989년 내열성, 고투명성, 난연성, 내화학성이 뛰어난 플라스틱 소재 폴리카보네이트(PC)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삼양그룹 내 계열사인 삼양화성에서 연간 12만톤의 PC를 생산하며 생산 규모로는 국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PC는 투명할뿐더러 열과 충격에 강하기 때문에 휴대폰, 노트북, 모니터 등의 정보기술(IT) 제품 외장재와 자동차 헤드램프, 의료기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땅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고온에서 독성물질을 유발하는 문제점으로 인해 매립이나 소각을 통한 처리가 여의치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PC 제조에 사용되는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A(BPA)의 위험성이 드러나며 세계적으로 사용이 제한됨에 따라 바이오매스 기반의 소재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삼양사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 친환경 고기능 화학 사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바이오매스 기반 생분해성 PC 및 부품 개발’의 총괄 주도업체로 선정된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또 앞서 2014년에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2번째로 BPA를 대체할 새로운 플라스틱 소재인 이소소르비드 상업 생산 기술을 확보했고, 지난해 7월에는 이소소르비드 기반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천연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로, 현재 전분 제조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 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는 삼양사의 강점을 제대로 살렸다는 평이다.

삼양사의 화학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온교환수지다. 이온교환수지는 합성수지 등에 이온교환기를 결합한 것으로서, 물을 비롯해 여러 용액에 녹아 있는 이온성 물질을 교환하거나 정제하는 데 사용된다.

삼양사의 화학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온교환수지다. [사진=삼양사 카탈로그 캡처]
삼양사의 화학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온교환수지다. [사진=삼양사 카탈로그 캡처]

전기전도도, 고형미립자 수, 생균 수, 유기물 등을 극도로 낮춘 이른바 ‘초순수’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도 바로 이 이온교환수지다. 이온교환수지를 통해 불순물이 극도로 정제된 초순수는 전기가 통하지 않아 초미세회로로 구성된 반도체와 LCD 표면에서 안전하게 각종 부산물과 오염물을 씻어낼 때 사용되는 필수적인 공업용수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반도체용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초순수 실증플랜트 착공식’을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인 SK실트론 공장 내에서 개최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연구개발에 참여한 기업들은 2025년까지 하루 2400톤의 초순수를 생산하는 실증플랜트를 설치·운영해 생산공정의 설계·운영 기술 100%, 시공 기술 및 핵심기자재 60%를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과 함께 그동안 일본기업이 주도해온 초순수 시장에 국내기업이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초순수 생산체제 국산화는 삼양사에 큰 의미가 있다. 초순수 생산체제를 국산화한다는 것은 그 생산설비에 들어가는 부품들 역시 국산화한다는 것이며, 이는 현재 국내에서 초순수용 이온교환수지 제조에 독점적 지위를 지닌 삼양사의 이온교환수지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삼양사는 이외에도 설탕 원액의 정제, 바이오·의약품의 분리정제, 원자력발전용 수처리, 수소차 이온교환 필터 등 다양한 목적의 이온교환수지를 제조해오고 있다. 특히 2020년 원자력 발전소용 이온교환수지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수질관리용 이온교환수지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한수원의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 시 자사의 이온교환수지를 함께 공급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또 같은 해에는 수소차의 냉각수와 냉각수 배관에 포함된 극미량의 이온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이온교환 필터의 핵심 소재로서 이온교환수지 개발을 마쳤고, 정수 능력, 내구성, 열 안정성 등 모든 기능 측면에서 해외 경쟁사 대비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삼양사는 수소차용 이온교환수지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향후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서 수소차 시장이 커짐에 따라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삼양사 관계자는 “이온교환수지의 사용주기가 길고 아직 삼양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은 좀 더 신중히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