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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총경의 난' 이후 대립 격화...후폭풍 속 신중론 여지는?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7.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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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총경의 난’ 후폭풍이 거세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25일 출근길에 경찰국 추진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작심 비판한 가운데 경감·경위급 현장 간부들까지 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등 경찰의 집단 반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여야는 각각 ‘정치규합’과 ‘경찰장악’이라는 프레임 공방으로 맞서면서 대립은 정치권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총경급 경찰 간부들이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안에 대해 ‘역사적 퇴행’으로 반대한다는 결론을 내리자 경찰 지휘부에서 징계성 조치가 나오면서 초유의 ‘경란(警亂)’을 둘러싼 대립 쟁점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상민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면서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건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라고 밝혔다.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 이후 행안부와 경찰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대문구 경찰청. [사진=연합뉴스]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 이후 행안부와 경찰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대문구 경찰청. [사진=연합뉴스]

이어 긴급브리핑을 통해서 "경찰국 신설 취지와 배경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누적돼 총경회의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그 후속처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했고, 12·12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 총경회의를 평검사회의와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서 이 장관은 "평검사회의는 금지나 해산 명령이 없었고 평검사들이 소속 검찰청의 의사 전달 역할만을 수행했으나, 이번 총경회의는 강제력과 물리력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지역의 치안책임자들이 지역을 이탈해 모였다"고 지적했다.

군사 정권 때 육사 기수를 정점으로 권력화한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시발점이 이런 것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물론 세월이 많이 지나 지금은 쿠데타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 지시에 위반해서 임의로 모여 정부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심각한 사태"라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 배경과 관련해서도 그간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실에 파견된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 등이 경찰공무원을 통해 음성적으로 경찰 업무를 지휘해왔다는 점을 들어 새 정부에서 민정수석 폐지에 따른 최소한의 조직과 인력을 갖추는 민주적 통제조치라는 점을 재차 설명했다. 수사권 확대로 비대해진 경찰권에 대해 대통령이 구성한 행정부 소속 장관이 경찰을 통제하는 방안이야말로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라는 것이다.

이 장관은 “이달 26일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경찰국 직제안에는 경찰국의 역할이 명확히 규정돼있다. 지휘규칙도 마찬가지”라며 “그것들을 한 번만 정확하게 읽는다면 일부가 우려하는 경찰 수사에 대한 간섭 혹은 치안에 대한 지휘나 간섭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 인사·감찰 권한을 지닌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놓고 군사정권 시절 내무부 치안본부로 돌아가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경찰제도 개선 차원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은 지난 16~19일 입법예고, 21일 차관회의를 거쳐 26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있다.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안(행안부령)은 다음달 2일 공포·시행된다.

앞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50여 명의 총경이 참석하고 온라인으로도 140여 명이 함께했으며, 회의장 앞에는 경찰관 350명이 보낸 무궁화 화분이 늘어섰다. 4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경찰국 신설을 두고 법·절차적 하자를 성토한 뒤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논의 내용을 윤 후보자와 행안부에 전달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심야에 경찰청이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고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 방침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의견 수렴 수준이 아니라 집단행동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조치로 읽힌다.

총경은 군으로 치면 대령급 현장 지휘관으로 볼 수 있는 자리다. 일선 경찰관이 오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계급이라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만큼 이들의 중의는 상징성이 크다. 그 현실적인 위상과 무게감에 비례해 이번 대기발령과 감찰 방침의 파장은 경찰 내부를 술렁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오는 30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예정된 경감·경위급 전국팀장 회의에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참여하자는 제안이 내부에서 나오는 등 경찰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경회의 직후의 인사조처와 감찰 방침이 현장의 경찰 반발을 키운 촉발점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및 최근 전국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및 최근 전국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의도에서도 경찰국 신설 문제와 경찰의 반발을 놓고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은 집단반발을, 야당은 경찰국 신설 자체를 각각 정치적으로 해석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형해화된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사권을 바로잡아 투명하고 객관적 인사 검증을 하자는 것이 경찰국 신설의 본질"이라며 "청와대가 밀실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때는 침묵하더니, 인사 지원 부서 만든다고 '장악' 운운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선택적 분노이자 정치 규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였나 권력의 지팡이였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총경들의 회의가 '자기 치안 지역을 벗어난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에서 ‘평검사회의도 되고 검사장회의도 되는데 왜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는가'라고 따진 것에 대해 "검사란 각자가 헌법기관으로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지만, 경찰서장은 한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는 사령관으로 개인 소신 때문에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은 국민에 대해 항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 시도가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리게 했다"며 총경회의는 '정당한 항의'라고 평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대응 수위를 높였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경찰 장악 음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며 "경찰장악 관련 기구를 원내 태스크포스(TF) 수준에서 당 차원 기구로 격상해 확대 개편하고, 법률적 대응과 국회 내의 각종 현안 대응 등 다각적으로 경찰 장악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상민 장관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서도 "말을 심하게 한다"며 "경찰 중립성을 지키고자 하는 서장들을 쿠데타에 비교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손에 돌을 든 것도 아니고 거리에 나선 것도 아닌데 윤석열 정부는 회의를 주최한 서장을 즉각 대기발령하고 참석자들을 전원 감찰하겠다고 나선다"며 "13만 경찰관들에게 입도 뻥긋 말라고 본보기를 보여준 반민주적 조치이자 명백한 보복인사"라고 규정했다.

’총경의 난‘을 기점으로 정부 여당과 경찰, 경찰 지휘부와 일선 경찰관 간 갈등이 커지고 정치권으로도 공방이 확산하면서 극한 대립이 이어지는 만큼 재논의 단초가 새롭게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경찰국 신설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연합뉴스]
경찰국 신설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연합뉴스]

정부는 민주적 통제의 틀이 갖춰진 검찰청, 국세청처럼 제도개선을 통해 경찰이 ’제4의 권력‘으로 비대해지는 위험을 막겠다는 취지이며, 경찰의 우려도 오해에서 비롯된 기우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급속한 경찰청 설치 추진으로 비치면서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좁아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경찰 내부의 의사표출 방식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화와 설득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관리를 받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라며 "대기발령을 내리는 등 거칠게 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만 더 키우기 때문에 정서적 거부감을 이해해주고 대화와 설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쨌든 고(go)를 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설득의 시간을 가지고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이게 몇 개월 걸쳐도 필요한 거다 라는 이런 소통의 시간을 가지고 (해야지), 톱다운으로, '왜 우리 말 안 들어' 이런 식으로 강압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겠다는 그 '대화의 논리' 여지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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