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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기업은] 이지스자산운용, ‘신의 방패’란 별칭이 과하지 않다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8.22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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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삶의 이야기가 있듯, 기업에도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궈온 역사와 앞으로 만들어갈 스토리가 있습니다. 기업은 멀리 떨어진 주체가 아닌,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동반자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기업에 몸담고 있고, 다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죠. [지금 우리 기업은]은 그런 기업의 이야기, 이모저모를 듣고자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들 이웃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편집자주>

한때 여의도에 적을 두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 점심때면 자주 한강 변으로 산책하러 나가곤 했다.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수그러들고 바람이 선선히 불 때의 한강 변은 그 위로 창쾌하게 뻗은 하늘만큼이나 일상에 찌든 마음을 청량히 씻어내 줬고, 그렇게 40여분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꼭 크고도 세련된 건물 옆을 지나오곤 했다. 올려다본 건물 꼭대기 한 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이지스자산운용’

도로 쪽으로 난 건물 한 면이 전부 창으로 구성돼 있던 덕분에 종종 새파란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낸 건물은 흡사 여럿의 청색 비늘을 엮어 만든 매끈한 갑옷처럼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기자의 뇌리에 이지스자산운용은 지금껏 ‘하늘빛 갑옷’이란 이미지로 강렬히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리스 신화 속 저 ‘신의 방패’와 이름이 같은 사명도 적잖은 영향을 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지스자산운용 사옥 전경 [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처]
이지스자산운용 사옥 전경 [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처]

“이지스가 ‘신의 방패’란 뜻 맞죠?”

여의도 근방의 한 카페. 자신에 찬 기자의 물음에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던 상대의 입가에 희미한 곡선이 그려진다. 그 의미심장한 미소에 ‘어때, 나 공부 좀 하고 왔지?’라고 으스대려던 기자의 표정이 천천히 굳는다.

‘어, 아닌가…?’

“한글로 표기하면 같긴 한데, 사실 영어로 하면 첫 스펠링이 달라요. 말씀하신 신의 방패는 ‘A’로 시작하고, 우리 이지스자산운용은 ‘I’로 시작하거든요.”

고로 신화 속 방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에이, 그래도 지금까지 얘기 들어보면 그렇게 해석해도 되겠는데요, 뭘.”

아차 싶었던 것도 잠시, 꿈보다 해몽이라고, 좋은 게 좋은 거지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가 들은 이지스자산운용은 신의 방패라는 명칭이 결코 아깝지 않은 회사였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년 1분기 자산운용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는 총 361개사로, 이 중 공모운용사가 76개, 일반 사모운용사가 285개였다. 자산운용사 전체 임직원 수는 1만1717명이었고,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총 1364조6000억원(펀드수탁고 819.5조원, 투자일임계약고 545조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이들 수백 개의 자산운용사와 그들이 운용하는 천문학적인 자산 속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위치는 과연 어디쯤 될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자산 운용 규모(AUM)는 총 21조4325억원(설정원본과 계약금액 합산 기준)으로, 같은 날 국내 전체 펀드 자산 운용 규모인 1391조8440억원의 1.54%를 차지했다. 만약 이것이 적은 수치로 보인다면 평소 숫자에 밝다는 얘기를 듣는 편은 아닐 것이다. 앞서 국내 전체 자산운용사가 361개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체 운용자산의 1.5%를 넘게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더구나 이 중 부동산 자산 운용 규모만 19조5117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회사 전체 자산 운용 규모의 91%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지스자산운용이 명실상부한 부동산 특화 자산운용사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회사의 최근 3년간 영업수익을 살펴보면 90%가량이 부동산 집합투자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부동산 투자만 놓고 봤을 때 이지스자산운용이 차지하는 위상은 단연 돋보인다. 같은 날 기준 국내 부동산 집합투자업 자산 운용 규모는 총 140조1000억원으로,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자산 운용 규모 19조5117억원은 이 중 13.9%에 해당한다. 과연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 중 점유율 1위란 명성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지스자산운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내는 걸까.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투자 모델은 크게 밸류애드(Value-add, 가치부가형)와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기회추구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밸류애드는 공실률이 높아 가치가 낮게 형성된 건물을 저가에 매입한 뒤, 리모델링과 개보수작업, 적극적인 마케팅 등을 통해 공실률을 줄이고 해당 건물의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중위험·중수익이 기대되는 투자 모델로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오퍼튜니스틱은 빈 땅을 매입해 신축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허물고 재건축하는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식이다. 많은 레버리지를 동원하고 대규모 공사가 병행되는 만큼 밸류애드에 비해 리스크가 크지만, 기대되는 목표 수익률 역시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전에는 낮은 위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코어(Core) 모델도 많이 활용됐다. 코어는 대개 도심의 중심부에 위치하면서 공실률이 낮고, 우량 임차인들로 구성된 건물을 매입함으로써 안정적인 부동산 임대 수익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가치 상승을 통한 단기간의 자본이득보다는 다소 낮더라도 꾸준한 수익을 기대하는 보수적 성향의 장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점차 펀드 시장 참여자가 확대됨에 따라 경쟁이 심화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기존 코어 모델에 머무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이에 오퍼튜니스틱, 밸류애드 모델로의 적극적인 확장을 꾀하고,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각 기관투자자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더불어 투자자 보호 강화, 차별화된 투자 전략 등으로 타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해왔다.

리츠 상장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일찍이 공모 리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 다양한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상장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20년 7월에는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같은 해 8월에는 이지스레지던스리츠를 코스피에 상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또는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해 그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리츠는 일반인에게 부동산 간접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투자 측면에서뿐 아니라,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 활성화 및 주택시장 가격 안정화라는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러한 리츠를 주식처럼 증시에 상장시켜 그 지분을 여러 투자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끔 한 것이 상장 리츠다.

국토교통부의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리츠 수는 총 340개로, 이 중 증시에 상장된 상장 리츠는 20개에 불과했다. 더구나 상장 리츠 중 상당수가 그룹 계열 대형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리츠임을 감안한다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전체 상장 리츠의 10%에 해당하는 리츠를 상장시켰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부동산 전문 운용사로서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는 대형 자산운용사들과 달리, 오로지 자산운용사 하나로만 존재하는 만큼, 이지스자산운용이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철저한 수익 논리에 입각한 기관투자자들의 호주머니에서 투자금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선 그들의 구미를 당길 만큼 먹음직스러운 당근을 내놓아야만 했고, 그 당근이란 다름 아닌 타사 대비 높은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또 단순히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수익률을 현실화하기 위해 효율적인 투자구조와 전문성도 갖춰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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