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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하락장에 그나마 선방? 국민연금의 웃픈 수익률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8.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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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기금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가뜩이나 기금 고갈과 보험료 인상으로 말이 많은 상황에 불씨를 지피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듭되는 악재로 전 세계 금융시장 전반이 내림세를 겪은 만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882조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이 기간 –8.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자산별 수익률(금액가중수익률 기준)을 살펴보면 △국내주식 –19.58% △해외주식 –12.59% △국내채권 –5.80% △해외채권 –1.55% △대체투자 7.25% 순이다. 오직 대체투자에서만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는데, 이는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로 환차익이 발생해 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 수익률 하락을 일부 만회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기금운용본부 측에선 올해 상반기 기금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주식·채권의 동반 약세로 손실 폭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과연 사실일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연합뉴스]

금융투자협회 일자별 주요 증시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코스피의 경우 1월 3일 2988.77에서 6월 30일 2332.64로 -21.95% 수익률을 기록했고, 코스닥의 경우 같은 기간 1037.83에서 745.44로 -28.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이러한 큰 폭의 하락세는 비단 국내 증시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ACWI INDEX)는 106.34에서 83.89로 -21.11%의 수익률을, MSCI 선진국지수(MSCI WORLD INDEX)는 136.05에서 106.88로 하락하며 -21.4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MSCI 세계지수는 올 상반기 기준 23개 선진시장과 24개 신흥시장의 대형주 및 중형주에 투자한 지수이며, MSCI 선진국지수는 이중 선진시장 종목에만 투자한 지수다. 이들 지수 역시 국내 증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락률을 겪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만 투자한 것은 아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기금의 포트폴리오 현황을 살펴보면 채권 42.9%, 주식 41.7%, 대체투자 15.4%로, 채권의 비중이 가장 컸다. 이중 단기자금을 제외하면 국내주식 15%, 해외주식 26.7%, 국내채권 35.1%, 해외채권 7.3%였다.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이 비슷한 것은 나름 분산투자를 했기 때문으로 보이나, 주식 투자에서의 손실을 채권 투자에서 만회하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재 전 세계가 금리 인상기에 돌입한 만큼 채권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금리가 낮은 시기에 투자한 채권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기 마련인데, 쉽게 생각해 올해 초 1%의 예금금리 상품에 가입했는데, 6개월 뒤 예금금리가 3%까지 올랐다면, 기존 가입했던 1% 예금금리 상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처럼 주식과 채권 모두가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것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함께 나타났던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처음이다. 이는 지난 2월 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이 심화하며 광범위한 물가 상승이 진행되는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더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이는 기금이 보유한 주식·채권 수익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의 이번 상반기 수익률을 질책하고 싶은 게 현재 많은 국민들의 심정일 것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나날이 늘어가는 고령층을 고려하면, 현재의 젊은 세대가 받을 연금이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란 우려는 이러한 심정을 더욱 부추긴다.

젊은 세대의 일원으로서 그러한 우려는 충분히 공감하나, 기금의 운용수익률 자체는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투자심리 악화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내림세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주요 해외 연기금의 운용수익률도 동반 하락시켰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시한 글로벌 연기금 운용수익률을 살펴보면 △GPFG(노르웨이) -14.4% △ABP(네덜란드) -11.9% △CPPIB(캐나다) -7.0% △CalPERS(미국) -11.3% △GPIF(일본) -3.0%를 기록했다.

이중 GPIF가 상대적으로 강한 수익률 방어를 보였는데, 이는 전 세계 시장 대비 일본 금융시장의 낙폭(토픽스 기준 -7.85%)이 상대적으로 작고, 엔화 약세에 따른 엔화 환산 평가 수익이 전체 수익률의 하락폭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8.0%의 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은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난 25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당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낸 탓에 현재 전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은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따라서 향후 기금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함부로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 노후를 지켜줄 국민연금. 그러나 현재 고공행진하는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는커녕, 오히려 손실만 키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국민들로서는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위험관리에 힘쓰고 투자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으나, 과연 향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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