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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국민이 ‘숫자’에 불과한 정부, 인간적 고민이 부재한 지원의 결과는? (下)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9.06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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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서 부작용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의 산아제한정책으로 빚어진 보다 어두운 폐해가 있다. 바로 강제적인 낙태, 여아살해가 증가하고, 헤이하이즈, 일명 ‘검은 아이들’이 양산됐다는 점이다.

검은 아이들이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을 일컫는 말로, 검은 아이들의 급증은 부모가 자녀를 1명 이상 낳으면 임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고, 직장에서 쫓겨나며, 식량 배급까지 중단되는 조치가 가해졌던 탓에 초래된 부작용이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출산에조차 정부 주도 아래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이를 강제화한 중국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은, 인생의 중대사부터 사소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주변환경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단순히 ‘숫자’ 혹은 ‘데이터’로만 본 지극히 비인간적인 정책이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출산에조차 정부 주도 아래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이를 강제화한 중국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은, 인생의 중대사부터 사소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주변환경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단순히 ‘숫자’ 혹은 ‘데이터’로만 본 지극히 비인간적인 정책이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이들 검은 아이는 정식 신분을 갖추지 못한 탓에 교육과 의료,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취업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수천만 명으로 짐작될 뿐 정확한 추산이 불가능한 검은 아이들이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범죄에 연루되거나 노동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출산에조차 정부 주도 아래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이를 강제화한 중국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은, 인생의 중대사부터 사소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주변환경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단순히 ‘숫자’ 혹은 ‘데이터’로만 본 지극히 비인간적인 정책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조슈아 로젠츠위그 중국 팀장이 한 말이 있다. 당시 그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아이를 낳을지 정부가 규제할 권리는 없다. 중국은 출산정책을 ‘최적화’하기보다는 사람들 삶의 선택을 존중하고, 사람들의 가족계획 결정에 대한 침습적이면서도 징벌적인 통제를 끝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말은 과거 중국 정부의 산아제한정책뿐 아니라, 현재 실행하는 출산장려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리 인구수를 유지하고 국가 부를 키우겠다는 범국가적인 목표가 있다 한들, 왜 젊은 층이 결혼을 회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관한 진지하면서도 인간적인 고민이 없는 정부 정책은 첫 단추부터 한참이나 잘못 꿰어진 것이다. 국민을 단순히 숫자로만 보는 정부에게, 그래서 경제성장률과 국가경쟁력 운운하며 연일 출산하라고 떠드는 관료와 정치인들에게 현 젊은 층이 들려줄 대답은 딱 하나일지도 모른다.

“웃기시네. 그따위 국가, 차라리 망해버리라지.”

어떤 강력한 정부 정책과 지원도 출산을 강제할 수는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젊은이에게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자녀를 출산해 책임감 있게 키워 내고 싶게끔 동기 부여할 수 없다.

정부 주도 아래 일괄적인 산아제한정책이 수많은 검은 아이를 양산했듯, 정부의 일괄적인 출산장려정책이 또 다른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아이를 양육하고 건강한 가정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나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그저 출산 관련 지원 혜택만 쏙 빼먹고 정작 아이는 버리거나 방치하는 무책임한 부모들이 무수히 양산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11일 발표한 유엔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서는 향후 중국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듬해에는 인도가 중국의 인구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유엔 보고서 캡처]
지난달 11일 발표한 유엔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서는 향후 중국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듬해에는 인도가 중국의 인구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유엔 보고서 캡처]

이미 지난해 들어 인구감소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남의 나라를 걱정할 때는 아니다. 그럼에도 구태여 중국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국민을 수치로만 바라보는 정부의 편협한 시선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이며, 중국 정부의 지난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나라만큼은 중국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홀로 벌어 먹고살기에도 벅찬 현 젊은 세대 사이에선 언제부턴가 아이를 낳는 건 사치이며, 오히려 인구가 지금보다 크게 줄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이미 인구가 지나치게 많은 탓에 사람의 귀함을 모르고,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건 아이에게도 잘못을 범하는 일이라는 예비 부모들의, 어쩌면 끝내 부모가 되기를 포기할지도 모를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고백도 들려온다.

이들에게 언론을 통해 자화자찬하는 관료와 정치인들의 치적 자랑은 뜬구름 잡는 소리이자 기만으로밖에 들리지 않은 지 오래다. 오히려 버겁기 그지없는 본인 삶과 대조되는 그들의 생색내기용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그나마 남아 있던 한 줌의 애국심마저 사라질 판이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본인이 살아가는 이 나라가 정녕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있는 나라라면, 저들이 저렇게 뻔뻔히 언론에 얼굴을 비추며 떠벌리는 일도 애초에 있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또 그 중심에 인간에 대한 배려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일회성 퍼주기식 정책들을 마치 대단한 대책인 양 들고나오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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