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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발 유럽 가스대란 가정한 한국의 '리스크 시나리오'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9.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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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200일을 넘기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 전선이 '에너지 전장'으로 확대돼 글로벌 경제에 중요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서방과 유럽이 수입가격 상한제로 대응하면서 대립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서방 주요 7개국(G7)이 지난 2일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해 오는 12월부터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자 러시아는 “가스도 석유도 없다”고 반발하며 수출 보이콧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 가스프롬이 당초 3일 재개하려고 했던 유럽행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아예 잠가버리면서 ‘유럽 가스대란’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맞불을 놓기 위해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를 제시하면서 실행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산 석탄·원유에 대한 금수조치를 단행한 EU로선 당장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천연가스만은 러시아에서 계속 사되, 합의된 가격 수준을 넘어 사들이지는 않겠다는 스탠스다.

이런 극한 대치가 격화돼 러시아가 EU행 가스공급 전면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경우 경제적 타격은 얼마나 될까.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밸브를 완전히 잠글 경우 향후 1년간 EU의 경제 성장률은 0.4~2.6%포인트(p)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성장률이 1%p 하락할 때마다 한국의 대EU 수출은 1.24%p, 총수출은 0.19%p씩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15일 내놓은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관련 EU 생산 차질 및 국내산업 리스크 점검(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이같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한은은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의 가스공급 차질이 심화할 경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의 생산 차질 및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가스공급 전면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겨울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공급망이 완전히 끊길 경우 유럽산 자본재·중간재 공급 부족으로 조선·반도체·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LNG(액화천연가스) 수급 불안, 전기·가스 요금 추가 인상 압력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의 24%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그 사용량의 36%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EU가 러시아로부터 가스공급이 끊길 경우 한국의 리스크 시나리오는 4가지로 구분된다.

산업적으로 EU산 자본재·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조선·반도체·자동차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고 화학·철강은 생산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기계·건설·의약품·식품·디스플레이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전기·가스와 경제 전체로는 에너지 수급 불안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는 핵심 반도체제조용장비(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세계 유일의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사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어 설비투자에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ASML은 EUV 부품인 렌즈 등 광학기기를 독일 칼자이스에서 독점으로 공급받고 있는데, 독일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차질로 직격될 수 있다.

조선업도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선박엔진·부분품, 자동위치유지장치(DPS)는 대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자동차산업 또한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1∼2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온, 네덜란드 NXP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완성차 생산에도 그간 글로벌 공급차질에 이어 다시 큰 악재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과 철강 업종의 경우는 가스공급이 중단되면 원재료나 전기 가격이 오르게 되고 그만큼 생산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화학은 나프타 가격 상승,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 업종은 전기 요금 인상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됐다.

국내 산업별 유럽연합 의존도 [그래픽=연합뉴스]
국내 산업별 유럽연합 의존도 [그래픽=연합뉴스]

다만 일부 기계·의약품·식품의 경우 수입 경쟁국 또는 국내에서 대체할 요인이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재 국내 LNG 재고가 예년 평균치를 크게 하회하는 상황에서 겨울철 수요 확대에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까지 겹칠 경우 국가 간 LNG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스 도입 가격 상승은 국내 전기·가스요금의 추가 인상 압력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은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에 따른 경제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 수급안정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해외 공급망 정보 확충·공유 등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그간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해외 공급망 충격에도 상당 부분 노출된 한국으로선 올겨울 유럽발 가스대란에 대비를 더욱 강화해야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지난해와 요소수 대란과 같은 사태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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