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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화학,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 사업’ 갈등이 커지는 이유

  • Editor. 강지용 기자
  • 입력 2022.09.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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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지용 기자] ‘고순도 황산’

관련업계 종사자나 반도체에 관심 많은 사람이 아니고선 생소한 물질이다.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핵심재로 활용되는 얇은 원형판 ‘웨이퍼’ 생산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했을 때 세척제로 사용되는 화학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일 1000톤가량 쓸 정도로 반도체 제조 과정에 있어 중요한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과학기술 발전으로 4차 산업이 부각되면서 반도체 수요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분야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다. 이에 따라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움직임도 증가하면서, 반도체용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해화학 여수공장 전경 [사진=남해화학 제공]
남해화학 여수공장 전경 [사진=남해화학 제공]

농협경제지주 산하 기업으로 국내 내수비료 시장 점유율 44%를 차지하고 있는 남해화학 역시 해당 분야에 관심을 두고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 제조와 판매 목적으로 지난해 말 계열사 NES머티리얼즈를 설립해 시장에 진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지시스템에 따르면 NES머티리얼즈는 △남해화학 70% △ENF테크놀로지 20% △삼성물산 10%의 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4월부터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에 반도체용 황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4년 상반기 연산 10만톤 규모의 생산을 목표로, 총사업비는 700억원에서 900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그러나 남해화학이 야심차게 진입한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 사업에서 업계를 중심으로 잡음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e대한경제 등의 보도에 따르면 남해화학은 고순도 황산 제조 기술 특허를 지닌 기업을 무시하고 낮은 기술을 보유한 특정 기업을 선택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애초 이 사업은 고순도 황산 제조 기술 특허를 가진 한국맥코이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한국맥코이는 2017년 남해화학 측에 비료 생산 부산물인 삼산화황(SO₃)을 모아 10ppt 이하 고순도 황산을 채취하면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제안을 했다.

현재 국내 고순도 황산 시장에서 연간 20만톤 가량 생산량을 자랑하는 고려아연 또한 한국맥코이의 특허 기술을 지원받고 있는 만큼, 남해화학 또한 한국맥코이의 제안을 따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0년 남해화학은 현재 대표이사를 맞이하면서 뚜렷한 입장 표명 없이 동우화인켐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한국맥코이 측은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맥코이는 “동우화인켐이 고순도 황산 생산 실적은 보유하고 있으나, 설계 기술 및 관련 특허는 없다”고 강조하며 “동우화인켐 역시 맥코이의 특허 기술을 활용해 생산 및 관리하던 업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허권도 없는 업체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남해화학은 기술도입료 명목으로 동우화인켐에 60억원을 건네는 등 설득력 없는 계약을 맺었다”고 비판했다. 더하여 한국맥코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정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적 분쟁을 우려해 남해화학 부사장 A씨는 결재 거부 사태까지 벌였다. 지난해 5월 작성된 남해화학 내부 문건에 따르면 A씨는 화학 전문가로서 “제품 성능보장 기준 미달 시, 기술료 회수 등 패널티 적용 조항을 배제하게 되면 법적분쟁 소지가 있다”면서 “선급 및 일부 기성금 지급 상태에서 동우화인켐 측의 사업불이행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다운뉴스 측은 정확한 전말 파악을 위해 남해화학과 통화를 시도했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동우화인켐이 설계 기술이나 관련 특허가 없다는 한국맥코이의 주장에 대해 “사전 충분한 검토와 경영진·이사회 등의 판단에 의해 업체 변경이 이뤄졌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는 한국맥코이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동우화인켐은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을 정도로 반도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허 유무가 반드시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한국맥코이 측의 입장에는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됐으나 자세히 밝힐 수는 없다”며 “한국맥코이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판단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 해명자료 배포 계획 역시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여수 국가산단에 건설 중인 황산공장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지만 더 밝힐 수는 없다. 사업에는 비밀 유지 조항 등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만큼 반도체용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요즘, 두 기업 간 치열한 공방 다툼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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