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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금융사고, 내부 시스템만의 문제일까?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9.2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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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

계속해서 은행권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각 은행에서 내놓는 해명성 발언이다. 그런데 요즘엔 은행권 내부 통제 개선 작업이 선결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당국의 제도적인 개선도 함께 발맞춰 가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제법 나오는 중이다.

서울 시내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 동안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총 210건이었고, 사고 금액은 198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고 유형별로는 횡령 및 유용이 114건에 1009억원 규모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사기가 67건에 869억원, 배임이 20건에 99억원, 도난 및 피탈이 9건에 3억8000만원 순이었다.

우선 사고 금액 기준으론 우리은행이 가장 많았다. 지난 5년 간 1131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하나은행이 159억원, 신한은행이 141억원, NH농협은행이 139억원 규모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 횡령 금액이 유독 많은 것은 올해 700억원 가까이 빼돌린 횡령 사건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1131억원 금융사고 중 횡령 및 유용 규모만 718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는 게 그 방증이다.

횡령 금액 회수율도 우리은행이 가장 낮았다. 우리은행은 8억850만원 회수에 그쳐 1.1%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물론 최근 거액의 횡령 사고로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겠으나, 이마저도 회수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게 업계 전반의 예상이다.

사고 발생 건수 기준으론 신한은행이 29건으로 최다 금융사고 불명예를 안았다. 다음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28건, KB국민은행이 27건, NH농협은행 23건 순이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횡령 사고에 대한 법적 조치가 미비하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 횡령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65건의 횡령 사고 중 실제 형사 고발된 것은 40건에 그쳤다. 특히 신한은행은 14건 중 2건만을 고발해 법적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신한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대처가 미비한 것은 아니다. 14건 중 2건만 고소, 고발로 이어졌다는 것은 나머지 12건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해결했다는 뜻”이라면서 “횡령을 저지른 직원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도주하는 등 고소 및 고발이 필요한 건수가 2건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부적으로 대처를 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금융사고를 두고 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내부 통제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강화해 금융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황운하 의원은 “내부 프로세스 정비와 처벌 강화를 비롯한 종합적인 프로세스 정비로 횡령 사고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한 시중은행 횡령 현황 [사진=황운하 의원실 제공]
금융감독원이 제공한 시중은행 횡령 현황 [사진=황운하 의원실 제공]

그러나 은행권의 애로도 만만치 않다. 내부 통제 시스템이 중요하고, 이를 강화하는데 십분 공감하면서도 횡령 사고는 쉽게 막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게 한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부 통제 기능 등 시스템은 업계 전반적으로 잘 갖추고 있다”면서 “하지만 횡령 같은 경우엔 직원 개인 일탈이라 잡아내는 게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 금융사고 이슈가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주 스스로 내부 통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금감원도 이를 위한 감독 실무 범위 책정에 서둘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실효성 있는 검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 자체적인 내부 감사나 모니터링 같은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다만 금융사고 근절 및 감독 같은 경우는 금감원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은행들은 사고 및 사건이 발생하면 금감원에 보고한다. 금감원이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되면 은행은 그걸 활용해 징계를 확정한다.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나 내규가 바뀌어야지 은행들이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다행히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달 금융권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고 검사 결과와 사고 예방 기능 실태 점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감독·검사 방식 개선 △내부 통제 기준 실효성 강화 △준법 감시 부서 역량 확충을 중심으로 하는 개선 과제를 마련했다.

또 세부적으론 △금융사고 차단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내부 통제 기준 실효성 강화를 위한 장기 근무자 등에 대한 관리 체계 강화 △사고 예방조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세부 기준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준법 감시부서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준법 감시인 자격 요건도 강화할 예정이다.

끊임없이 터지고 있는 은행권 금융사고. 은행들은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에 집중하고,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과 세부 가이드라인 제시로 금융사고 근절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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