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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헤지스·닥스로 본 패션업계 디자인 베끼기 논란의 그늘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9.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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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아래 사진에서 두 제품의 디자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가. 색깔도 비슷하고 두 제품 모두 마름모 패턴을 갖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얼핏 보면 상표만 다른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중이다.

LF 제품이 해외 유명 브랜드와 닮은 디자인을 쓰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명품 브랜드 제품과 동일한 카피캣부터 비슷한 듯 다른 디자인을 섞어 만든 제품까지 다수가 그렇다는 지적이다. 특히 LF 대표 브랜드 ‘헤지스’와 ‘닥스’여서 세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헤지스 카키 시그니처 패턴 명함 지갑(왼쪽)과 구찌 홀스빗 1955 카드 케이스 지갑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헤지스 카키 시그니처 패턴 명함 지갑(왼쪽)과 구찌 홀스빗 1955 카드 케이스 지갑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먼저 헤지스가 올해 선보인 카키 시그니처 패턴 포인트 로고 명함 지갑이 ‘구찌’ 홀스빗 1995 카드 케이스 지갑과 유사해 보인다는 것. 이뿐만 아니라 헤지스가 20주년 기념으로 개발한 헤리아토 미니 크로스백은 ‘셀린느’ 인기 제품과 비슷하고, 헤지스 미니 크로스백은 구찌 미니 크로스백 패턴과 유사하다는 게 누리꾼들 의견이다.

심지어 닥스 가방 역시 명품 브랜드들 패턴과 비교했을 때 디자인이 흡사하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닥스 플라워 자수 자카드 토트백은 ‘디올’ 북 도트백을, DD스트랩 포인트 캔버스 토트백은 ‘끌로에’ 우디백을 연상케 한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LF 측은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LF 측은 “LF 액세서리 브랜드 헤지스 액세서리가 브랜드 탄생 20주년을 맞아 ‘헤리아토’ 패턴을 개발하고 관련 제품을 출시한 게 2020년 2월”이라며 “당시 공개된 헤리아토 패턴은 2000년대 선보인 로고 패턴을 새 시대 감성에 맞게 번역한 결과물로 헤지스 액세서리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나타샤 드마이어가 작업을 맡았다”며 이번에 논란이 된 패턴은 헤지스 고유의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LF 디자인 도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쉽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LG패션(LF 전신) 당시인 2013년 영국 ‘버버리’로부터 고유의 체크무늬를 제품에 사용하다 소송을 당한 바 있다.

재판부 강제 조정으로 LF는 버버리에 3000만원 손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2014년 LF로 사명을 변경한 뒤엔 프랑스 트레일 러닝 슈즈 업체 ‘살로몬’ 지그재그 무늬와 신발 끈을 조이는 사다리꼴 모양의 조임 장치 등을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에서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살로몬은 라푸마가 자사 제품을 도용했다며 경고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LF 측은 “아직 구찌와 셀린느 측 항의는 없다”면서 “향후 유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지식 재산권(IP)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경우 상대 측에서 법적 대응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실 유사 디자인 논란은 LF뿐만 아니라 패션업계 전반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 업계는 디자인 도용이 관행이라고 전하고 있다. 괜히 짝퉁이 판치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더군다나 요즘 수법은 더욱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과거엔 주로 명품 브랜드를 있는 그대로 모방한 위조 제품이 대다수였다면, 요즘엔 다른 업체 디자인을 교묘하게 베껴 자사 고유의 디자인인 것처럼 내세우는 카피캣이 시장을 장악하는 중이다.

2015년 스카프 브랜드 ‘레이버데이’는 ‘이랜드’가 자신의 신제품 목도리 디자인을 도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목도리는 모두 브라운색 혼방사에 노란빛이 감도는 베이지색 줄무늬 두 줄이 들어간 디자인이다. 레이버데이는 이랜드가 길이와 배색까지 그대로 베껴 만든 제품을 반값에 판매함으로써 브랜드 가치에 큰 손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사과 요청에 응하지 않고 합의금을 제시하는 등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아웃도어업계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베끼기로 한바탕 시끄러웠다. 2019년 복고 열풍이 불자 ‘노스페이스’ 눕시 다운 재킷이 인기를 끌었는데,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네파’ 등 경쟁 업체들이 비슷한 디자인으로 숏패딩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LF 헤지스 액세서리의 H20 컬렉션 [사진=LF 제공]
LF 헤지스 액세서리의 H20 컬렉션 [사진=LF 제공]

디자인 베끼기가 계속될수록 소비자들 반감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유사 디자인이 마구잡이로 늘어나는 탓에 원조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무엇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구별해야 하는 까닭에 피로감을 느끼고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봐도 “명품과 오버랩 되는 헤지스 여자 가방, 지갑 추천! 저렴이(저렴한 상품) 헤지스로 고렴이(고가 상품) 느낌 내기”, “최근 백화점 돌았는데 샤넬 카피한 브랜드도 종종 있더라”, “국내 브랜드를 이래서 잘 안 쓰게 된다.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양심도 없고, 정체성도 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아무리 ‘모방은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패션 업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선이다. LF 경우를 봐도 그렇다. LF의 연결기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9750억4529만원, 영업이익은 1037억528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2%나 증가했을 정도로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현재 논란이 지속되고 ‘베끼기 전문’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면 LF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더불어 패션업계 자체가 긴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K패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디자인 도용 문제는 K패션이 세계무대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성장을 막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재능이 넘치고 역량 있는 신인 디자이너들의 꿈을 무참히 꺾는 상황으로 번질 뿐만 아니라, 잘 팔리는 디자인을 집중 생산하다 보면 획일화된 상품 구성으로 변질돼 K패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유행에 민감한 패션 분야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상품이 한 시기에 집중 출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트렌드를 좇는 것과 베끼기는 분리해서 봐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일부 브랜드의 경우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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