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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탈모인 좌절케한 탈모예방 샴푸 검증결과, 그 전과 후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09.26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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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천옥현 기자] “약으로 해결될 때 약 드세요. 다른 건 효과 없음”(kwsh****).

“100퍼센트 다 사기고 샴푸 만드는 놈만 떼돈 벌었음. 써보니 머리만 더 빠지더라”(jj28****).

“이제야? 업체 돈 벌 거 다 벌었는데? 참 빠르다”(veke****).

최근 한 시민단체가 주장한 탈모샴푸(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 과대광고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믿었던 탈모샴푸에 대한 배신감이 곳곳에 드러난다.

탈모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탈모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온라인 쇼핑을 통해 유통되는 53개 탈모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의 광고 내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모든 제품이 허위·과대 광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5개 제품(47%)은 ‘탈락 모발 수 감소’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20개 제품(38%)은 ‘증모, 발모, 양모, 모발성장, 생장촉진, 밀도증가’ 등을 광고에 기재했다. 14개(26%) 제품은 ‘탈모방지’와 ‘탈모예방’이 기재돼 샴푸 사용만으로 질병 예방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하고 있었다. 탈모샴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문구들이다.

그렇다면 탈모샴푸는 정말 효과가 없는 걸까?

현재 탈모샴푸는 기능성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식약처는 의약외품으로 관리하던 탈모샴푸를 2018년 기능성화장품으로 전환했다. 기능성화장품 범위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화장품법 개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가 ‘고시 성분’이다. 식약처에서 고시하는 성분 일정량을 포함하고 규격이나 제조 과정 등이 규정에 맞으면 기능성 화장품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탈모샴푸도 마찬가지다. 덱스판테놀, 비오틴, 엘-멘톨, 징크피리치온 등이 이에 해당된다. 시중에 나오는 탈모샴푸 중 대다수가 해당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어 탈모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름들이다.

탈모샴푸가 효과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다. 성분들이 모든 탈모증에 효과가 있는 건 아니며 세포 대상이나 동물 실험, 제한된 임상 상황에서 실험한 결과와 인체에 적용됐을 때 효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능성화장품 기준 및 시험방법(식약처고시)에 규격이 수재돼 있는 원료성분 5종은 기능성화장품 원료 관리를 위하여 제공하는 정보다. 해당 성분이 탈모 증상 완화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기능성 화장품은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유효성 또는 기능에 관한 근거자료로 기능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대로 넘기기에 탈모샴푸 효과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탈모샴푸와 관련된 제도적 허술함으로 인한 논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화장품법 제13조에 따라 기능성화장품의 안정성 유효성에 관한 심사결과와 다른 내용의 표시 또는 광고는 금지돼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탈모 치료‧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처럼 오인하도록 광고하거나 기능성 화장품 심사 결과와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의약품 안전나라에서 막상 탈모샴푸 제품 정보를 확인하면 대부분 제품의 효능효과에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만 써 있어 구체적인 효과를 알 수 없고, 표현도 모호하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모 증상의 완화’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에 대해 전체 응답자 585명 중 49.4%가 ‘탈모가 덜 진행될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고 응답했고, 22.2%가 ‘탈모 진행이 멈출 것 같다’고 답했다.

또 탈모샴푸의 유효성 심사 대상이 되는 ‘피부나 모발의 기능 약화로 인한 건조함, 갈라짐, 빠짐, 각질화 등을 방지하거나 개선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기준도 모발 굵기·두께 증가, 모발의 성장, 탈모개선 등 의약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문구와 차이가 있는지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렵다. 표현의 차이가 오인을 부르는 상황이다.

식약처에서 부당광고로 적발한 사례 [사진=식약처 보도자료 캡처]
식약처에서 탈모샴푸 광고를 부당광고로 적발한 사례 [사진=식약처 보도자료 캡처]

탈모샴푸 과대광고 및 효과성 논란은 화장품 업계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식약처에서 고시한 성분 외의 새로운 성분을 넣자니 오히려 허가받기 어렵고, 고시한 성분을 넣고, 임상 실험 등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광고하니 효과가 없다는 오해를 받는다는 얘기다.

지난달 한 바이오벤처 기업은 다수의 매체를 통해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업체는 외국 기관에서 임상 결과를 마쳤고, 탈모완화 및 발모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발모효과가 의약외품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기능성 화장품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탈모샴푸를 의약외품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을 애매하게 개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고시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인체적용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효력평가 규정안’이 의약외품일 때의 기준을 그대로 둬 까다롭다는 것. 신기술이나 독자 성분으로 허가 신청하면 오히려 받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형국이다.

광고에 있어서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 지적하는 빠지는 모발수 감소, 모근 강화, 모발 끊어짐 개선, 볼륨감·풍성함의 표현은 관련 규정에 따른 적법한 표현이며, 각각 임상 실험 결과 등의 실증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더불어 법규나 가이드라인에 적합하면서도 고객이 이해하기 좋은 표시광고를 위한 내부 협업 프로세스를 갖추고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탈모샴푸는 광고할 때 다른 제품들에 비해 까다로운 부분이 있지만,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며 “광고 문구에 의약외품으로 오인할만한 소지가 있고, 이를 지적받았다고 해서 제품 자체 효과가 아예 없다고 보는 건 과하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올해 초 진행된 탈모토론회에서도 탈모샴푸 기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탈모시장 자체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제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당시 발표를 했던 김상석 대한피부과학회 교수는 “(탈모방지샴푸의) 성분 자체가 효과가 있는 것과 실제 인체에 적용했을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의약품이 아닌 기능성화장품이라도 탈모증상완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최소한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임상시험을 다시 제도화하고 이를 통해 효과가 있는 제품에만 탈모 증상 완화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만 탈모 증상을 갖고 있는 많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1년 10만명 수준이었던 탈모증 진료 환자는 계속 증가해 2018년 22만5000명에서 2020년 23만3000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병적인 탈모증 환자들에 대한 수치로 유전적 요인으로 탈모를 겪는 인구까지 감안하면 1000만명 정도 된다는 게 학계 추정치다.

그러나 무분별하고 질 낮은 탈모제품의 양산은 천만 탈모인들을 울게 하고 있다. 정부는 탈모샴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개선해 소비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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