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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전쟁…“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 Editor. 류정운 기자
  • 입력 2022.09.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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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류정운 기자]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요즘, 미국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개발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파트너국에 추가적인 규제를 요청하고, 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외경제연구원의 김혁중 세계지역연구센터 미주팀 부연구위원은 27일 ‘미국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규제 영향과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향후 미국이 파트너국으로서 요청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규제를 유도하고, 중국의 AI 반도체 국산화에 대응해 우리도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지난달 26일부터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국 AI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AI 기술개발에 활용도가 높은 고성능 그래픽카드인 엔비디아의 A100, H100과 AMD의 MI250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시행 중인데, 이는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품목들에만 집중됐을 뿐 AI 반도체에 대한 규제에는 미흡했던 이전 수출규제를 보완하는 것이란 평가다.

다만 이번 조치가 모든 그래픽카드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아닐뿐더러 대체품 활용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우회수단도 있는 탓에, 중국의 기술개발에 단기적인 차질을 줄 순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I 연구와 관련성이 높은 슈퍼컴퓨팅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례로 중국의 3대 슈퍼컴퓨터인 선웨이 타이후라이트, 티엔허-2A, 고등연산시스템(ACS)은 모두 이번 수출규제 대상인 그래픽카드를 배제한 채 중앙처리장치(CPU) 형태의 반도체만을 사용하고 있고, 중국 내에서 제작한 반도체로 시스템을 구성 중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의 신생기업 바이렌 테크놀로지는 자사 그래픽카드인 BR100이 엔비디아의 A100과 비교해 다양한 기계학습 알고리즘 수행 시 2배 이상의 성능을 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BR100은 단순히 메모리 대역폭이나 이론상 최고성능을 비교하더라도 이번 수출규제 대상인 그래픽카드에 비해 우월하거나 동급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달 1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권한을 확대해석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억압해 왔다”며 “주요 기술을 독점화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표했다.

이에 미국으로서도 현재의 수출규제가 미흡한 만큼 새로운 규제 조치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로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독점적인 프레임워크에 대한 중국 내 사용을 제한하고 중국의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차단하는 방법이 있으며, 하드웨어 측면에서 고성능 CPU,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주문형 반도체(ASICs) 등에까지 수출허가제를 확대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들 조치는 기술적 어려움, 일관된 규제 마련의 어려움이 있고, 자국 내 반도체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크다. 따라서 미국이 독자적인 규제보다는 파트너국과 협조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김혁중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중국 최신 규격 메모리 수출 금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중국이 자체적으로 초미세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생산이 어렵다는 점에 근거, 삼성전자와 TSMC에 초미세공정을 이용한 중국으로부터의 위탁 생산을 중지할 것을 요청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이 경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며, 따라서 미국의 협조에 응해 대중국 규제에 동참할 경우, 세부 품목을 대상으로 규제를 한정하는 것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나 추가 예상조치는 모두 자국 기업에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중국의 AI 반도체 개발과 활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부족하다”며 “미국은 독자적인 제재만으로 중국의 AI 기술개발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우므로 향후 ‘칩4’와 같은 협의체를 통해 한국과 대만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를 요구할 경우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면서 “AI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트너국으로서 동참하더라도) 이번 수출규제 대상 품목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규제와는 별도로 “프로세서의 연산성능 발전과 메모리 대역폭은 지속해서 AI 기술 발전의 효율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반도체 제조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성능 AI 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란 판단이다. 다행히 현재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 아래 △신경망처리장치(NPU) △지능형반도체(PIM) △시스템소프트웨어 △초거대 AI 시스템 등에 향후 5년간 1조200억원을 투자함으로써 초격차 기술력 확보, 국산 AI 반도체 시장 수요 창출, 차세대 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산학연간 협력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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