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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투자자들 어쩌나, 홍콩H지수 폭락에 가슴만 바짝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10.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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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홍콩H지수(HSCEI)가 6000선을 밑돌면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19조979억원(기초자산이 2개 이상인 경우 중복 계산) 발행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3조8967억원 발행됐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미상환 잔액도 올해 1분기 말 기준 19조7403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ELS 미상환 잔액(62조323억원)의 31.8%를 차지했다.

ELS란 개별주식의 가격 또는 주가지수의 변동과 연계해 만기 지급액이 결정되는 장외 파생결합증권을 말한다. 계약 시점에 만기수익이 확정되며, 조기상환 조건 충족 시 단기간에 높은 수익 실현이 가능하므로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고수익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홍콩H지수(HSCEI)가 6000선을 밑돌면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H지수(HSCEI)가 6000선을 밑돌면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LS와 관련해선 ▲기초자산 ▲배리어 ▲낙인(Knock-in) ▲수익률에 대한 개념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ELS는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와 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 간에 성사되는 일종의 내기 계약으로 볼 수 있으며, 파생상품의 하나이므로 어느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Zero-sum)에 해당한다. 다만 ELS를 판매한 증권사의 경우 손실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헤지(Hedge)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은 국내 한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스텝다운형 ELS의 하나다. 설명을 위해 인용했을 뿐 ELS는 증권사가 만들기 나름이기 때문에 세부 내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스텝다운형은 국내에서 발행되는 대표적인 ELS의 형태로, 정해진 시점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하고, 평가가격이 사전에 정한 가격 수준(배리어)보다 높다면 확정수익을 지급해 조기상환 하는 상품이다. 만약 평가가격이 배리어보다 낮다면 다음 조기상환 평가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조기상환 배리어가 계단처럼 점차 낮아진다고 해서 스텝다운형이란 이름이 붙었다.

예시로 든 ELS [사진=국내 증권사 ELS 안내 캡처]
예시로 든 ELS [사진=국내 증권사 ELS 안내 캡처]

예시로 든 ELS는 유로스톡스50(EuroStoxx50), 홍콩H지수(HSCEI), 코스피200(KOSPI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이들 지수는 각각 유럽, 홍콩, 국내 증시에 상장된 우량 주식들을 모아 만든 주가지수로, 해당 ELS의 가치는 이들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변동한다. ELS는 단일 주식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보다는 이처럼 2~3개의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혼합형 상품이 많다.

해당 ELS는 상환조건으로 ‘85-85-85-80-80-80’을 내걸었다. 앞의 5개 숫자는 조기상환 배리어를, 마지막 80은 만기 배리어를 뜻한다. ELS는 월 지급식도 있으나, 보통은 6개월마다 조기상환 평가일을 갖고, 각 평가일에 명시된 배리어와 기초자산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한다. 예로 든 ELS는 만기 3년 상품으로 만기 이전에 6개월 간격으로 총 5번의 조기상환 기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LS는 최초 가입 시 기초자산 가격을 100으로 보며, 따라서 첫 번째 조기상환 평가일에 3개 기초자산의 평가가격이 모두 최초 가격의 85% 이상이라면 사전에 약속된 연수익률(해당 상품의 경우 세전 10.10%)만큼의 수익을 원금과 함께 지급하고 계약은 그대로 종료된다. 하지만 첫 번째 평가일에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최초 가격의 85% 밑으로 떨어진다면 조기상환에 실패하며, 투자자는 다음 평가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5번의 조기상환 평가일에 모두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만기상환평가일까지 넘어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4가지며, 이때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이 낙인(Knock-in) 배리어를 건드렸는지 여부다.

낙인(Knock-in)이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다’는 뜻이며,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약속한 낙인 배리어를 넘을 경우 해당 ELS는 약속했던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로 바뀌어 버린다. 역으로 말하면 낙인 배리어만 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원금과 수익을 보장받는다.

현재 세 기초자산 모두 낙인 배리어가 45.00%로 설정돼 있다. 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3년의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의 어느 하나라도 낙인 배리어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는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첫 번째 경우의 수다.

하지만 투자 기간 중 어느 하나의 기초자산이라도 낙인 배리어를 넘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령 홍콩H지수가 최초 가격 대비 50% 하락해 낙인 배리어인 45%를 넘어섰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투자자는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되며, 만기 평가일까지 지수가 그 수준에 머무를 경우 원금의 50%를 손실 보고, 나머지 원금 50%만 돌려받게 된다.

다만 해당 ELS는 기초자산이 3개이므로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인 지수에 맞춰 원금손실이 산정된다. 가령 낙인 배리어를 넘어선 이후 지수가 더욱 떨어져 만기 평가일에 각 지수가 80, 70, 40에 도달했다면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인 40에 맞춰서 60%의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식이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어느 하나의 지수라도 상장 폐지될 경우 원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이것이 두 번째 경우의 수다.

물론 3개 지수 모두 낙인 배리어 밑으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다음 조기상환 평가일에 3개 지수 모두 조기상환 배리어 위로 반등한다면 해당 날짜까지의 이자와 함께 원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조기상환 받지 못한 채 만기 평가일까지 가는 경우라도 만기 배리어 위에서 지수가 끝난다면 역시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세 번째 경우의 수다.

하지만 반등은 하되 그 강도가 약해 끝내 만기 배리어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일부 원금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가령 만기 평가일에 각 지수가 120, 90, 60까지 반등했다면, 투자 기간 중 낙인 배리어를 넘어섰으므로 원금손실 조건이 발동된 데다, 만기 평가일에 지수 하나(60)가 만기 배리어(80)보다 밑에 있으므로 40%의 원금을 손실 본다. 이것이 네 번째 경우의 수다.

ELS는 제로섬이므로 투자자에게 손실인 만큼 이는 증권사의 수익으로 귀결된다. 투자자로서는 애초에 낙인 조건이 없거나 낙인 배리어가 낮은 ELS를 선택할수록 안전하다. 다만 배리어가 낮아질수록 손실확률이 줄어드는 대신 제시되는 수익률이 낮아지는 건 감수해야 한다.

ELS 이슈는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데, 근래 들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홍콩H지수의 폭락세가 유난하기 때문이다. 국내 발행되는 ELS의 상당수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데, 홍콩H지수는 지난해 2월 1만2000대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개월이 지난 10월 현재 5700대까지 떨어졌다. 하락률로만 보면 -50%가 넘는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2월 1만2000대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개월이 지난 10월 현재 5700대까지 떨어졌다. 하락률로만 보면 -50%가 넘는다. 사진은 홍콩H선물. [사진=인베스팅닷컴 제공]
홍콩H지수는 지난해 2월 1만2000대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개월이 지난 10월 현재 5700대까지 떨어졌다. 하락률로만 보면 -50%가 넘는다. 사진은 홍콩H선물. [사진=인베스팅닷컴 제공]

그렇지 않아도 국내 증권사에서의 ELS 원금손실 공지가 심상찮다. 지난 9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삼성증권은 원금손실 위험이 공지된 ELS 16개 중 9개가, KB증권은 18개 중 10개가, NH투자증권은 19개 중 10개가 홍콩H지수 관련 ELS인 걸로 나타났으며, 이외 다른 증권사들에서도 홍콩H지수 관련 ELS 비중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서두에 언급했듯, 지난해 한 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액만 19조원에 달했다. 지수가 지금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었을 때 발행된 ELS인 만큼, 당시 ELS 투자자 상당수가 현재 원금손실 위험에 직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 당시 이들 대부분은 홍콩H지수가 지금처럼 폭락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며, 단지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일반적인 예·적금 수익보다 훨씬 높은 ELS 수익률에 혹해 투자를 감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홍콩H지수는 8200대를 기록했는데, 당시를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현재 홍콩H지수는 -30%대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많은 ELS 상품의 낙인 배리어가 40~50% 수준에서 설정된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지난해 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했더라도 지수의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일단 낙인 배리어를 찍는다면 웬만큼 반등하지 않고서야 투자자들의 손실률은 급격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 등 거시적인 상황은 결코 투자자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으며,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가 고통을 겪고 있겠으나, 만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ELS에 투자한 이들의 심정은 다른 누구보다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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