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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의 네이버’는 어디일까?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10.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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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인터파크, SK엔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내벤처라는 점이다. 네이버는 삼성 SDS의 사내벤처였다. 삼성SDS에 다니던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인터넷서비스’ 사업팀을 꾸렸고, 1999년 네이버컴으로 독립, 국내 최대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했다. 인터파크도 1996년 LG데이콤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졌고, SK엔카도 SK 사내벤처로 출발한 기업이다.

예전에는 주로 산업계에서 많이 했던 사내벤처가 요즘에는 식품업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사내벤처를 확장하며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일환 중 하나로 풀이된다.

익사이클 바삭칩 팝업 스토어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익사이클 바삭칩 팝업 스토어 [사진=CJ제일제당 제공]

◆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하여’,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이노백(INNO100)’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혁신에 몰입하는 100일’이라는 의미의 이노백은 입사 3, 4년차 직원들의 호응 속에서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그램에 지원한 직원들은 기존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100일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에만 몰입할 수 있고, 최종 사업화가 결정되면 양산화 검증에 착수하며, 사내 독립조직과 기업분할까지도 가능하다.

사업화된 사내벤처 중 하나인 푸드 업사이클링은 지난 4월 ‘익사이클 바삭칩’을 선보였다. 깨진 쌀, 콩비지 등 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제품으로 포장재는 쓰고 버린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적 가치를 높였다. 사내벤처의 빠른 의사결정 덕에 기존 1년 넘게 걸리는 제품 출시과정을 절반으로 단축했고,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 물량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푸드업사이클링은 지난 7월 ‘익사이클 바삭칩’을 소개하는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의 또 다른 사내벤처인 얼티브(ALTIVE)는 식물성 대체음료를 만든 팀이다. 이들은 ‘사람과 지구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얼티브가 만든 100%식물성 비건 음료 ‘얿티브 플랜트유’는 연남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고, 크라운드 펀딩, 올리브영 등을 통해 소비자와 만난 바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노백은 CJ제일제당이 스타트업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며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현재 기수에 따라 운영하고 있고, 그중 사업화가 된 케이스는 두 팀이 있다”며 “사업 초기다 보니 전 유통채널로 가진 않고 올리브영 등 MZ세대 수요가 많은 채널 위주로 여러 가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 [사진=오뚜기 제공]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 [사진=오뚜기 제공]

◆ ‘아주 특별한 시도’, 오뚜기

‘참치 없는 참치 통조림.’

외관은 틀림없는 참치 통조림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콩이다.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는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물성 참치다. 지난 6월 출시된 이 제품은 오뚜기 사내 스타트업인 언피스크(UNFISK)109가 만들었다.

언피스크는 참치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체 수산물을 만들고자 했고, 오뚜기 SF연구소와 손잡고 연구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크라운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언피스크는 지난 7월엔 ‘2022 코리아 비건페어’에 참가했고, 이달에는 ‘광주식품대전’에 나서며 남다른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주력사업은 공격적으로 하기에 부담이 있지만, 사내 스타트업은 젊은 감각을 기반으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사업들을 시도할 기회가 된다”며 “최근에는 사내벤처뿐 아니라 서울창조혁신센터와 함께 ‘스타트업 오픈 스테이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민규 롯데제과 신사업담당 매니저, 김성균 고영우 대표, 김성균 스탠드에그 대표  [사진=롯데제과 제공]
(왼쪽부터) 박민규 롯데제과 신사업담당 매니저, 김성균 고영우 대표, 김성균 스탠드에그 대표  [사진=롯데제과 제공]

◆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자’, 롯데제과

보통 기업의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사내벤처팀을 꾸리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상관없는 분야를 사업으로 설정한 경우도 있다. 롯데제과의 스탠드에그가 그 예다.

롯데제과는 사내벤처 ‘스탠드에그(Stand Egg)’를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고 26일 밝혔다. 스탠드에그는 지난해 5월 모바일 게임 사업을 목적으로 창업한 롯데제과의 1기 사내벤처다.

스탠드에그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고양이정원’은 지난 5월 론칭해 9월까지 약 14만명의 유저가 이용하고 있다. 퍼즐게임의 한 장르인 머지(Merge)형식을 활용한 게임이다. 또 게임을 진행하면서 쌓이는 재화를 롯데제과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업 간의 시너지를 고려했다. 롯데GRS와도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게임에서 모을 수 있는 쿠폰을 바탕으로 ‘치즈스틱’, ‘도넛’ 등을 교환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스탠드에그는 기존 당사 사업과 관련성은 낮지만, 제과 제품을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5억원 지분투자도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내벤처를 활용해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육성할 뿐 아니라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존에 식품회사가 하기 어려운 사업도 시도하면서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노백 프로그램 운영 취지가 직원들의 도전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함으로써 ‘혁신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미래준비를 가속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전폭적 지지와 지원 하에 자기 주도적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

앞서 CJ제일제당 이노백에 참여한 얼티브 플랜트유 관계자의 후기다.

이처럼 사내벤처는 기업 입장에선 경직된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확보하는 데 효과가 있고, 직원은 안정적인 회사 안에서 자유롭게 창업해볼 기회를 얻는다.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사내벤처가 앞으로 식품기업에 효자노릇을 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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