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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기업은] 애경산업, ‘자리’가 ‘기업’을 바꾸다?!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11.2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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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삶의 이야기가 있듯, 기업에도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궈온 역사와 앞으로 만들어갈 스토리가 있습니다. 기업은 멀리 떨어진 주체가 아닌,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동반자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기업에 몸담고 있고, 다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죠. [지금 우리 기업은]은 그런 기업의 이야기, 이모저모를 듣고자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들 이웃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편집자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있잖아요. 그게 회사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회사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자리라니?! 홍대로 본사 사옥을 이전한 지 4년이 넘은 애경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애경산업은 1985년 창립 이후 서울 구로구에 있는 미성빌딩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홍대입구역 근처에 ‘애경타워’를 건설하면서 2018년 8월 현재 사옥으로 들어가게 됐다. 당시 애경그룹은 통합사옥 건설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고 ‘홍대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대입구 근처에 위치한 애경타워 [사진 = 연합뉴스]
홍대입구 근처에 위치한 애경타워 [사진 = 연합뉴스]

“예전에는 빨간색 벽돌의 구식 건물을 사용했어요. 애경산업이 소비재로 알려진 기업인데도 본사 사옥은 크지 않았죠. 애경케미칼이나 다른 사업들이 다 분리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홍대로 이전하고 나서는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좋은 일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오죽하면 홍보팀 지인이 놀러 왔다가 회사를 앞에 두고도 못 찾았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대 이전 이후 애경산업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 뷰티기업으로의 성장

2018년 여름, 사옥 이전 후 애경에는 많은 일이 생겼다. 기존에는 치약, 샴푸 등 생활용품을 파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그 해 화장품 부문 매출이 올라오면서 드디어 ‘뷰티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 특히 에이지투웨니스 견미리 팩트가 대표적인 히트 아이템으로 꼽히면서 인기를 누렸다. 2016년까지만 해도 애경산업의 생활용품과 화장품 매출 비중은 각각 73%, 27%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8 각각 사업부별 매출비중은 49%와 51%로 오히려 화장품 부문이 생활용품을 제치게 됐다. 연간 매출액도 약 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후 애경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2018년까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 안쪽이었던 애경산업은 2019년 처음으로 매출의 2%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애경중앙연구소를 바탕으로 2019년에는 2.14%, 2020년 2.39%, 지난해에는 2.46%까지 올라갔다. 현재까지 누적된 애경산업의 국내 출원 특허 개수는 507건, 국내 등록 특허 개수는 261건이다. 올해에도 국내에서 특허출원 25건을 마쳤고, 10건 등록됐다. 

◆ 조직문화 변화

애경산업은 사옥 이전 후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했다. 우선 직급체계를 없애고, ‘님’ 호칭을 사용하게 됐다. 주변 환경이 바뀌자 직원 복장도 바뀌어 갔다. 기존 양복 차림으로 출퇴근하던 직원들이 하나둘 옷을 자유롭게 입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름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원도 많을 정도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홍보팀 관계자는 머리를 일명 ‘예수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멋있게 길러서 파마한 그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그는 “대표님이 염색약 만드는 회사니까 염색도 한번 해보라고 권할 정도”라며 “사내에 각양각색 머리를 한 분들이 계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애경산업은 자율재택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다. 많은 중견기업들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재택근무 하다가 사무실 근무로 원상 복귀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거기다가 자율좌석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출근할 경우 원하는 좌석을 선택해 앉으면 된다. 

불필요한 의사결정 단계도 많이 줄였다. 예전에는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여러 번의 의사결정을 거쳐야 했다면 지금은 축소됐고, 조직문화 자체가 유연해졌다는 설명이다. 연말 마지막 주에는 전 직원이 휴가를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것 또한 애경산업 조직문화의 장점이다. 이것이 바로 애경이 꿈꾸던 홍대 효과였을까?

[사진=애경그룹 홈페이지]
애경산업 CI [사진출처=애경그룹 홈페이지]

◆ 제2의 도약을 꿈꾸다

다만 호시절은 금방 지나갔다. 시장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함에 따라 애경산업 화장품 부문도 영향을 받게 됐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역직구가 막히며 실적이 떨어졌고, 거기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화장품 수요가 감소했다. 특히 대표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가 중국 봉쇄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다른 화장품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애경산업에도 중국시장은 버리려야 버릴 수 없는 카드인 건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애경산업은 소비자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우선 중국시장의 경우 기존과 다르게 판매 채널을 다변화했다. 중국 전통 온라인 채널인 티몰, 징둥닷컴 외에도 틱톡과 콰이쇼우 등으로 저변을 넓혔다. 틱톡과 콰이쇼우는 중국의 양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다. 중국 MZ세대 공략을 강화한 것.

애경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인구가 많고, 인종이 같아서 국내에서 파는 제품을 팔아도 잘 팔리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게다가 계속 성장할 시장이고 중국 내 전체적인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중산층이 늘어난다면 뷰티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5월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의 지분 70%를 140억원에 인수했다. 애경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한 건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2019년 론칭한 스킨케어 기반 화장품 회사 원씽은 일본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다. 청년사업가들이 만든 이 브랜드는 핵심 성분 함유량은 높이고 불필요한 가격 상승 요소는 배제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애경산업은 기존 원씽의 젊은 감각과 색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개별 법인으로 독립 운영하고 있으며, 애경의 포트폴리오 중 스킨케어 부문 강화를 꾀하고 있다. 

또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본인의 SNS에 홍보하는 서포터즈를 모집해 접점을 늘리는 등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그 덕분일까? 시장 상황이 나아지자 애경산업 실적도 같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애경산업은 화장품업계 양대 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고전하는 가운데에서도 호실적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애경산업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6.1% 증가한 152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61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1% 늘어났다. 화장품 사업의 3분기 매출액도 9.4% 증가한 551억, 영업이익도 62% 증가한 87억원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도 어느 정도 있었고, 글로벌 신규 채널에 진출해서 매출이 늘었다”며 “앞로도 화장품 비중을 다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사옥 이전 4년, 그동안 전략도 조직문화도 바뀌었다면 이제는 한방을 보여줄 시점이 아닐까? 애경산업이 다시 한 번 홍대신화를 꿈꿀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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