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화물연대 현장 복귀 끌어낸 '원칙대응'까지 평행이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12.09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16일째 이어지던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풀렸다. 화물차 기사의 최소 운송료를 보장하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갔던 화물연대가 정부의 초고강도 대응에 파업 동력이 떨어지면서 출구전략으로 택한 총투표에서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정부가 화물연대에 ‘선 복귀 후 대화’를 촉구해 왔지만 파업 감행으로 국민경제에 끼친 영향이 큰 만큼 당·정이 마련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조차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당분간 노정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9일 총파업 철회 여부를 두고 진행한 전체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파업 종료 및 현장복귀 찬성 표가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조합원 3574명(전체의 13.67%)이 투표한 가운데 2211명(61.82%)이 파업 종료에 찬성하면서 올해 두 번째 파업은 마침표를 찍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0시 시작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운송 거부는 15일 만에 공식 종료되면서 화물 운송은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파업 종료 성명을 통해 "지역본부별로 해단식을 진행하고 현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안전운임제 일몰 폐기와 품목 확대를 앞으로도 지속해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화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동료·시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향한 여정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는 19년의 간격을 두고 ‘평행이론’처럼 닮은꼴이었다. 새 정부 출범 첫 해 두 번씩이나 운송거부 사태가 발생한 것도 그랬고, 정부가 첫 혼란을 반면교사 삼아 두 번째 사태에서는 타협 없는 고강도의 ‘원칙 대응’으로 똑같이 16일째 이어지던 사태를 끝냈다는 점까지 비슷했다.

2003년 4월 한 화물차주가 운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빚 고민 끝에 세상을 등진 사건을 계기로 전국 화물차주들이 물류 수송을 중단하는 1차 화물연대 파업이 그해 5월 2~15일 이어졌다. 참여정부 출범 두 달여 만에 물류 차질이 빚어지자 노무현 정부는 경유세 관련 보전 확대 등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전폭 수용해 사태를 갈무리했지만 석 달 뒤 파업이 재연되자 강경모드로 대응했다.

8월 21일부터 운송료 인상 협상 결렬을 이유로 최장기간(16일간) 이어진 2차 파업에 대응해 노무현 정부는 대화를 거부한다면 단호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처밖에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며 업무 복귀를 거부하는 화물차주들에게 대해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카드 등으로 압박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물류 같은 국가 주요 기능을 볼모로 집단이익을 관철하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내각에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화물연대는 19년 뒤 다시 두 번이나 파업 시계 버튼을 눌렀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7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운송 거부에 나서자 윤석열 정부는 노사관계에 정부의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론을 유지하다가 물류 혼란이 가중되자 협상 테이블에 앉아 8일 만에 사태를 봉합했다.

당시 안전운임제 합의에 대한 정부와 화물연대의 시각차가 일몰 한 달여를 앞두고 커지자 지난달 24일부터 다시 화물연대는 운송거부에 돌입했다.

첫 사태와 달리 이번엔 초반부터 정부는 강공으로 일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파업 담합’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등 전방위로 압박 수위를 높인 가운데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유산’을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 화물연대발 물류 대란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화물차 기사에게 운송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한 ‘업무개시명령’이 그것이다.

윤 대통령은 집단 운송거부 발생 5일 만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사상 최초로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6월 운송거부 사태의 피해 규모(정부 추산 1조2000억원)보다 배 이상으로 피해가 확산하자 철강·석유화학 분야에도 2차 업무개시명령을 추가하는 등 압박 수위를 초고강도로 높이며 '선 복귀 후 논의‘ 스탠스를 유지했다.

두 차례의 업무개시명령으로 현장에 복귀하는 화물차 기사들이 늘어나면서 파업 동력을 잃은 화물연대가 스스로 파업대오를 풀었지만 경제의 동맥인 물류를 담보로 한 일방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또한 19년 전처럼 파업을 계기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서 파업 이후 업무복귀를 강제할 수 있도록 입법화화한 것처럼 윤석열 정부도 정상적 운송을 하는 화물차주를 방해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취소하고, 자격 취소 시에는 2년 내 재취득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화물운수사업법 개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엔 여야 합의로 업무개시명령을 제도화할 수 있었지만, 현재 여야간 극한대치의 정가 기류로 볼 때 난항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공영차고지에서 화물연대 광주본부 조합원이 총파업 종료 및 현장 복귀 찬반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시진=연합뉴스]
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공영차고지에서 화물연대 광주본부 조합원이 총파업 종료 및 현장 복귀 찬반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시진=연합뉴스]

2020년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일몰되면 화물차 기사들에게는 최소임금인 제도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하고 품목 확대는 추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여당에 이에 반대하자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를 통해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단독 의결, 독자 추진 의지를 보였다.

법안이 거대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부딪힌다면 제도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어 독자 추진은 자칫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해를 넘기기 전 극적으로 제도 연장에 합의를 이루더라도 화물연대의 또 하나 핵심 요구사항인 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매듭이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정부는 ’그냥은 넘어갈 수 없다‘는 스탠스로 돌아섰다. 당정이 지난달 22일 일몰제를 3년 더 늘리자고 도출해낸 해법을 화물연대가 거부해 물류 차질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만큼 현장 복귀 결정에도 그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입장문을 내고 "3년 연장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운송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그동안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와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지난 16일간의 운송거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론 제기로 강경한 입장을 이어갔다.

운송거부 장기화에 따른 물류 대란의 위기를 넘기며 ’국회의 시간‘을 맞게 됐지만 노정의 입장차가 커서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접점찾기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