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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뭘 먹으며 봤니? 월드컵 특수에 대하여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12.1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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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 비록 토너먼트에서 브라질에 패했으나 국가대표 선수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난 7일 귀국했다. 그런데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월드컵 16강에 미소 지은 곳이 있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월드컵 특수를 맞은 업계와 기업들이다.

본래 월드컵 특수는 예전부터 관심을 모아왔다. 대표적인 예가 ‘치맥(치킨+맥주)’이다. 축구하면 응원, 응원하면 치맥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이 열린 24일 오후 대전 시민들이 대전 서구 갈마동 한 치킨집에서 경기를 중계를 기다리며 국가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이 열린 24일 오후 대전 시민들이 대전 서구 갈마동 한 치킨집에서 경기를 중계를 기다리며 국가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치킨 프랜차이즈 빅3인 교촌에프앤비와 bhc그룹, BBQ제너시스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교촌에프앤비는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전 당시 가맹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주 대비 1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hc그룹 역시 2차전 가나전 전일 가맹점 매출이 전월 동일 대비 297%, 전주 동일 대비 312%, 전년 동일 대비 213% 증가했다고 밝혔다. BBQ제너시스에 따르면 16강전 브라질전은 오전 4시였음에도 불구하고 평시 월요일 매출보다 24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맥주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편의점 빅3(GS25, CU, 세븐일레븐) 가나전 당일 맥주 매출은 직전 2주 대비 195% 급증했고,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이 열린 지난 3일에도 주요 주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마트24에 따르면 포르투갈전 하루 전인 2일 피크타임(20~24시) 매출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맥주 매출이 월드컵 기간을 제외한 직전 주 대비 161%나 뛰었다. 이는 주가에도 잘 반영돼 나타난다. 하이트진로는 16강전 하루 전인 5일 2만6350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전일 대비 0.76% 증가한 수치다. 롯데칠성도 같은 날 전일 대비 1.30% 증가한 15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또 당초 예상과 달리 특수를 누린 업계도 나와 흥미를 더하고 있다.

사실 TV는 월드컵을 포함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의 최대 수혜 상품으로 꼽혔다. 롯데하이마트에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직전 한달 간 판매된 대형 TV 판매량이 모두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한 것이 특수를 증명한다. 하지만 올해 TV 시장 침체기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인한 실내 활동 저하 등이 겹치며 TV와 같은 대형 가전 수요가 줄어들었고, 이태원 사고 등으로 마케팅 활동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월드컵 효과를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나 겨울 월드컵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하며 이득을 봤다. 이번 월드컵은 여름에 열리는 다른 대회와 달리 겨울에 개막했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 지난달 말부터 갑작스럽게 한파가 찾아오며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집관족’이 증가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28일 최근 일주일 간 판매된 TV 매출액이 전주 대비 20% 증가했고, 국가대표팀 첫 경기 후 3일인 25~27일 사이는 전주 같은 기간보다 약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자랜드 또한 지난달 21~27일 TV 매출액이 직전 일주일 대비 10% 증가했다. 특히 대표팀 첫 경기 이후 3일 동안 매출액은 전주 대비 8% 늘어났다.

CJ CGV도 비슷한 이유로 수혜를 톡톡히 봤다. 축구팬들이 집에서 경기를 보느라 영화 관람객이 줄 것이라 걱정했으나, 월드컵 극장 생중계권을 단독 확보하며 극장을 응원장으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

영화관 응원은 따뜻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하며 응원 열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한 축구팬 A(27)씨는 “처음 영화관에서 월드컵 경기를 봤다. 지난 대회 땐 광화문 거리 응원을 하거나 지인들과 술집에서 봤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요즘 날씨가 추워져 축구팬들이 쾌적한 장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 프라이빗 박스에서도 볼 수 있어 소중한 사람들끼리 찾아도 좋아 보인다. 영화관이 이러한 수요를 잘 잡은 것 같다”고 영화관 응원 메리트를 설명했다.

CGV 관계자도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조별리그 기준 전국 90여개 극장에서 4만7000여석 규모로 생중계가 진행됐으며, CGV 용산아이파크몰은 대부분 매진이었고 주요 극장에 한해 좌석 점유율이 70%가 넘는 곳도 있었다”면서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서 함께 응원했다. 또 영화 좌석 판매율보다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이를 통해 영화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등 시너지가 좋았다”고 귀띔했다. 주가 상승도 두드러졌다. 조별리그 1차전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CGV는 1만6200원에 장을 마쳤으나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 9일 2만950원까지 치솟았다.

가나 초콜릿 [사진=롯데제과 제공]
가나 초콜릿 [사진=롯데제과 제공]

더불어 축구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치맥만 먹은 것이 아닌 걸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 한국 경기는 대부분 늦은 밤과 새벽 시간대였다. 특히 브라질전은 화요일 새벽 4시로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피곤에 찌든 채로 출근, 등교하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주목을 받은 건 고(高)카페인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다. 편의점 CU에선 브라질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5일 저녁 8시부터 6일 0시까지 에너지 드링크 매출이 월드컵 시작 전인 3주 전 대비 3.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24도 월드컵 기간 제외한 직전 주인 지난달 14일과 비교했을 때 5일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에너지 드링크가 56%, RTD(Ready To Drink) 커피가 26%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주로 아침 시간대에 매출이 높은 상품들이 이례적으로 야간에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한 건 새벽 경기를 응원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분석된다.

의문의 1승을 챙긴 곳도 있다. 바로 롯데제과다. 16강 진출에 기여한 가나의 선전에 보답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가나 초콜릿’ 구매로 ‘돈쭐(돈을 들여 물건을 구매해 혼쭐을 내준다는 뜻)’을 냈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리고 난 뒤인 3~4일 가나 초콜릿 매출은 2주 전 대비 30~50%가 뛰었다. CU의 가나 초콜릿 매출은 11월 18~19일 대비 54.8%가 증가했고, 같은 기간 GS25는 46.5%, 이마트24는 34.0% 증가세를 보였다.

그동안 롯데제과는 초콜릿 시장 확대를 위해 초콜릿 효능에 대한 홍보를 지속했다. 국내 초콜릿 판매 1위 기업으로서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가나의 선전이 이들의 노력에 힘을 보탠 꼴이 되며 롯데제과는 신바람을 내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토너먼트 진출 확률 9%를 뚫고 기적을 써냈다. 이들 덕분에 침체에 빠져있던 유통업계 및 기업도 월드컵 특수라는 큰 수혜를 누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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