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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공포는 소액주주 몫?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12.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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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동국제강의 인적분할 추진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가 예정됨에 따라 투자자 사이에서 공포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특히 관련 공시가 지난 금요일 장 마감 이후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은 제대로 된 대응도 못 한 채 한 주의 시작부터 주가 폭락이라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12일 1만3400원으로 시작한 동국제강 주가는 장 초반부터 폭락세를 이어가며 전 거래일 대비 9.67% 폭락한 1만2150원에 마감했다. 13일 오전 10시 현재도 전날보다 4.1% 하락한 1만1650원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기존 열연 사업 부문을 동국제강(가칭), 냉연사업 부문을 동국씨엠(가칭) 각각의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해 동국홀딩스(가칭)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고 지난 9일 공시하면서다. 해당 안건에 관한 임시주주총회는 내년 5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동국제강의 인적분할 추진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가 예정됨에 따라 투자자 사이에서 공포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국제강의 인적분할 추진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가 예정됨에 따라 투자자 사이에서 공포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국제강은 이번 분할을 통해 각 사업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전문성과 고도화를 추구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의 안정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및 ESG 경영을 꾀하고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화를 제고하고자 이번 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장선익 전무의 승계 준비절차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분할 건과 경영 승계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며 “승계와 관해서는 검토하고 있는 바가 전혀 없으며 둘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동안 인적분할이 총수 일가 등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빈번히 사용돼온 만큼 이번 동국제강의 분할 역시 해당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은 기존 모회사에 자사주가 있을 경우 소위 ‘자사주 마법’으로 불리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지주사로의 전환과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돼왔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보유한 기존 회사는 그 지분율만큼 분할 자회사 신주를 배정받게 되는데, 이것만으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상장사의 경우 자회사 지분율 30% 보유)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지주사로서는 자회사 지분을 더 매입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때 돈을 주고 주식을 매입하는 대신 총수 일가로부터 자회사 지분을 받는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 넘긴다고 하여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불리게 됐다.

동국제강이 인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증권 제공]
동국제강이 인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증권 제공]

결과적으로 총수 일가는 지주사 지분이 분할 전보다 대폭 늘어나게 되고, 이를 통해 지주사는 물론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기존 소액주주들은 지분율 희석으로 주주가치 변동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적분할 시 소액주주 권리를 위해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 다양한 투자자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동국제강은 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해 “각 분할 신설회사의 경우 그 주권이 증권시장에 재상장되는 것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해당 사항이 없다”고 명시한 상태다.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방안과 관련된 질문에 동국제강 관계자는 “분할 결정을 위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을 뿐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세부적인 방안 마련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다만 최근 ESG 경영이나 다양한 사회적 요구들이 기업에 요구되고 있는 만큼 이에 부응하기 위해 분할 확정시 차후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주가치를 위한다는 이유로 분할 결정을 내렸다는 동국제강. 정말 주주가치를 위하는지는 이듬해 5월 임시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통과된 이후 회사가 제시할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금요일 장이 마감된 이후에야 분할 공시를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과연 사측이 말하는 주주가치 제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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