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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과 구직난의 미스매치, 그 불편한 진실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12.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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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구인난 vs 구직난.

한쪽에서는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많은 경제활동이 으레 그렇듯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자연히 해결되리라 여겼던 이러한 미스매치가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기업 인사 담당자도, 예비 취업자도 모두가 어려움에 빠진 요즘이다.

#01. 기업들은 구인난에 허덕? 사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두 번 실시하는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국내 5인 이상 사업체 전체 구인인원 중 채용되지 못한 인원 비율인 미충원율은 2018년 상반기 10.7%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19년 하반기까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다가 코로나가 들이닥친 2020년 상반기 7.4%까지 급감했다. 그러나 같은 해 하반기 분모에 해당하는 구인인원의 급감으로 10.5%를 회복했고 이후 구인인원의 증가에도 불구, 올해 상반기 13.6%까지 치솟았다. 다시 말해 기업이 100명의 인원을 구했다면 그중 14명이 충원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원의 절대 규모로 보면 사태가 좀 더 심각하게 체감된다. 반기 기준 5인 이상 사업장의 미충원 규모는 2018년 8만~9만명 수준에서 2019년 7만명대로 떨어졌다가 2020년 5만~6만명까지 급감했다. 그러다 지난해 상반기 8만명대를 회복, 하반기에 10만명을 넘어섰고, 급기야 올해 상반기 13만1785명까지 확대되며 코로나 직전 대비 2배가량 껑충 뛰었다.

올해 상반기 조사에서 기업들이 꼽은 미충원 사유로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3.7%)이 가장 많았고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19.0%)이 그다음이었다. 국내 HR 전문기업 사람인이 지난해 하반기 인원 채용에 실패한 기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복수응답)에서도 이와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당시 기업들이 꼽은 미충원 사유로는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가 없어서(60%)가 가장 많았고 △지원자 모수가 너무 적어서(45.9%) △입사한 직원이 조기 퇴사해서(29.3%)가 뒤를 이었다.

구인난과 구직난의 미스매치가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구인난과 구직난의 미스매치가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02. 예비 취업자들은 구직난에 허덕? 글쎄

고용노동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2년 11월 고용동향’을 살펴보자. 15~64세 고용률은 지난 11월 69.0%로 전년 동월 대비 1.5%포인트(p) 상승했고, 전체 실업률은 같은 기간 2.6%에서 2.3%로 0.3%p 감소했다. 이는 최근 5년 중 고용률은 최고치, 실업률은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1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포함하는 고용률과, 최근 4주간 구직활동을 안 한 구직단념자를 실업자에서 배제하는 실업률의 통계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앞의 결과는 구직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젊은층 고용률은 감소했음에도 고령층 고용률이 잔뜩 늘어 발생한 통계상 착시라는 주장도 있다. 과연 사실일까?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20세 이상 성인 고용률을 살펴보면, 소폭 하락한 40~49세 고용률을 제외하고는 전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일제히 증가했다. 특히 MZ세대에 해당하는 20~29세 고용률은 2017년 57.6%에서 지난 11월 60.2%로, 30~39세 고용률도 같은 기간 75.3%에서 78.1%로 크게 늘었다.

실업률 역시 구직난과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5년간 실업률은 전 연령층에서 획기적으로 감소했는데, 특히 20~29세 실업률은 2017년 9.9%에서 올해 11월 5.9%로, 30~39세 실업률도 같은 기간 3.3%에서 2.5%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휩쓴 2020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연달아 60만명을 웃돌았던 구직단념자 수도 지난 11월 39만명까지 급감하며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03. 체감 구직난은 달라!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 왜 구직난이란 말이 회자하는 것일까?

그 답은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주관적인 설문조사에서 찾는 게 더 적합하다. 올해 상반기 사람인이 구직자 2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거의 전부(97.1%)가 구직난이 여전하거나 심화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구직난의 원인(복수응답)으로 △지원할 만한 공고가 적어서(54.8%) △기업별 채용하는 인원수가 많지 않아서(41.1%) △지원 경쟁률이 높아져서(39%) △양질의 일자리가 적어서(36.9%)를 꼽았다.

구직난의 지속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전원이 ‘구직난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이유로는 △수시채용 확대로 전체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 같아서(75.3%)가 가장 많았고 △실제 입사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적어서(47.2%)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경영 환경이 어려워서(35.6%)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사람인 관계자는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실제로 절대적인 채용 규모가 줄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공채의 경우 신입을 많이 뽑는 반면 수시채용은 그 대상이 대개 경력직에 국한된다”면서 “결과적으로 신규 취업 준비생은 채용의 벽을 느껴 구직난이라고 느낄 수 있고, 중소기업으로서도 경력직에 제시할 수 있는 처우나 복지가 대기업보다 떨어지다 보니 경쟁에서 밀려 구인난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HR 전문기업 인크루트 관계자도 이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도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신입을 뽑아 처음부터 가르쳐 키우겠다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곧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중고신입(경력이 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실제 경기 침체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까지는 그나마 고용이 수반된 침체였지만 내년에는 경기가 악화하며 고용이 더 줄어 구직난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고용은 경기 후행 지표다 보니 통계 반영 시점이 늦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해마다 증가하는 조기퇴사 비율과 짧아지는 근속연수 역시 구인난과 구직난을 심화하는 요소로 추정된다. 사람인이 지난 7월 11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입사 1년 이내 조기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84.7%가 ‘조기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0년 64.6%, 지난해 74.6%에서 다시 한 번 증가한 수치다. 또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25~29세 청년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001년 2.9년에서 지난해 2.3년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30~34세의 평균 근속연수(4.9년→4.1년)와 35~39세의 평균 근속연수(7.1년→6.3년)도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수시채용 이면에서는 어느덧 ‘수시퇴사’가 일상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조기퇴사의 증가와 근속연수의 단축은 ‘체감되는’ 구인난과 구직난 모두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직원을 계속 뽑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인재에 늘 목마를 수밖에 없으며, 기업의 채용 횟수가 빈번해진 만큼 다양한 기업을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된 직장인들로서도 현 직장의 열악한 환경이 더욱 도드라져 보여 금세 구직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인과 인크루트 같은 채용 플랫폼의 발달, 또 잡플래닛과 블라인드 등 다양한 기업정보 플랫폼의 발달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하는데 한몫했다.

구인난과 구직난. 이처럼 상반되는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구직자, 채용 플랫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구인난과 구직난. 이처럼 상반되는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구직자, 채용 플랫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04. 구인난과 구직난의 실타래,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그럼 구인난과 구직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구직자는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높은 처우를 바란다면 그에 부합하는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업 역시 무작정 높은 스펙, 화려한 경력을 갖춘 지원자를 찾기보다는 회사가 처한 상황과 미래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채용 플랫폼 관계자들의 조언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사람인 관계자는 기업과 구직자가 중요 정보를 명확히 공개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많은 기업이 채용 플랫폼을 통해 구직자의 이력 사항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반면, 연봉이나 근무환경, 직무 등 정작 구직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사람인 플랫폼에서도 연봉을 공개한 기업은 전체의 3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회사 내규에 따름’ 또는 ‘추후협의’ 등으로만 명시해 구직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도 현직자의 브이로그나 직무 설명 콘텐츠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회사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채용 브랜딩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를 통해 구직자들은 전에는 몰랐던 기업의 비전이나 조직문화 등 다양한 측면을 접할 수 있고, 이는 지금 당장 높은 연봉이나 복지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기업이라도 구직자들의 눈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비치게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구직 당사자보다는 채용절차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흥미를 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공채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기업의 채용 기간이 겹치기 때문에 한 번에 다수의 이력서를 쓰다가 포기하는 지원자가 많다”면서 “가족 사항이나 부모 재산 등 불필요한 내용, 면접 때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 등은 제외하게끔 이력서를 간소화만 해도 훨씬 많은 지원자가 더 쉽게 지원할 수 있어 기업과 구직자 간 접점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인크루트가 이달 초 MZ세대 구직자 5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좀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것으로 ‘이력서 자기소개서 분량 축소’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현재 젊은층 다수가 평생직장 개념 없이 자유롭게 이직하는 만큼 입사 지원에 할애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바람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인난과 구직난. 이처럼 상반되는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구직자, 채용 플랫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기업과 직원 모두 채용 과정에서뿐 아니라 채용 이후에도 서로 소통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야말로 조기퇴사를 줄이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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