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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의 문제점과 슬기로운 소비자 생활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1.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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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잘못 사면 먹고 배탈 날 수도 있으니.” (pepe****)

“이건 영업자, 소비자를 떠나 둘 다 막심한 피해를 보게 된다.” (tvbj****)

계묘년 새해를 맞아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된 가운데, 시행 열흘 만에 이를 두고 잡음이 하나 둘씩 터져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부터 식품에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부터 식품에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날짜 표시법을 지난 1일 자로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꿨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건강상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소비자가 실제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한다. 원래 식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 및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뜻하는 유통기한을 사용했으나, 소비기한을 사용하는 국제적 추세와 탄소 중립 실현 기여 등 실효성을 이유로 전환하게 됐다.

소비기한 표시제의 긍정 효과로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유통기간 경과로 인한 식품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식약처의 ‘소비기한으로 시작되는 반가운 변화’ 자료에 따르면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으로 식품 폐기가 줄어들 경우, 기업 편익은 260억원, 연간 소비자는 8860억원의 기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또 해당 편익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 발생 편익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감소, 탄소 배출 저감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제도의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비용 손실과 안전 리스크가 부가되는 주체의 반발은 필연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먼저 당장 식품을 만들어야 하는 식품업계다. 이미 식품사들은 소비기한 표시제를 두고 지난해 7월 열린 식약처 간담회에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식품 기업은 제품별로 판매량이 다르기에 포장재 재고량이 다르고, 제품이 소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전부 다르다며 올해 1월부터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많은 양의 포장지가 낭비될 것이라고 했다. 즉 환경 문제를 풀기 위한 조치였으나, 역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소비기한 도입으로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하는 주기가 길어져 기업이 피치 못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재고량이 늘어나면 수요와 공급의 순환이 느려져 업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얘기다.

몇몇 식품업체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계도 기간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준비 기간을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도적으로 적용하는 부분도 있다. 가공 식품에선 식품 구매 주기로 영향을 받진 않을 것 같은데, 신선 식품을 다루는 곳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낙농가와 유업계에선 우리나라가 식품 안전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되는 건 유통기한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유제품의 경우 유통 과정상 우유 변질 가능성, 그로 인한 업계와 소비자 건강 문제 등이 산적해있어 소비기한을 적용할 시 소비자가 제조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염려하기도 한다.

한 유업체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소비기한 적용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소비자 혼선이 없도록 제품 포장지는 상반기까지 교체, 적용할 예정”이라며 “유통 중에 냉장 보관이 100% 이뤄져야 하는데, 변질이 된다고 하면 책임 소재도 제조사가 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제품을 보관하고 팔아야 하는 유통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리테일과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소비자가 재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 손해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또 편의점 업계는 식품 제조사가 정한 소비기한에 따라 제품 폐기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제조사 선택이 중요한 입장이다.

이들 역시 식품 위생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따른다. 소비기한에 따라 제품을 관리하려면 식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온도 등 보관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데 시간적·경제적인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따른다. 또 소비기한이 냉장 보관을 기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선 보관 온도가 온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영세업체가 운영하는 곳에선 보관 온도가 일정치 않을 경우 식품의 냉장·냉동 관리를 수월하게 하지 못할 수 있어 품질이 떨어질 위험도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도 불안에 떨어야 하긴 마찬가지다. 소비할 수 있는 기한은 늘어났으나 유제품 등 일부 식품에 대한 신선도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기업이 소비기한을 핑계로 오래된 제품을 판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실제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A(61)씨는 “일부 마트의 경우 창고 부족 등의 이유로 실외에 제품을 쌓아두기도 하는데 기한이 길어진 만큼 위생이나 식품 변질 부분이 찝찝하지 않겠느냐”면서 “모든 유통업체가 제품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소비자들은 아직 소비기한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달 8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양성범 교수팀은 ‘식품 소비기한에 대한 소비자 인식 및 개선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소비기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1년 8~9월 소비자 97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 52.9%는 마트 등에서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이라도 사 먹겠다고 응답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섭취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2%였다. 소비기한이 지났다면 제품 보관 상태와 관계없이 섭취하면 안 되지만 아직 소비자 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방증하는 결과다. 이처럼 활발한 홍보와 제도 인식 교육이 선결되지 않으면 소비자 혼란이 더 크게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소비기한 시행 초기 제도 보완 및 사전 홍보 및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소비기한을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해 유통 현장 관리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유통기한을 병기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985년 유통기한이 도입된 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소비기한이 일부 논란을 뚫고 소비 시장에 잘 정착될 수 있을지 유통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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