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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은행주 저평가, 배당 확대만으로 가능하다?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3.01.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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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국내 은행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해 말 배당락이 무색하게도 최근 국내 대표 은행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KB금융지주의 종가는 5만7400원으로 이달 2일 4만7600원 대비 무려 20.6% 상승했다. 지난해 배당기준일 기록했던 5만1500원을 한참이나 웃도는 가격이다. 만약 배당기준일 주식을 보유했고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면, 배당을 챙기고 차익까지 실현하고 나갈 수 있는 가격대인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 역시 13일 기준 각각 4만9500원, 4만1050원을 기록하며 배당기준일 대비 9.3%, 9.2% 상승했다. 이런 주가 움직임을 보인 은행주의 공통점 중 하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이 12%를 웃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은행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은 △KB 12.6% △하나 12.85% △신한 12.66%였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우리가 10.91%로 다소 낮았는데, 이를 반영하듯 우리금융 주가는 최근 은행주 상승세에도 불구, 아직 배당기준일 종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비율을 2019년부터 7%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배당락이 무색하게도 최근 국내 대표 은행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치솟았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지난해 말 배당락이 무색하게도 최근 국내 대표 은행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치솟았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우리금융의 또 다른 특징은 외국인 지분율이 낮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40.2%로 △KB 73.8% △하나 70.9% △신한 62.7% 대비 현저히 낮은 편으로, 이는 2021년 말에야 기존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서 우리금융이 완전민영화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나타난 은행주의 강력한 상승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힘을 받는 것이 최근 은행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논의가 나오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에 따르면, 얼라인은 이달 2일 국내 금융지주 7개 상장사(KB·신한·하나·우리·JB·BNK·DGB)를 상대로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하고, 현재 ‘은행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은행주 캠페인은 국내 은행지주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요구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얼라인은 공개서한을 받은 금융지주들이 내달 9일까지 자본배치 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이를 공시하지 않을 경우,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사들로서는 얼라인의 요구를 섣불리 무시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현행 상법상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의 상장사 주주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주주제안이 가능한데, 현재 얼라인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1%, JB금융지주 지분 14%를 보유 중이며, DGB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주주들로부터 지분 1%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상황이다. 나머지 지주사에 대해서는 아직 주주제안을 할 정도의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향후 다른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주제안 행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얼라인은 현재 국내 은행주들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으며, 이러한 저평가의 대표적인 원인은 은행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대출을 늘리는 등 재투자에 쏟아붓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얼라인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자본배치는 비효율적이며,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 온전히 전하는 주주환원이야말로 효율적인 자본배치다. 대출을 늘리는 것은 저평가 상황이 해소된 후에 하더라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사실 해외 은행주와 달리 국내 은행주가 순자산 대비 현저히 저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지난 13일 기준 국내 상장된 은행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대부분 0.5배 밑으로 형성돼 있는데, 이는 KB(0.47배), 신한(0.45배), 하나(0.4배), 우리(0.33배) 등 업종 대형주도 예외가 아니다. 이론적이나마 현재 주가로 대상 은행들을 사들여 즉시 청산할 경우 사들인 가격의 2배 이상을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주들의 주가가 순자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최근 은행들 내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얼라인이 은행지주에 공개서한을 보낸 2일, 신한지주는 경영포럼을 개최하고 현재 자사의 PBR이 0.4배 수준으로 낮은 이유로 미흡한 주주환원정책을 꼽았다. 그러면서 향후 자본비율을 12%대로 유지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사측에서 계획해온 것으로 이번 얼라인의 공개서한과는 무관하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하겠다는 맥락은 동일하다. 이날을 기점으로 은행주에 대한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배당락 이후 낙폭을 키워온 은행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했다.

다만 이것이 단기적인 이슈로 그치지 않고, 그동안의 고질적인 은행주 디스카운트를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국내 은행주 저평가의 주요 원인은 규제 리스크로, 이번에 불거진 배당 문제는 그 일부에 속할 뿐이다.

정부로부터 여·수신업 허가라는 특권을 받은 은행들은 그동안 민생을 고려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원금 감면이나 저리 대출 등 수익성 측면에서 일부 제한을 받아왔다. 또 금융시장 변동성과 그에 따른 시스템적 리스크를 우려한 금융당국으로부터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배당 자제 등을 요구받는 경우도 많았다. 비록 주식회사 형태를 취하고는 있으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번번이 제동이 걸려왔던 셈인데, 최근의 배당 논란이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우선될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엔 금융당국도 이전보다 완화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 애널리스트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은행·금융지주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및 가격 결정 등에 금융권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12월에 열린 국내 은행지주 해외 투자자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도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관해서는 잠재적 위험을 감안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한다”며 국내 금융지주들의 자율성 제고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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