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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의 가볼만한 곳, 불광산 장안사

입장료,주차요금도 없는 조용한 여행지

  • Editor. 이서준 기자
  • 입력 2023.01.1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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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이서준기자] 사찰 기행의 묘미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옛 건축물과 정원의 멋을 감상하는 것이 아닐까?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불광산 장안사도 그런 여행지다.

장안사는 규모가 크지 않고 문화재가 많지도 않다. 그런데도 산중 가람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여느 사찰에 뒤지지 않는다. 절을 품은 불광계곡이 울창한 숲에 폭 안겨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불광산 장안사’라고 쓰인 사천왕문이 나온다.

부산 기장 장안사의 지난 가을 국화전시회. [이서준기자]
부산 기장 장안사의 지난 가을 국화전시회. [이서준기자]

 

발걸음을 경내 마당에 들여 놓으면 몸매가 심하게 망가진 포대화상이 손님맞이를 한다. 불룩한 배에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가는 광경은 저절로 미소를 자아낸다. 그 앞에 졸졸 흐르는 약수는 보는 이의 행복감을 더한다.

법당인 대웅전(보물)은 정면 3칸, 팔작지붕, 다포계 양식 건물이다. 알록달록한 단청과 벽화, 하늘로 날아올라갈 듯한 처마 끝이 시선을 끈다. 법당 안에는 17세기에 녹원,명자,학륜,각인 등이 조각한 것으로 알려진 석조석가여래삼불좌상(보물)이 모셔져 있다. ‘석가영산회상도’라는 탱화도 벽면을 채우고 있다.

대웅전 앞 3층 석탑은 호위무사처럼 기세 좋게 서 있다. 1981년 인도 등지에서 온 석가 진신사리 7과를 모신 탑이다. 그런데 기단부와 탑신부에 비해 상륜부가 너무 길어 위아래 균형이 안 맞아 보인다.

장안사 마당의 200년 묵은 단풍나무. [이서준기자]
장안사 마당의 200년 묵은 단풍나무. [이서준기자]

 

마당은 아담하고 일반 가정집 정원 같다. 법당을 필두로 산신각, 명부전, 극락전, 응진전, 해동전, 종각, 종무소 등 건물이 마당을 두르고 있다.

응진전은 석가와 그의 제자들인 나한들을 모신 전각이다. 이 건물 역시 정면 3칸짜리 다포계 건축물로 과하게 화려한 처마의 형태가 시선을 끈다.

명부전 앞에는 여염집 담장 밑에 두면 어울릴 법한 소박한 불상이 하나 있다. 연꽃 형태의 받침대 위에 규수가 보자기를 뒤집어 쓴 듯한 형태로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친절하게도 ‘염화미소’라는 글씨를 곁들여 놓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한다는 말이다.

장안사는 대한조계종 범어사의 말사이며, 당나라 유학길에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대사가 문무왕 13년인 673년에 쌍계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라 40대 임금인 애장왕이 방문한 이후 이름이 장안사로 바뀌었다. 조선 중기인 1592년 임진왜란 때 왜적들에 의해 건물이 전소됐다가 이후 새로 짓고, 늘려 짓고, 고쳐 짓기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절 옆에는 대나무숲길이 있다. 투박하지만 자연의 향기가 그득한 대숲을 거닐다 보면 원효대사의 일화 덕분에 더욱 더 많이 알려진 화엄경의 한 구절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가 떠오른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라고 해석되는 이 말은 불경의 구절임을 떠나, 국가와 경제, 인간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현 세상에서 대중이 오롯이 자신의 본성과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진리의 언어로 다가온다.

장안사는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면 더욱 볼만하다. 불광계곡 주변을 채운 무성한 활엽수의 가지에 파릇파릇 물이 올라올 주차장과 일주문 사이의 무지개형 다리 밑으로 흐르는 개울이 정겹고, 다리 옆 늙은 은행나무는 가을마다 노랗게 치장하며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특히 대웅전 앞 계단에서 절마당을 시야에 안고 건너다보이는 산의 풍경이 압권이다. 삶에 지친 사람이여, 버들개지 눈뜨는 3~4월에 장안사 대웅전 처마 밑 모과나무 옆에서 건너편 산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어 보시라. 단순히 힐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희열을 경험할 것이다.

장안사에는 입장료와 주차요금이 없다. 주변에 가볼만한 곳이 즐비하다. 파도가 절마당 옆 갯바위에 부딪치는 해동용궁사를 비롯해서 임랑해수욕장, 이길봉수대 등이 있고, 일출 명소로 꼽히는 울산의 간절곶과 명선도도 근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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