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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4승, 골퍼아내 앞에서 허니문 선물...코리안 위너들과 함께한 '영광의 내조'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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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제일 아끼는 사람과 결혼식을 한 만큼 제대로 성장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

’새신랑‘ 김시우(28)가 결혼 후 첫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소니 오픈에서 아내에게 값진 우승 선물을 안겼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7승의 오지현(27)과 지난해 12월 18일 웨딩마치를 울린 지 채 한 달도 안돼 허니문 여행지이자 첫 경연장에서 제2의 도약을 밝히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새해 첫 출격한 하와이 결전을 앞두고 PGA투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다짐한 ‘포스트 웨딩’ 성장의 첫발을 새 인생의 동반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짜릿한 역전극으로 통산 4승째를 일궈낸 것이다.

김시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이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2개로 6타를 줄인 끝에 최종합계 18언더파 262타로 역전 우승했다. 마지막 홀까지 치열한 우승 다툼을 벌인 헤이든 버클리(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상금 142만2000달러(17억5600만원)를 거머쥐었다.

소니 오픈 트로피를 함쎄 든 김시우 오지현 커플. [사진=AFP/연합뉴스]
소니 오픈 트로피를 함께 든 김시우 오지현 커플. [사진=AFP/연합뉴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5위로만 출발해 첫홀부터 3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단숨에 수위 권으로 뛰어오른 김시우는 17번(파3), 18번 홀(파5)에서 각각 그린과 페어웨이를 놓쳤지만 2홀 연속 집념의 버디를 잡아내 단독 선두로 먼저 열전을 마쳤다. 버클리가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에 실패하는 순간 신혼의 골프 커플은 포옹하며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한국 선수가 소니오픈을 석권한 것은 2008년 최경주(53) 이후 15년 만이다. 2012년 최연소인 17세의 나이에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던 김시우는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 뒤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1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이어 다시 2년 만에 승수를 보태며 PGA 투어 통산 4승 고지를 밟았다. 최경주(8승) 다음으로 한국 선수 최다승 버금자리를 굳게 지켰다. 멀티 위너로 2승씩을 거둔 양용은, 배상문, 임성재, 이경훈, 김주형이 그 뒤를 이었다.

2년 무관을 털고 신혼 여행지를 ‘약속의 땅’으로 만든 투어 9년차의 김시우는 우승의 의미를 더해준 천생배필에 고마움부터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시우는 국내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아내가) 대회장에 함께 와줘서 고맙다. 결혼 준비도 제가 미국에 있느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다“며 ”(오)지현이도 시즌 중이었지만 결혼 준비를 잘 해줘서 고맙고, 준비를 함께하지 못한 점은 아쉽고 미안하다“고 했다.

미국 댈러스에 마련한 신혼집에서 클럽도 잡지 않고 1~2주 쉬었다는 그는 ”지난주에 지현이와 함께 신혼여행 겸 하와이로 왔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으러 다니면서 여행처럼 시간을 보냈다“며 ”결혼 후 연습을 많이 못 했는데 성적이 나와서 좋고, 올해 2승째도 빨리 찾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지현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떨어져 지내야 했는데, 결혼하고서는 그런 생각을 안 해서 좋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안겼는데 눈물이 났다"고 함께한 영광의 순간을 돌아봤다.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내며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했던 이들 커플은 2년 전 열애 사실을 공개한 뒤 태평양을 오가며 사랑을 키워오다 백년가약을 맺었다. 아내는 국내 투어 활동을 접고 남편의 내조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결혼 후 첫 우승으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대회장에 새신부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김시우는 ”힘이 많이 된다.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함께 걸어주는 것을 보면 웃을 수 있었고, 긴장도 풀린다“고 했다.

이날까지 통산 24승을 일군 한국 선수들의 PGA투어 도전기에서 동반자의 존재는 강한 책임감과 함께 큰 성취동기를 불러일으킨 사례가 많다. ‘꿈의 무대’에서 정상에 서기까지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아내가 큰 힘이 됐고, 그 가족을 위해 핀을 겨냥하는 그립에는 정교한 힘이 들어갈 수 있었다.

2014년 취리히 클래식에서 첫승을 따낸 뒤 부진으로 PGA투어 출전권을 잃은 노승열은 지난해 9월 결혼 후 행운을 맞기도 했다. 결혼한 지 얼마 안돼 아내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휴가를 왔다가 우연히 출전한 PGA투어 개막전 포티넷 챔피언십 예선을 통과해 화제가 됐던 것이다.

다른 코리안 위너들은 동반자와 인고의 시절을 함께 이겨내 찬란한 영광을 맞았다.

레전드 최경주는 여대생과 3년 열애 끝에 1995년 12월 결혼한 뒤 장남, 장녀까지 둔 뒤에야 2002년 한국 선수 최초로 PGA투어를 정복했다. 한국인으로 PGA투어 자격을 처음 얻은 지 3년 만에 8승 신화의 문을 연 데는 힘든 시기를 버텨준 아내 김현정 씨와 가족의 응원이 실로 컸다.

강성훈이 2019년 AT&T 바이런 넬슨 석권으로 ‘158전 159기’의 집념을 만개한 것은 아내 양소영 씨의 내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2011년 입성한 PGA 무대를 2016년 재입성해야 했던 그는 2017년 결혼 뒤 좌절을 이겨냈고, 첫 트로피에 입맞춤할 때는 아들까지 얻은 뒤였다.

강성훈이 우승한 대회를 2년 만에 제패한 이경훈도 2018년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고 내조에 전념했던 아내 유주연 씨 덕에 ‘79전 80기’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고, 그 우승 현장에는 만삭의 부인이 함께 있었다. 2부투어까지 거쳐야 했던 이경훈은 지난해 한국선수 최초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역사까지 썼다.

소니 오픈 최종라운드 17번 홀에서 칩인 버디를 잡아낸 뒤 격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시우. [사진=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소니 오픈 최종라운드 17번 홀에서 칩인 버디를 잡아낸 뒤 격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시우. [사진=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이제 시선은 다음주 김시우의 타이틀 탈환에 쏠린다. 같은 프로골퍼와 새 인생을 개척하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도 찾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그다. 소니 오픈 직전 골퍼 아내에 대해 ”같은 골퍼로서 어떤 부분이 스트레스이고, 무엇을 존중해야 하는지 서로 이해하기 때문에 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우승 뒤에는 ”2승까지는 빨리 나왔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후 제가 더 큰 선수라고 착각하기도 했지만 그게 제 발목을 잡았다“고 반성한 그는 든든한 내조를 받기 시작한 만큼 아내 앞에서 우승으로 감을 찾은 자기 플레이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21년 3승째를 달성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9~22일)에서도 프로골퍼 동반자의 존재감이 새신랑에게 또 힘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오지현이 ”이제는 골프 선수보다 김시우 프로 아내로서 열심히 내조할 생각"이라며 "앞으로 모든 대회를 같이 다닐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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