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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체감 못하는 한우 값 폭락, 근본 대책은?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3.01.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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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천옥현 기자] 지난 13일 예천에서 우시장이 열리던 날, 연일 폭락하는 송아지 가격에 희망을 잃은 한 농민이 세상을 등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우 번식우 150두 정도를 키우던 농민은 축사 신축을 위해 부채를 진 상황에서 사료 값 폭등, 소 값 폭락 등의 악재가 겹치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한우농가 농민 2명의 극단적인 선택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비심리 위축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과 수급 대처 능력의 미비함이 작금의 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7월 정부의 수입 소고기 무관세 10만톤으로 인해 미국산 소고기는 21년에 이어 22년에도 사상 최대의 수입물량을 기록했고, 한우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18년부터 한우협회는 농가의 자발적 거출금으로 한우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하자고 했지만, 당시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면서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 13일 기준 ㎏당 1만4799원으로 1년 전(2만787원)보다 29%가량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도매가격이 폭락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한우 도매가격이 폭락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한우 가격 하락 폭은 축산가의 어려움만큼 크진 않다. 지난 13일 기준 kg당 소비자가격은 9만8590원으로 전년(11만2270원) 대비 12%가량 하락했다. 도매가격인 29%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한우의 경우 유통과정이 긴 편이라 그 과정에서 하락 요인이 줄어든다. 또 농가에서 사서 바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1~2주 정도의 가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가격이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농가에서 소를 출하한 시기부터 유통 흐름이 6단계에서 9단계로 길다보니 도매가가 바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영세 상인의 경우 인건비나 대출금 등 원가압박이 있는 상황이므로 가격을 탄력적으로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유통구조를 바꾸는 일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제도 수정 보완 및 개선 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소매가격 연동이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선 일부 동의하지만 소비자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설도, 또는 양지가 평년 대비 각 5.8%, 12.8% 떨어지는 등 정육류는 평년치 이하로 많이 떨어졌다. 수요가 높은 구이류 가격도 평년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12년보다 안 좋다…한우농가의 절박한 사정

사실 한우가격 폭락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축산업계는 통상 한우 250만~270만 마리를 적정 사육두수로 본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한우 사육두수는 총 355만7000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9년 이후 사육 과잉 우려를 계속 표했고, 매분기마다 전망을 하고 생산자 단체나 기관 등에 공유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재난지원금이 한우 쪽으로 몰리면서 수요가 증가했고, 가격도 올라갔다. 그때 농가에서 사육두수를 늘렸는데 그게 지금의 상황을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통상 소가 시장에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4년으로 잡았을 때 코로나 초기 늘린 사육두수가 지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덩달아 한우 수요는 감소했다. 

하지만 농가엔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생산비다. 농가 생산비의 약 50%를 차지하는 사료비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폭등했다. 한우 1두당 생산비는 1100만원인데 반해 평균 도매가는 7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게 한국한우협회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이 2012년 소값 파동 때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본다. 당시에도 한우공급과잉으로 인해 소값 파동이 일어났고, 그 결과 17만 가구이던 국내 한우농가는 9만 가구까지 떨어진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한우가격 폭락으로 인해 2만 농가가 폐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지난 10년 새 도매가격이 25% 떨어진 반면 생산비는 50~60% 수준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10년 전 소값파동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농가가 줄도산 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고, 그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시급하다. 또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한우 소비촉진행사를 하는 방식의 즉각 처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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