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금감원이 사모 전환사채 악용 세력을 겨냥한 이유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3.02.07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금융당국이 사모 전환사채(CB)를 악용한 자본시장 교란세력에 전면전을 선포한 가운데 그 배경과 의의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관심이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6일, 2023년도 업무계획을 통해 사모 CB 발행기업과 한계기업 등 불공정거래 발생 위험도가 높은 사례를 엄정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모 CB 발행 내역을 전수 점검하고, 부서 공동의 ‘합동대응반’ 운영을 통해 유기적 대응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6일, 2023년도 업무계획을 통해 사모 CB 발행기업과 한계기업 등 불공정거래 발생 위험도가 높은 사례를 엄정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6일, 2023년도 업무계획을 통해 사모 CB 발행기업과 한계기업 등 불공정거래 발생 위험도가 높은 사례를 엄정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CB는 ‘전환될 수 있는 회사채’란 뜻으로, 투자자의 요청 시 특정 조건 아래 주식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채권을 말한다. 투자자는 평상시 채권 투자로부터 오는 이자 수익을 누리면서 CB 발행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을 시 주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거둘 수 있다. 발행기업 역시 전환 옵션을 붙이는 대가로 일반 회사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CB는 인수단이 구성돼 채권을 인수한 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판매하는 공모 CB와 발행기업이 직접 대상자를 모집하거나 특정 인수자를 물색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는 사모 CB로 구분된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겨냥한 건 사모 CB다. 사모 CB는 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 제출 등 공모 CB 발행 시 요구되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므로 기업내용 공개를 피할 수 있고, 정관에 규정돼 있을 시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발행이 가능해 투자자 모집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금감원이 사모 CB 발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수년 사이 사모 CB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를 악용한 불공정거래와 주주 피해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사모 CB 발행액은 총 23조2000억원으로 2013~2015년 발행액인 4조6000억원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21년의 경우, 한 해 발행액만 10조8000억원에 달해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발행액과 발행횟수를 기록했다. 2021년 CB 전체 발행액이 월평균 9000억원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당해 CB 발행 대부분이 사모 방식으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모 CB 시장의 확대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도 수반했다. 가령 CB 인수 후 시세조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띄운 뒤 주식 전환을 청구함으로써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거나, 발행기업이 CB를 회수한 뒤 최대주주나 제3자에 헐값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 악용수법이 다양하고 교묘해졌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거나 기업 승계를 목적으로 CB를 발행하는 경우, 향후 전환권 행사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지분율을 희석해 지배구조에 변동을 초래하는 문제도 있었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를 포함한 16건의 CB 관련 중대 사건을 처리했고, 지난달에도 14건의 중대 사건을 조사한 바 있다.

이번 금감원 방침은 금감원의 조사·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 전 부문이 참여해 합동대응반을 구성한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모든 자본시장 부문이 긴밀히 협업한다는 측면에서 사모 CB 악용 근절을 위한 금감원의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금감원 기획조사국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조사국, 특별조사국 3개 부서가 허위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한 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고, 기업공시국과 공시심사실이 CB 관련 발행공시·지분공시·주요사항보고서를 심사해 허위기재나 지분공시 위반 내역을 신속히 조치한다. 또 회계감리 1·2국은 기업의 사업보고서 등을 집중감독해 CB 발행액이나 횟수가 과다하거나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금액의 용처가 불분명할 경우 분식회계 위험성이 높은 기업으로 선정해 우선적으로 심사 및 감리를 실시한다. 사모 CB의 매매 또는 중개 과정에서 증권사가 불법행위를 은폐하거나 조력한 혐의가 확인된 경우에는 금융투자검사국이 신속히 검사에 나선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해당 법인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했음에도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준수하지 않거나 지연 보고하는 등 지분공시 위반사례를 적발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노력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이번 사모 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조사·단속 강화 역시 그 연장선으로, 향후 당국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보게 될지 시장 안팎의 기대가 뜨겁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