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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증권(ST)의 제도권 편입, 그 배경과 의의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3.02.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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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지난 5일,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ST)에 대한 세부 정의와 함께 토큰 증권 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자본시장법 규율 내에서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정비한다는 게 주된 내용으로, 토큰 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함으로써 꾸준히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동시에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01. 토큰 증권이 뭐길래?

토큰 증권이란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자산 형태로 발행된 증권’을 말한다. 주식·채권·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에 연동한 개념으로, 디지털자산 형태로 발행됐을 뿐 그 본질은 증권이므로 자본시장법 규율 대상이 된다. 이번 발표를 통해 금융당국은 △사업 운영에 대한 지분권을 갖거나 사업의 운영성과에 따른 배당권 또는 잔여재산에 대한 분배청구권을 갖게 되는 경우 △발행인이 투자자에게 사업 성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귀속시키는 경우 토큰 증권으로 분류키로 했다.

토큰 증권은 여러 노드가 참여해 기록을 검증하는 분산원장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중앙집중식 계좌부에 등록하고 관리하는 기존 전자증권과는 차이가 있다. 기존 전자증권은 표준화된 주식‧채권 등의 대량 발행에는 적합하나, 다양하고 비정형적 권리를 소규모로 발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탈중앙화가 특징인 토큰 증권은 발행자가 직접 다양한 조건의 비정형적 권리를 낮은 비용으로 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하여 암호화폐처럼 소액단위로 쪼갤 수 있으므로 기존 증권의 발행·거래도 더욱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개선할 수 있다. 그동안 유동성이 떨어졌던 자산에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가능해지며 투자 활성화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토큰 증권을 보유할 경우 증권·부동산 등을 소유한 것과 같은 권리를 가지며, 이에 따라 배당금, 분배금, 이자 수취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ST)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ST)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02. 이론과는 ‘너무나 먼’ 현행제도

이론적으로는 지분증권(주식), 채무증권(채권), 파생결합증권(ELS), 증권예탁증권(DR) 등 전통적인 정형적인 증권뿐 아니라,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같이 최근 등장한 비정형적 증권까지 자본시장법상 모든 증권이 토큰 형태로 발행될 수 있다. 다만 현행 제도에서는 실물증서 형태의 유가증권이나 전자증권법상 정해진 전자등록 방식에 따른 전자증권 발행만 가능할 뿐,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는 토큰 증권의 발행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아예 발행이 불가능하며, 투자계약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유통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엄격한 매출 공시 규제를 적용받는 탓에 제도권 내 거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나마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되는 조각투자의 경우, 발행·유통을 통한 사업의 혁신성 등이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발행·유통 겸영 특례를 부여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수익증권을 토큰화해 발행하고, 이를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는 있다.

#03. 발행, 무엇이 달라지나?

이런 와중에 이번에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전면 승인된 것은 매우 큰 의의가 있다.

우선 금융위는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분산원장 요건을 충족하는 토큰 증권을 전자증권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토큰 증권에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전자증권법상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조각투자와 같이 기존에 전자증권으로 발행되기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가 토큰 증권의 형태로 수월히 발행돼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자기 발행 토큰 증권의 계좌관리기관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 당국은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전자증권법에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요건을 신설하는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토큰 증권은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발행을 위한 기술 문턱이 높지 않아 향후 스타트업 중심의 토큰 증권 발행이 확대될 전망이다. 설령 요건을 갖추지 못한 발행인이라도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하게 증권사를 통해 토큰 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가능하다.

증권 발행 시 소액공모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모·소액공모 활용이 제한적이며, 엄격한 매출 규제로 상장 주식시장 중심으로만 중권이 유통되고 있다. 당국은 이들 규제를 일부 완화함으로써 토큰 증권뿐 아니라 기존 전자증권과 실물증권에 대해서도 투자자 피해 우려가 적은 증권이라면 공시 부담 없이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청약자 모두가 전문투자자인 경우 사모로 인정해 공모에 적용되는 매출공시 규제 부담을 완화하고, 현행 소액공모(티어1) 한도를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한다. 또 추가적인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시엔 100억원 한도까지 공모가 가능한 소액공모(티어2)를 신설함으로써 발행 문턱을 크게 낮출 계획이다. 다만 유통성이 높은 토큰의 특성이 공모 규제의 회피수단으로 악용되는 점을 우려, 토큰 증권은 공모발행으로 간주한다.

토큰 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함으로써 꾸준히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동시에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토큰 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함으로써 꾸준히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동시에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04. 유통, 무엇이 달라지나?

토큰 증권의 유통에서도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다. 우선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 수요가 높은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이 소규모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장외 유통플랫폼을 제도화한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법상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를 신설함으로써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증권사)가 중개자로서 다자간 거래를 매매체결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발행과 유통의 분리 원칙을 적용, 발행·인수·주선한 증권은 유통할 수 없고 자기계약도 금지한다. 또 장외시장이 공시 예외가 적용되는 소규모 유통시장임을 고려해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해 연간 투자한도도 제한한다.

또 시장 초기에는 이처럼 증권사별 장외 유통플랫폼을 마련하지만, 차후에는 현 주식시장과 구조가 유사한 한국거래소(KRX) 디지털증권시장도 개설할 방침이다. 디지털증권시장은 공모발행을 통한 상장시장으로, 시장 특성을 고려해 현행 증권시장보다 상장요건을 완화해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증권 유형별 증권신고서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중요정보 공시는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인 만큼 분산원장의 처리속도에 한계가 있음을 감안, 상장 시엔 중앙집중적 등록·관리 방식을 따르는 기존 전자증권으로 변환해 현행 증권사를 통한 매매·결제·청산 인프라를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상정을 진행하고, 법 개정 이전이라도 투자계약증권의 유통과 수익증권의 발행·유통은 그 혁신성이 인정될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테스트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05. 분주한 증권사들, 수혜는 각사 역량에 따라

이번 토큰 증권의 제도권 편입은 증권사에는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주식·부동산·미술품·선박·비행기·인프라 등 실물자산과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등 무형자산까지 제도권 내에서 유통이 가능해진다면, 이미 신뢰성 높은 인프라를 구축한 중개자로서 증권사는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록 초기에는 장외유통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향후 디지털증권시장을 통한 유통으로 확대된다면 막대한 거래량과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향후 발행·유통의 분리 원칙이 완화돼 증권사의 자유로운 토큰 증권 발행이 허용될 경우, 각사 역량에 따라 특정 증권사 플랫폼에서만 거래되는 토큰 증권이 생겨날 수 있으며, 이는 어떤 자산을 선점하고 토큰화하는지에 따라 투자자 관심도와 회사별 성과를 크게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토큰 증권 관련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진행해 왔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토큰 증권 관련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진행해 왔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토큰 증권 관련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SK C&C와 자체 플랫폼 구축에 나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고, 신한투자증권은 합자법인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제안한 ‘블록체인 기반 금전채권 신탁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서비스’가 지난해 12월 금융위 혁신서비스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는 토큰 증권 협의체 'STO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SK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역시 다수의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과 투자 및 업무협약을 맺거나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키움증권도 토큰 증권 유통 서비스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은 자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에서 올해 중으로 토큰 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뮤직카우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비브릭, 펀블, 카사, 테사, 이랜드넥스트 등 총 8개 기업과 협업해 토큰 증권 유통플랫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큰 증권의 제도권 편입은 대형 증권사의 플랫폼 강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는 발행보다는 토큰의 유통과 계좌관리를 주로 담당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매매수수료 수익 정도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큰 수익 창출 분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개인 고객 확보를 위한 MTS 고도화 등 증권사별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토큰 증권 매매 기능이 추가된다면 투자자들의 MTS 활용 범위가 넓어져 중장기적인 고객 확보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이는 고객에 대한 주식 매매 유도, 금융상품 판매, 마이데이터 연계 등 다방면으로 활용가치가 높아 중장기적인 수익성은 매우 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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