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구애 갑질을 아시나요, 현명한 대처법은?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2.14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고백해서 혼내주자.’

‘고백 공격’을 알고 있는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뜬금없이 고백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으로 자기 비하성을 내포한 밈(meme)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원치 않는 고백 공격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 심지어 고백 공격이 ‘갑질’로 이어지며 많은 이가 힘겨워하는 실정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0월 14~2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11.0%가 직장에서 원치 않는 상대방에게 지속적 구애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직장 갑질 금지 [사진=연합뉴스]
직장 갑질 금지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구애 갑질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10살 이상 차이 나는 선배가 불쾌한 행동을 하며 선 넘는 요구를 한다. 사용하는 컵에 동의 없이 입을 댄다거나, 회식이 끝나고 귀가하면 도착 문자를 보내라고 강요한다. 또 다른 선배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면 질투하거나, 장난처럼 다른 사람과 연애해선 안 되고 자기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2022년 1월 직장갑질119 젠더 폭력 이메일 제보)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대표가 주말에 연락하고, 단 둘이 회식하길 요구한다. 다른 직원과 같이 보자고 돌려 말했더니 ‘나랑 따로 보면 큰 일 나냐’며 서운함을 표현한다. 이후 연락을 받지 않자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은 업무 태도 불량이라고 하고, 회의 시간에 말을 자른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2023년 2월 직장갑질119 젠더 폭력 이메일 제보)

대표적인 사례처럼 지난달 직장갑질119에 신원이 확인된 피해 제보는 총 138건이었는데,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등과 관련된 상담은 7.2%(10건)이었다. 신고 내용은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강압적 구애 △신체 접촉 △악의적 추문 △외모 통제 등 젠더 폭력 전반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신고된 제보 32건 중 8건은 강압적 구애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 원치 않은 구애는 남성(8.1%)보다 여성(14.9%)이, 정규직(9.2%)보다 비정규직(13.8%)이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애 갑질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건 역시 상하 관계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구애 갑질 행위자는 모두 피해자보다 직장 내 우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력 행사형 구애 갑질은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행위자가 지속적으로 갑질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대표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구애 갑질 행위자가 대표거나 그 친인척일 경우 피해 정도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상하 관계에서 시작된 구애 갑질은 개인과 조직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구애 갑질을 버티지 못해 퇴사하는 직원이 늘어나고, 이는 조직 분위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부적절한 조직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는 원치 않은 구애는 스토킹이나 젠더 폭력 등으로 심화될 수 있어 사회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구애 갑질에 현명한 대처법은 없을까.

구애 갑질을 막기 위해 직장갑질119는 상사·후임 간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사규를 해결책 중 하나로 꼽았다. 그 근거로 미국 내 사내 연애에 관한 취업 규칙이 존재하는 회사가 절반에 달했다는 미국의 한 설문 조사를 들었다. 취업 규칙이 있는 회사 중 77%가 상사와 직속 후임 간 교제를 금지하고 있기도 했다.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따르면 직장인 79.8%가 “상사의 지위를 이용해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에 동의한다”고 응답했고,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에 72%가 동의했다고 전했다. 구애 갑질을 당하는 이는 직장 내 약자로 상사나 대표에게 대들기 힘드니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 법인 감천의 김가람 공인 노무사도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피해자들이 그런 규정(연애 금지 사규)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규정이라도 만들어 연애를 위장한 갑질을 막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구애 갑질과 관련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직장갑질119 제공]
직장갑질119는 직장 구애 갑질과 관련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직장갑질119 제공]

하지만 일각에선 구애 갑질은 사회적 약자를 쉽게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분위기와 조직 문화에서 발생한다고 얘기한다. 즉 단순 사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 내 약자를 동등한 주체로 대우하고, 원치 않는 구애가 아름다운 것이 아닌 갑질이라는 사회적 재평가, 약자가 안전할 수 있는 기업 문화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가람 공인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자체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2019년에 만들어지고, 2021년 개정을 거친다. 조금씩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구애 갑질 경우에도 문화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요즘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세대) 개념이 등장하며 종전 세대들과 간극을 줄이는 관리 기법이나, 경영자의 태도도 중요하다. 미비한 제도를 보완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화적인 배경에서 조사와 후속 조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제도는 크게 3가지 틀로 구성돼 있다. 먼저 조사를 하게끔 돼있고, 그 다음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식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조사라는 게 공적인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 내에서 조사하는 것이라 조사 기구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면서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선결돼야 한다. 경영자들도 책임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인식 제고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개선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흔히 고백은 아름다운 용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하 관계와 지위를 이용한 고백은 추한 고백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안길 수 있고, 조직 문화까지 해치는 악영향을 주는 구애 갑질이 근절돼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