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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로 향한 화살, 그 대응과 한계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2.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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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금융당국의 화살이 은행·보험·카드사에 이어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의 성과급 지급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금융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지적받아온 증권사의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 등을 개선하기로 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불똥이 떨어졌다.

증권사 상품 거래와 관련해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 대여 수수료율, 신용 융자 이자율 등의 산정 적정성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은 21일 개인 금융투자자에 대한 관련 이자 및 수수료율 지급·부과 관행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주식 대여 이자율과 예탁금 이용료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앞서 금감원은 최근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을 인상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자율 상향 배경을 조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양도성 예금 증서(CD) 평균 금리의 경우 지난해 12월 평균 4.02%에서 지난 20일 3.49%로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고객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은 오히려 8.87%에서 8.94%로 오른 상태다. 유안타증권과 DB금융투자는 각각 지난 13일과 15일부터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을 높였는데, 최고 이자율은 1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거래 융자는 증권사가 주식을 사려는 개인 투자자에게 매수 자금을 빌려주고, 단기간 돈을 빌려줘 이자를 받는 대출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일정 담보율을 맞추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신용거래 융자 금리는 기업어음(CP)이나 CD 금리 등의 기준 금리를 정하고, 여기에 가산 금리인 목표 이익률, 신용 프리미엄, 업무 원가, 자본 비용 등을 더해 결정한다.

증권사들은 회사별 고유 산정 방식에 따라 신용거래 융자 이자를 정한다. 하지만 새해 들어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올리며 과도한 ‘이자 장사’ 비판이 일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개 증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신용거래 융자 이자수익은 1조5969억원에 달했다.

또한 투자 예탁금 이용료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일부 증권사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주식 대여 수수료율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가 수수료 교섭력상 열위에 있으며, 수수료 또한 공시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금융투자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와 관련해 성과 보상 체계 적정성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증권사 부동산 PF 부실이 증폭되며 국내 금융 시장에 위기감이 감돌자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펀드 등 대규모 지원금을 투입했는데, 이 가운데 부적절한 성과급을 챙긴 증권사 임직원들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을 통해 부동산 위험 노출 금액(익스포저)이 큰 증권사인 경우 부동산 시장 상황과 리스크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 후 성과 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그동안 부동산 PF 및 단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 성과급 지급 및 현금 배당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조사가 아닌 단순 문의와 제안이라고 의미를 축소하지만 증권업계는 이미 은행권이 과도한 이자 장사에 뭇매를 맞은 바 있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증권사 행보도 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를 통한 이익 추구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됐던 지난해부터 신용융자 금리는 즉각 올린 반면, 고객 예탁금이나 상시 입출금이 가능한 파킹통장 격인 자산관리계좌(CMA)·발행어음 수익률 인상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한 점도 비판받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금융 당국이 칼을 빼 든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먼저 신용융자 최고 구간 이자율을 9.9%에서 9.5%로 낮췄고, 뒤이어 삼성증권도 10.2%에서 9.8%로 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더 많은 증권사가 인하 행렬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KB증권의 경우 이미 신용거래 융자 및 주식 담보대출 이자율을 다음달부터 최고 금리 구간에서 연 0.3%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런 금리 인하를 두고 한계도 분명해 보이기에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은행·보험과 달리 당국이 무작정 증권사에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을 내리라고 압박하지는 않는다. 신용거래 융자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해서 투자하는 것이라 대출금리처럼 민생과 직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증권사 마음대로 조정하라는 식으로 마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빚투가 늘어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 융자 잔고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들의 이자 부담이 경감되면 앞으로 융자 잔고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여전히 증권사 금리 수준이 높고,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과도한 성과급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자금운용 등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문화가 있는 만큼 은행, 보험 등과 동일 기준으로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빚투의 경우엔 증시가 좋아지면 신용 융자가 증가하고, 안 좋으면 줄어드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자율도 있지만 증시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빚투 우려에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이어 “성과급은 개개인이 책정받은 것이다. 많고 적음을 산출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증권사는 수익을 내면 성과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행처럼 전직원에 해당하는 것과 상황이 다르다”며 “성과급 잔치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증권사 이자율 인하 경우는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해소하고자 하는 측면”이라며 “그렇다고 빚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유관 기관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자·수수료율 부과 지급 관행을 종합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눈치 보기에 들어간 증권사들이 이자율 인하로 우려와 역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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