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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는 예대금리차 공시 범위, 은행권 경쟁에 도움될까?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3.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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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은행권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의 ‘이자 장사’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공시 제도 개선 등 은행들을 겨냥하는 금융당국 제재가 강화되면서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예대금리차 공시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확대 내용은 크게 4가지로 △은행별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전세대출금리 비교 공시 △가계대출금리 공시 세분화 △은행별 특수성 설명을 위한 ‘설명 페이지’ 신설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 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권 금리 정보 공시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사진=연합뉴스]

은행연합회에서 제공하는 예대금리차 비교에선 현재 △대출금리 △기업대출금리 △가계대출금리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 △저축성수신금리 △예대금리차 △가계예대금리차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를 확인할 수 있다.

본래 예대금리차 공시는 금리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제공해 금리 상승기에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소비자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빈번하게 비교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은행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보여주는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공시되지 않아 은행권 경쟁 촉진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공시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통해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한 것이 그 증거다. 더불어 전세대출금리와 가계대출금리 경우에도 금리 정보가 세분화되지 않으니 은행별 금리 산정의 특성에 대한 확인 및 비교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금융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은행 간 경쟁으로 인한 과점 체제 깨기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별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 정보를 추가하고, 금리 산정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공개토록 하면 ‘이자 장사’ 비판을 받는 은행들 사이 경쟁이 더욱 촉진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속내로 비친다.

그러나 일각에선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에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번 공시 확대가 은행권 경쟁을 일으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주요 은행마다 취급하는 금융 상품, 주력 분야, 주요 고객층 등이 다른데 이러한 배경 없이 일괄적인 기준으로 비교하는 상황에서 공시 범위만 확대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발 더 나아가 관치금융이라는 볼멘소리도 계속해서 나오는 형국이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강화되면 은행권은 핵심 영업 정보 대부분을 공개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경영 전반에 정부 입김이 닿는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금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갈팡질팡하는 움직임에 오히려 금융 소비자들에게만 혼란이 가중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공시 정보를 활용해 금융사들의 금융 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울뿐더러 예대금리차 줄 세우기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폭을 언제까지 막을 수 없다는 회의론적 시선이 우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즉 정치권이 은행에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눈치 보기밖에 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아울러 금융권에선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배경엔 당국의 제동이 일부 자리했던 만큼 은행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 금리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 금리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실제 은행권은 금융위의 공시 범위 확대 결정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벌써 눈치 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은행이 공시 강화를 두고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국 눈치를 안 볼 순 없는 노릇”이라며 “예대금리차를 보면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기준에 따라 작성되는 등 정확하지 않다. 또 금리 단합이 아니냐는 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담합은 불가능하다. (은행 간)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 어쨌든 수신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저축은행 이슈 등으로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공시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으니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공시 확대 효율성과 전반적인 은행권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당국에서 그렇게 진행한다고 하면 따라서 준비해야 한다. 은행 조달 현황에 따라 금리가 산출되는 것이라 경쟁 측면에서 한계도 분명하다. 경쟁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최대한 낮추는 것을 의도한다고 하지만 비용 측면도 있고, 마냥 금리를 낮출 순 없는 것”이라며 “관치금융이나 줄 세우기 관련해선 지난해부터 은행 고유 영역인 금리 산출에 있어서 계속 정치권 언급이 나오는 중이다. 취지에 있어 공감은 하지만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인터넷 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8월부터 공시했다. 초기에 비해 요즘 관심은 덜 하다. 여기에 항목이 추가된다고 해서 은행 경쟁 차원의 실효성이나 파급력이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자 장사라는 강한 비판을 받는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안으로 내놓은 공시 강화가 과연 능사일지, 목적에 맞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손질이 필요하진 않을지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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