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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경영 체제 선언 KT, 주총 하루 앞두고도 오리무중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3.03.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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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KT는 대체 어디로?’

통신업계 맏형이자 연매출 25조원, 임직원 2만명을 거느린 재계 서열 12위 KT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비상 경영 체제를 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하지만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외이사 3인 재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어서 여전히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속이다.

KT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비상 경영 체제를 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사진은 광화문 KT 사옥. [사진=연합뉴스]
KT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비상 경영 체제를 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사진은 광화문 KT 사옥. [사진=연합뉴스]

위기의 KT 비상 경영 체제 선언

앞서 지난 28일 구현모 KT 대표가 일신상 사유로 대표이사 사퇴 의사를 밝혔고, 아직 임기가 남은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도 최근 일련의 과정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다. 임시로 그룹을 이끌 직무대행에는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임명됐다.

KT는 조기에 정상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사 경영·사업 현안을 해결하고,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특별전담조직)’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운영할 계획이다. ‘성장지속 TF’는 고객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한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표·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특히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주주 추천 등으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전문기관을 활용해 지배구조 현황 및 국내외 우수 사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KT 이사회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 개선안을 기반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돼 바뀐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및 미국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두 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로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하게 된 박종욱 사장은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 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사진=KT 제공]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사진=KT 제공]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 사외이사 3인 재선임안에 반대

박종욱 대표직무대행이 진행할 예정인 KT 정기 주주총회는 31일 오전 9시 KT 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열린다. 이번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 등 안건이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KT 차기 CEO 후보였던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자진해 사임하면서 주총 1호 의안이었던 대표이사 선임 건은 폐기됐다.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은 KT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 하락이 정치적 외풍에 따른 KT 흔들기에서 비롯된 만큼 주주 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언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의 주주 달래기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사외이사 선임 건이다.

현재 KT 사외이사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이 남아 있다. 이 중에서도 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사외이사 3명은 임기가 만료되면서 주총에서 사외이사 1년 재선임에 대한 표결이 진행될 전망인데 원안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 기관인 ISS가 이들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가운데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주요 주주의 반발로 인해 재선임이 불발될 경우 KT 사외이사로는 김용현 이사만 남는다. 이는 상법이 정하는 사외이사 충족 인원수도 채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다. 상법이 정한 기업 이사의 정족수는 3인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경우에 따라 사실상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될 수도 있다.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사옥. [사진=연합뉴스]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KT 안팎에서는 이사진 전원 교체를 통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 이사진까지 전원 교체하면 회사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KT노조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대표이사 선임으로 소요된 시간이 벌써 수개월째이고, 길어진 경영 공백으로 인해 1분기를 날렸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이사진을 장악하는 관행을 매번 겪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이사회 전원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충분히 이사 선임이 늦어짐으로써 조직은 불안감이 커졌다”며 “이런 와중에 이사회까지 전원 교체한다면 회사 경영이 제자리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KT 대표 선임이 몇 번이고 엎어지는 동안 차기 대표이사 선정 이후로 예정됐던 조직 개편 및 상무급 이상 임원 인사, 계열사 투자 유치 및 상장 추진 등이 미뤄지고 있다. KT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두 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해 사외이사 및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연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이 이 난국을 최대한 빨리 타개할 수 있을지 주주총회 결과와 앞으로의 행보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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