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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혁신을 위하여, 인터넷은행 3사 3색 전략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3.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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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최근 금리 인상 등 대외적 환경이 악화되는 등 은행권을 둘러싼 전반적인 우려가 심해지는 형국이다. 시중 은행들은 ‘이자 장사’ 비판을 받고 있고, 고액 성과급 지급 논란이 더해지며 은행 과점 체제가 공고해지며 속된 말로 ‘고인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는 중이다. 따라서 제동이 걸려있는 은행권 혁신에 누군가가 드라이브를 걸어줄 것을 기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전문 은행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은행은 영업점을 통한 대면 거래를 하지 않고 PC나 모바일 등 인터넷을 주요 영업 채널로 활용하는 무점포 비대면 거래 방식의 은행이다. 인터넷 은행 설립 취지는 크게 △금융 혁신 △경쟁 촉진 △소비자 편의 증진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1조 ‘이 법은 금융과 정보 통신 기술(ICT)이 융합한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해 ‘은행법’의 특례를 정함으로써 금융 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 소비자 편익을 증진해 금융 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에서도 그 목적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2017년 4월 정식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같은 해 7월 출범하면서 인터넷 은행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게 됐고, 2021년 10월 토스뱅크까지 출범하자 인터넷 은행은 폭발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인터넷 은행이 출범 5주년을 맞은 올해 금융 혁신을 주도하고 은행권 내 ‘메기’ 역할을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 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토론회에선 은행권 혁신을 위해 도입한 인터넷 은행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과제 및 자율, 경쟁이라는 금융 혁신 방향 등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고, 인터넷 은행 3사 대표들은 은행권 혁신을 주도하고 금융 소비자 효용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인터넷 전문 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준철 기자]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인터넷 전문 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준철 기자]

실제 인터넷 은행 각사의 독특한 혁신 노력과 성과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특히 3사는 사내에서 영어 이름으로 팀원을 부르거나, ‘님’ 문화가 정착됐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혁신을 논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기업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생소하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각사가 이를 강조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유연한 사고와 평등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다. 위계질서가 잡히면 혁신적인 사고가 가로막히고, 금융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정책과 제도가 나올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이번 토론회의 ‘청년의 목소리로 듣는 인터넷 뱅크의 혁신과 도약’이란 주제 발표에선 3사 모두 대표가 아닌 매니저 직급의 관계자가 나와 발표를 진행했다.

먼저 권미옥 카카오뱅크 매니저가 입을 뗐다. 권 매니저는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성장 중”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고객 수 2042만명,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644만명, 수신 잔액 33조1000억원, 여신 잔액 2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성과가 나오기까진 카카오뱅크의 데이터 기술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적인 모형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빅데이터 기반 대안 신용 평가 모형을 개발해 서비스 이용 고객을 넓히는 중이다. 권 매니저는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 선물하기, 유통사 구매 실적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적인 모형을 만들었고, 이는 금융 이력 부족 고객군에서 신용조회회사(CB사) 대비 월등히 높은 성능과 변별력을 보였다”면서 “(데이터에 기반해) 카카오뱅크는 중신용자와 금융 이력 부족 고객에게 연간 2000억원가량의 추가 대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T 기술도 빼놓을 수 없는 카카오뱅크의 강점이다. 상담 챗봇(Chat Bot)을 통해 금융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약 17만개의 말뭉치를 학습한 챗봇이 2018년 도입과 동시에 전체 상담의 40%를 소화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절반 이상의 상담을 해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모니터링과 자금 세탁 방지 등에도 인공지능(AI)이 활용되고 있다. 권 매니저는 “계속해서 IT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투명한 금융 질서를 세우는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IT가 핵심인 만큼 기존 은행과 다른 구조를 설계했다. 오픈 소스를 활용해 절감한 시스템 구축비용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의 양과 질을 높이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금융 혁신과 포용을 확대하는 카카오뱅크의 노력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케이뱅크 사옥 전경 [사진=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 사옥 전경 [사진=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는 ‘인터넷 은행 1호’라는 점을 내세우며 처음 시도한 것들을 제시했다. 최초이기 때문에 케이뱅크가 시도한 모든 과정과 그들이 일군 성과들이 혁신으로 보이는 셈이다. 현주경 케이뱅크 매니저는 “은행 방문 없이 모든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처음 주어진 숙제였다. 현재는 당연한 얘기지만 당시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고객이 겪는 20% 정도의 예외 상황 처리에 전체 리소스 중 80%가 소요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혁신 사례로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완전 비대면 10분 계좌 △우대 조건 없앤 수신 상품 △국내 최초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 대출 △국내 최초 해외 송금 검증 솔루션 △은행권 최초 휴대폰 일회용 비밀번호(OTP) 본격 사용 등을 제시했다.

또 케이뱅크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통해 소비자 선택지를 늘리며 고객 편의 증진에도 힘쓰는 모습이었다. 현 매니저는 “‘뮤직K 정기예금’은 이자를 디지털 콘텐츠(음악)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상품”이라며 “출금 통장과 정기 예금을 하나로 합친 상품을 출시하는 등 혁신 사례가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본인이 담당한 ‘케이뱅크 기분 통장’을 차별화 상품으로 자신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4명의 팀원이 1년 5개월 만에 상품을 개발했는데, 업계에선 굉장히 빠른 출시 속도라는 것. 현 매니저는 “소비자들은 참신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원한다. 이런 과정에서 ‘케이뱅크 기분통장’이 나왔다. 얼굴이 그려져 있어 감정이 표시된다. 매일의 기분을 표현하고 저금하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토스뱅크는 ‘포용과 혁신’을 키워드로 꼽았다. 이상민 토스뱅크 매니저는 “토스뱅크는 ‘신뢰할 수 있는’, ‘누구나 쉽게’, ‘고객과 함께’를 위해 노력한다”면서 “5대 시중 은행 평균 중·저신용자 비중은 16.7%인 반면, 토스뱅크는 40.4%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차별적인 대안 신용 평가로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차별적인 개인 신용 평가 시스템(CSS)을 사용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의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니저는 이를 두고 “토스뱅크는 신용평가사 데이터와 더불어 토스 플랫폼에 대안적으로 활용했다. 또 CSS 모델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중·저신용자 포용 측면에서 토스뱅크가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술이 중·저신용자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했다.

더불어 토스뱅크의 ‘피부에 와 닿는 혁신’이라는 코멘트도 주목할만하다. 아무리 혁신이라 외쳐도 금융 소비자가 이를 느낄 수 없다면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의 인식이다. 그러나 토스뱅크는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원할 때 이자를 받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따라서 고객은 토스뱅크에 돈을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금융사 최초로 실질적인 일복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시 금리 인하 서비스도 고객이 먼저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토스뱅크가 먼저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 매니저는 “1년 동안 금리 인하 제안이 5만5923건이 됐고, 승인율도 45.84%나 된다. 이는 5대 시중은행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물론 인터넷 은행 앞 산적한 숙제도 많다는 게 중론이다. 토론회에서도 중·저신용자 공급자를 넘어 청년·서민 금융 역할로 프레임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과 건전성 관리 강화, 미래 금융 인프라 구축, 소비자 보호, 신용 평가 고도화 등 내실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넷 은행 3사가 독특한 전략으로 은행 산업 경쟁 촉진과 혁신 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 위원은 “설립 필요성에 맞춰 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서비스가 기존 은행보다 편리하다는 게 확실하다. 앱 개선과 디지털 금융 강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기존 은행도 긴장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면 은행 경쟁에도 이바지했다”고 밝혔고,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인터넷 은행 3사가 저마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은행권 혁신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진 중간 평가에서 인터넷 은행 3사는 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대두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더욱 더 설립 취지에 맞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은행권 혁신을 가져올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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