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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금값, 살까 말까?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4.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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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국내외 금 시장에서 금값이 역대 최고에 가까워지며 그야말로 ‘금값’이 됐다. 심지어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한국금거래소 금 시세에 따르면 소비자가 순금 1돈(3.75g)을 살 때 가격은 전장 마감가보다 0.41% 상승한 36만2500원이다. 지난 5일 한국금거래소 순금 1돈 가격이 36만4000원을 찍는 등 지난 한 달 동안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 시세도 마찬가지다. KRX에 따르면 금 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은 지난 7일 1g당 8만6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8만6700원까지 올라 2014년 KRX에서 금 현물 거래를 처음 시작한 이래 최고를 찍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도 금 가격은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지난 5일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2035.6달러(269만5134원)로 마감했다. 이는 역대 최고가인 2020년 8월 6일 2063달러(272만1097원) 부근에 위치한 가격대다.

한국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골드바 [사진=연합뉴스]
한국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골드바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요즘 금값이 뜀박질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값이 연일 오르는 건 미국 고용 지표 부진에서 기인한 경기 침체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6일 발표된 미국의 3월 26일~4월 1일 신규 실업 수당 청구 건수는 22만8000건으로 예상치 20만 건을 웃돌았다. 월가에선 그간 고용 지표가 견조하단 점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부진한 고용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자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불거진 은행권 부실 리스크로 인한 위험 자산 기피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경기 침체 및 금융 시스템 위기는 안전 자산 수요를 더욱 더 부추기는데, 설상가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금의 상대적 매력이 올라간 것이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22V 리서치 존 로크 선임 매니저도 CNBC와 인터뷰에서 “금 가격이 향후 온스당 2322달러(307만2006원)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VB 파산 사태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달러 인덱스(DXY)도 약세로 전환되고 국채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는 과정에서 금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은 불안 심리를 먹고 산다는 것이 과거부터 증명돼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국제 금값은 하루 9%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등세를 연출했다. 2008년 금 12월 인도물 가격은 10월 당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4.5달러(3만2315원) 오른 온스당 906.5달러(119만5673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장중 924.9달러(121만9943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금값 상승이 달러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한 안전 자산 선호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 당시도 미국에서 발표된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가 예상보다 하회했고, 실업 수당 청구 건수도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커진 바 있다. 또 유럽 국가들의 잇따른 재정 위기와 이로 인한 금융 위기 여파도 심상치 않았다. 경기 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 현상인 ‘더블딥’ 가능성과 함께 각국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는 대신 출구 전략은 미룰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확산됐다.

우리나라도 금값과 연관이 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왜 금 모으기 운동이 벌어졌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금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됐고, 1돈당 최고가가 5만8000원이었을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다. 한국은행이 금을 보유하면 그만큼의 달러·외환 등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와 국책은행 신용도가 올라가며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는 데 도움이 됐다.

과거엔 금값이 한 순간 치솟은 이후 다시 안정권으로 하락하는 형태를 보였다. 금에 비해 높은 변동성을 가진 주식 등이 경기 호전이나 호황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지게 되면 시장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값은 언제 떨어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레 높아지는 시점이다.

요약하자면 금값은 통상 세 가지에 근거해 오른다. 우선 금값은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 오른다. 그리고 금은 이자도, 배당도 없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이 하락할 때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리스크 회피 성향이 커질 때 금은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인기가 올라간다.

그런데 현재 이 세 가지가 전부 갖춰진 상태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 정보 업체인 오안다 수석 시장 분석가인 크레이그 얼람은 “많은 데이터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264만6000원) 이상을 유지하고, 추가 상승으로 미지의 영역(최고가)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브릿지워터의 레베카 패터슨 최고 투자 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금리와 달러 하락 등도 금값 상승의 요인이지만 구조적인 요인은 각국 중앙은행 금 수요”라며 “투자와 귀금속 수요 외에도 중앙은행 수요가 이어져 올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현물 [사진=연합뉴스]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현물 [사진=연합뉴스]

금값이 뛰자 투자자들 심리도 덩달아 요동치는 형국이다. 지금이 투자 적기라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우선 빠른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 보이기 때문에 금 가격은 더 오를 여력이 있어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현구 우리은행 TCE 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단기간 가격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공격적 자산의 수비수로 금은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미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금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한국조폐공사의 골드바를 판매하는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팔려나간 골드바는 11.6kg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9억8100만원어치다. 지난해 3월 한 달 판매량인 8.85kg, 7억원가량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더불어 실물 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처럼 금에 투자하는 방법도 인기를 끄는 중이다. 한국금거래소 금 시장을 통해 금을 실시간 거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금 투자를 새로 시작하는 것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상품 전략가는 지난달 27일 낸 리포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금 가격 하방선이 높아지긴 했으나, 금값이 전고점을 넘기엔 금 가격 상방 요인들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서 “2020년 8월과 달리 현재 SVB 사태 이후 제기되는 은행권 파산 우려와 연준의 금융 정책 불확실성으로 달러 불확실성까지 높아졌다. 기존 예상과 달리 달러화 강세 압력이 높아졌다고 판단되며, 이는 금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경석 신한PWM 태평로센터 팀장 역시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추가적인 금 가격 상승을 기대해볼 순 있지만 현재 가격은 부담되는 수준이다. 투자에 유의해야 할 시기”라며 “단기적 차익 거래를 목표로 금 실물을 거래할 경우 부가세 10%, 매매 시 발생하는 가격 차 등을 고려했을 때 기대 수익률 대비 투자 가치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분산 투자와 대체 투자도 절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찬영·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3일 “통화 긴축보다 완화 구간에서 강세 사이클이 전개되는 귀금속 섹터는 장기 투자 모멘텀이 부각될 전망”이라며 “지난 1분기 중 온스당 2000달러(264만6000원)를 넘나든 금 가격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기대되는 가운데 실질 금리 하향 안정 속에선 금은비(Gold Silver Ratio) 하락, 같은 기간 금보다 양호한 은 투자 성과가 예상된다”고 전했고, 김유나 KB GOLD&WISE the FIRST센터 수석 전문역도 “금 가격은 더 오를 여력이 있어 분할 매수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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