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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갑질' 퀄컴에 최대 과징금 1조 확정...승소로 탄력받는 공정위 '엄단' 행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4.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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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공정거래제도 시행 40주년을 맞은 2021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통신업체 퀄컴의 ‘특허권 갑질'에 1조원대 과징금을 물린 사건을 당시까지 10년간 가장 우수한 심결사례로 선정했다. 그리고 꼭 2년 뒤,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부과한 공정위 설립 이후 최대 과징금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6년 동안의 지리한 법정공방이 끝내 공정위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겨냥한 공정당국의 엄정 대응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퀄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이 13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사진은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사건을 다룬 전원회의. [사진=연합뉴스]
퀄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이 13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사진은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사건을 다룬 전원회의.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퀄컴 2개 계열사와 공정위가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공정위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자신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모뎀칩셋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삼성 등 기업들에 '특허 갑질'을 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는 이유로 2017년 이들 3개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2017년 1심인 서울고등법원(원심)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기각되자 상고했다. 시정명령 10건 중 8건이 적법하고 과징금도 정당하는 원심 판결 뒤 공정위도 패소 부분에 대해서는 2019년 최종심 판결을 구하며 40개월의 법리공방을 이어갔다.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한 퀄컴은 이용 사업자에 SEP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제공하겠다는 '프랜드(FRAND) 확약'을 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이 라이선스 제공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삼성 등 칩세트사가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특허권 사용을 제한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비록 라이선스 계약 내용 자체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프랜드 의무를 인지하면서도 표준필수특허 시장 및 모뎀칩셋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 구조를 구축해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 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판결 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 이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SEP 남용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특허괴물‘을 상대로 최종 승리를 거둔 만큼 공정위로선 자신감 있게 글로벌 기업을 겨냥한 불공정 퇴치의 칼끝을 더욱 벼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정당국은 국내로 빠르게 확장하는 글로벌 ICT 공룡들의 시장 지배적 지위 악용 이슈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제재 수위도 높여오고 있다.

가장 최근인 11일에는 글로벌 플랫폼 구글 3개사에 42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안드로이드 앱마켓 '구글플레이'를 운영하는 구글이 2016년 6월부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8년 4월까지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앱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게임사들에 앱 상단 노출·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공했다가 철퇴를 맞은 것이다. 국내 앱마켓 매출의 90% 이상이 발생하는 분야인 게임에서 구글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 거래를 이어가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국내 게임사들의 '동시 입점'의 결을 막아 상대적으로 독점력을 키웠다는 게 공정위 제재 배경이다.

특히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 한국 공정당국의 이번 조치가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퀄컴의 지배구조 남용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퀄컴의 지배구조 남용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앞서 2021년 9월에도 공정위는 구글에 대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249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탑재를 강요한 행위에 퀄컴 다음으로 제재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 사건은 구글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서울고법에서 계류 중이다.

공정위가 2021년 1월 네이버(279억원·대법 계류), 지난 2월엔 카카오모빌리티(257억원·잠정) 등 국내 기업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국내외 플랫폼에 대한 제재를 ’공평‘하게 확대하자 구글 외 글로벌 기업들은 우회로를 찾기에 이르렀다.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시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인 동의의결을 통해서다.

애플은 2019년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무상 수리비를 떠넘긴 혐의 등에 대해 공정위 심의를 받는 도중 계약조건 개선과 함께 1000억원의 상생지원지금 출연 방안으로 2021년 동의의결을 신청, 제재를 피했다. 지난해 11월에도 국내 앱 개발사에 앱마켓 수수료를 해외에서보다 많이 부과한 것에 대해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자진 시정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경우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핵심부품을 팔면서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자 지난 1월 200억원의 반도체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자진 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업체 중에서도 네이버가 2014년 동의의결로 10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이같은 동의의결로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이른바 '면죄부'를 받게 되는 셈인데, 글로벌 사업자의 막대한 이득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생기금 규모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상존한다.

그래도 공정당국의 ’엄단‘ 행보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국내외에서 급성장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가 콘텐츠 제작사(CP)나 이용자를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 약관을 운영하는지 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공정위는 지난 3일 국내 OTT 시장 내 경쟁 제한·불공정 이슈 등을 검토하기 위해 오는 6~10월 'OTT 시장 실태 연구'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공정거래법상 서면 실태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 애플 등에 이어 OTT로 ICT 공룡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공정위 감시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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