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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첫 '고체연료' ICBM 무력시위...'은밀·기습'이 키우는 킬체인 위협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4.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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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돼 집권을 공식화한 지 11주년이 되는 13일, 북한이 감행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전과는 결이 다른 무력시위였다. 하루 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 모드가 조성되는 모양새다.

기존의 액체연료 대신 은밀한 기습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추진 ICBM의 시험발사가 확인되면서 북한 핵·미사일 탐지를 통해 선제 타격하는 한·미 '킬체인'의 무력화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우리 군은 그같은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신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시간과 관리 등에서 제약이 많았던 직전 액체연료 기반의 ICBM 이름은 '화성포-17'형이었다.

통신은 또한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발동기(엔진)들의 성능과 단 분리 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 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전략무기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평가하는 데 있다”고 신형 ICBM 시험발사 목적을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13일 오전 7시 23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히며 처음으로 고체연료를 쓴 ICBM 시험발사 가능성에 주목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화염과 색상 등에서 고체연료 ICBM의 특징이 확인된다. 화염은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이 짙은 황색계열이었다면 화성-18형은 흰색에 가까운 황색이 도드라진다. 화염이 이전엔 촛불처럼 모였지만, 이번엔 주변으로 퍼졌다. 종전엔 발사 순간부터, 이번엔 발사 직후 공중에서 엔진이 점화됐다는 것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지만 발사준비 기간을 7일 이내로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데다 제작비용이 적게 들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고체연료는 순간 추력이 강해 액체연료 추진보다 상승 단계에서 속도가 더 붙는 게 큰 차별점이다. 다만 연료효율 면에서는 액체연료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고체연료 ICBM 개발은 북한이 전쟁 중에 미사일을 더 빨리 배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북한의 핵심 목표로 여겨져 왔다”고 보도했다. 현재 38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무기전문가 반 판디펜도 “고체연료 미사일이 작동하기 쉽고 안전하며 병참 지원이 덜 필요하므로 액체연료보다 감지하기 어렵고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강점을 짚었다.

김 위원장은 신형 ICBM 발사 성과에 대해 "'화성포-18'형 개발은 우리의 전략적 억제력 구성 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라고 ‘만족’을 표하면서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5개 ICBM 라인업(화성-12·13·14·15·17형)도 고체연료 추진 체계로 바꿔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고체연료,액체연료 추진체 비교 [그래픽=연합뉴스]
고체연료,액체연료 추진체 비교 [그래픽=연합뉴스]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의 진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과시의 목소리를 높이는만큼 위협 레토릭(수사) 수위도 끌어을린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적들에게 더욱 분명한 안보위기를 체감시키고 부질없는 사고와 망동을 단념할 때까지 시종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하여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서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보다 이틀 앞선 자신의 공식 집권일에 미국 대륙을 위협하는 ICBM 추진체계의 진일보를 '자축'한 것으로 읽힌다.

통신은 핵무력 강화를 더욱 힘 있게 추진해나가기 위한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2021년 1월 당 8차 대회에서 내놓은 국방 분야 ‘핵심 5대 과업’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김 위원장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지상 고체연료 ICBM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5개년 계획의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기습발사가 가능한 고체 추진체의 첫 ICBM 시험발사까지 이뤄내 핵무력 강화의 기반을 넓힌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남은 것은 핵잠수함과 초대형 핵탄두 등 두 가지 정도로 평가된다.

북한의 고체연료 추진체 첫 시험발사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는 게 쏠리지만, 과연 킬체인을 무력화하는 위협이 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한 뒤 지난 2월 열병식에서 신형 고체연료 ICBM으로 추정되는 신무기를 처음 공개해 시험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 공개한 지 1년 4개월 만에 첫 발사를 시도했고, 지난해 11월에야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반면 화성-18형은 열병식 공개 2개월 만에 첫 시험발사한 것은 북한의 고체엔진 기술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2017년부터 발사한 미사일의 대부분은 직경이 작은 고체연료 미사일이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ICBM이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로켓엔진에 적합한 것으로 보이는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의 지상분출시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첨단 복합재료로 미사일 기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며 “이는 매우 강하고 가벼운 재료로 대형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에 꾸준히 진전을 이룬 만큼 이제는 고체연료 기반 ICBM 시험발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면 ‘전략적 억지력’이 강화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셉 뎀시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초기 단계에서 액체연료 ICBM은 미국 대륙을 위협하는 북한의 역사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을 뜻했다”며 “미사일 전력에 고체연료 ICBM을 추가하는 것은 덜 취약한 선제능력과 보복능력을 제공함으로써 전략적 억지력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를 공개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를 공개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고체연료가 액체연료보다 발사 준비시간이 짧고, 또 연료를 실은 채 오래 보관할 수 있어 한·미 양국의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발사 전 선제타격 개념인 3축 체계의 킬체인을 얼마나 위협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국방부는 이날 "우리 군은 한반도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탐지, 타격,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킬체인 무력화 우려를 기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협 변화 추세에 따라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실시간 표적 탐지 및 분석 능력, 지해공 기반의 초정밀 신속타격 능력, 복합다층미사일 요격 능력, 고위력 탄도미사일 능력 등을 기술적으로 계속 진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화성-18형 시험 발사에 대해서는 고체연료 방식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시험발사로 평가하면서 "체계개발 완성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의 위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 부족 상황을 고려할 때 고체연료 추진을 활용하더라도 같은 발사대에 또 다른 미사일을 장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는 “만일 북한이 실제로 TEL 하나에 미사일을 3~5개씩 배정했다면 첫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도 다른 미사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그때 발사대를 타격하고 북한이 다른 미사일들을 발사대에 올려놓기도 전에 타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체연료 미사일에는 킬체인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북한의 전례를 살펴볼 때 그런 평가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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