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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MZ)가 사랑하는 ‘할매 간식’, 이것도 먹어 봤니?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6.0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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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국화빵, 떡, 미숫가루, 부각, 약과, 한과 등. 이 간식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나는가. 아재, 꼰대 이미지를 넘어 할매 이미지가 떠오르고 꽤 오랫동안 젊은 층은 기피하지만 노년층이 선호하는 간식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 ‘할매 간식’이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할매 간식 인기 열풍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에 약과, 약켓팅 등을 검색하면 수천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나오는 걸 목도할 수 있다. 약과 맛집을 검색하는 사람, 유명 약과를 구매하기 위해 콘서트 티켓팅처럼 치열한 경쟁을 펼쳐 약켓팅에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 인기를 증명한다. 돌고 도는 취향에 할매 간식이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고, 촌스럽게 보였던 간식의 반전 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레식품 유과 [사진=김준철 기자]
두레식품 유과 [사진=김준철 기자]

할매 간식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민지(MZ) 입맛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을까. 민지들 사이에서 식지 않고 있는 레트로 열풍과 새로운 문화로 부상한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트렌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할매니얼은 할머니들이 선호하는 옛날 음식, 패션, 문화 등을 매치하는 트렌드다. 할매 입맛으로 대표되던 간식들도 이런 트렌드 속에서 인기를 끌게 됐다. 구수하지만 다소 심심하게 여겨졌던 할매 간식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할매 간식이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자 유통업계는 맛과 재미를 더한 제품으로 MZ세대 입맛 사로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2일까지 킨텍스에서 진행되는 ‘서울푸드(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2023’에서도 할매 간식을 홍보하는 부스가 다수 운영 중이다.

할매 간식은 뉴트로 열풍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전통 간식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 과거 간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과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과 스토리를 더해 재탄생시킨다는데 초점을 맞춘다.

전시장 입구부터 춘향골전통수제부각, 오가네부각, 어이딸부각 등 김부각 부스가 이어진다. 특히 다과상과 주안상 등 실제 노년층이 차릴 법한 간식 상을 정갈하게 전시해 놓은 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일반 부각뿐만 아니라 매콤한 부각, 짭짤한 부각, 아몬드 부각 등 다양성을 갖춰 보는 맛까지 더했다.

어이딸부각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부각을 많이 찾기 시작했다. 가수 화사(본명 안혜진) 씨가 방송에서 김부각을 먹으며 부각이 확 떴다”고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또 어이딸부각은 엄마와 딸이라는 순우리말에서 따왔다. 딸은 어렸을 적부터 지겹도록 먹은 김부각이지만 추억의 맛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김부각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엄마와 딸은 좋은 음식만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그대로를 지켜가고자 한다. 이러한 스토리까지 더해지니 MZ세대들은 할매 간식에 더욱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두레식품의 유과도 마찬가지다. 두레식품이 취급하는 유과는 우리가 보던 유과와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 바로 유과바탕이다. 마치 지우개처럼 작은 모양인데, 이것을 불리고 튀긴 뒤 고물을 입히면 유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흰유과바탕, 비트유과바탕, 쑥유과바탕 등 알록달록한 유과바탕이 있고, 이를 튀겨내 일반 유과, 코코넛 유과 등 다양한 유과로 만들어낸다.

두레식품 관계자는 “유과 색깔이 예쁘게 나온다. 사진 찍기 좋고, K-디저트로 손색이 없어 오마카세 등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디저트로 사용된다”면서 “요즘 MZ세대 사이에선 한과 카페가 유행이다. 옛날엔 가족끼리 둘러 앉아 먹는 것에 익숙했는데, 젊은층이 적극적으로 나서 유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엔비즈와 성찬식품은 각각 찰보리떡과 누룽지 크기를 축소해 MZ세대를 사로잡았다. 케이엔비즈는 펜케이크를 밀가루 대신 찰보리로 만들어 초·중·고등학교에 디저트로 납품하고 있다. 본래 찰보리떡은 다른 디저트와 달리 퍽퍽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는데, 크기를 줄여 학생들이 부담 없이 먹도록 만들었다. 성찬식품의 누룽지도 다양한 맛을 첨가하고 간식으로 하나씩 집어 먹을 수 있게 했다.

어이딸부각 상차림 [사진=김준철 기자]
어이딸부각 상차림 [사진=김준철 기자]

또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인다. 이들은 윤리적 소비를 하는 경제 주체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 및 신념에 맞는 소비를 지향하며 개인 소비가 가져올 파급력을 고려한다. 최근 MZ세대 중심으로 라이프 스타일과 동물권, 환경 보호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고, 비건 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이딸부각 김부각은 100% 수제로 만든 순식물성 김부각 제품으로 비건 인증을 받았다. 본래 생산 공장 설립 이전 가내 수공업으로 김부각을 소량 생산·판매했을 때 사찰 음식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육수로 만들기 때문에 스님들이 먹을 수 없다는 문제에 직면했고, 어이딸부각은 채수를 사용하는 등 조리법을 바꿔 김부각을 비건 간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실제로 먹어보니 일반 김부각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고, 관람객들도 다양한 맛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용궁식품 붕어빵과 국화빵도 비건 간식으로 유명하다. 동물성 지방이 들어가지 않아 쫀득한 맛이 덜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있었으나 길거리 붕어빵, 국화빵과 큰 차이가 없다는 업계 전언이다. 실제 맘카페 등에선 비건 붕어빵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행사에서도 비건식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부스 관계자에게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MZ세대 사이에선 두 개 이상의 음식, 브랜드 간 조합을 이룬 ‘꿀 케미’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SNS에 ‘편의점 꿀 조합’ 등을 검색하면 여러 레시피가 나온다. 라면과 라면을 섞어 먹고,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활용해 새로운 맛을 낸다. 디저트도 마찬가지다. 빵에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거나, 초콜릿을 녹여 과자와 함께 먹는 건 일상적인 일이 됐다.

용궁식품의 국화빵은 추억의 쫄깃한 국화빵 맛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과일, 떡볶이, 큐브 치즈, 초콜릿 등 다양한 먹거리와 궁합이 좋다는 평이다. 색다른 조합과 시도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다양한 레시피로 활용 가능하다. 초코사이버의 모나카도 앙금에 아이스크림을 더해 MZ세대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봉동생강의 편강이나 생강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면역력과 건강을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게 주목받았다. 봉동생강 관계자는 생강은 매운 맛이 강해 호불호가 많이 갈렸으나, 매운맛을 덜어 접근성을 늘렸다고 전했다. 특히 커피나 감귤, 레몬차 등에 생강을 섞어 생강 특유의 향을 줄이는 레시피가 유행 중이다.

봉동생강 진하게 짜낸 생강 [사진=김준철 기자]
봉동생강 진하게 짜낸 생강 [사진=김준철 기자]

이밖에도 음료 간식 업체들도 할매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모양새다. 오미자를 활용한 음료를 만든 문경오미자밸리, 도라지, 배, 사과 등 즙 음료를 주력으로 하는 넉넉한 사람들도 할매 간식과 어울리는 할매 음료를 선보였다.

할매 간식이 최근 먹거리 시장을 주도하면서 관련 시장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반전의 맛과 독특한 감성, 스토리텔링 등으로 민지들에게 다가간 할매 간식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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