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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 여성임원 7%, 그 배경과 전망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06.0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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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국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여성임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자세히 따져보면 여성 사내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와 미등기 임원에서만 그 비율이 증가했다. 이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단지 성별과 관계없는 능력에 따른 선임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자리를 보전하는 노력을 통해 여성임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49개 기업의 여성임원 현황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기업들의 여성임원은 총 99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원 1만4천718명과 비교하면 여성임원은 6.8%를 차지하는 셈이다.

국내 매출 상위권 기업들의 여성임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사외이사와 미등기 임원을 제외하고 사내이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매출 상위권 기업들의 여성임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사외이사와 미등기 임원을 제외하고 사내이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동기 여성임원의 비중과 비교하면 증가한 수치였으나, 이번 경우에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전체 임원 대비 여성임원의 비중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매년 1분기 보고서 기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여성임원의 비중 변화는 2019년 3.9%, 2020년 4.8%, 2021년 5.7%, 2022년 6.3%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여성임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본시장법은 지난해 8월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이사회는 특정 성(性)의 이사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이사회에 여성의 존재 유무가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다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여성임원 등용에는 견고한 '유리천장'이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내이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증가율에서도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인 기업들의 전체 사내이사 중 여성 사내이사 수는 지난해 1분기 28명에서 올해 1분기 30명으로 늘어났지만, 비율은 동일한 2.3%에서 머물렀다. 반면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해 1분기 193명에서 올해 1분기 212명으로 9.8%가 증가했고, 미등기 임원은 지난해 1분기 691명에서 올해 1분기 755명으로 9.3% 증가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이승현 연구위원은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기업 경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을 지닌 것은 사내이사지 사외이사가 아니다"라며 "여성임원이 늘어났어도 사외이사는 기업을 책임지고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늘어났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여성임원 선임이 결국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등기 임원 중 여성 비중이 가장 큰 크래프톤은 7명의 중 과반수인 4명이 여성이었으나 모두 사외이사였다. 카카오는 6명 중 3명이 여성이었으나 역시 여성 사내이사는 없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최연혜 사장을 제외하고 등기 임원 중 여성 모두가 사외이사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묻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원으로 선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라는 기준이 우선이고, 그렇게 선임하고 보니 여성이었던 것"이라며 사내이사, 사외이사의 구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여성 사내이사가 있는 기업은 어떨까. 식음료업계 중에서도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CJ제일제당은 2021년부터 김소영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함께 해오고 있다. 답변은 비슷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별이라는 이유를 두는 것이 더 차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능력과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경영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여성 사내이사가 적은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는 한 명이라도 있지 않느냐"라며 "성과를 많이 낸 충분히 검증된 인재로서 선임한 것"이라고 김 부사장의 선임 이유를 밝혔다.

성별이 중요한 점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 기업의 주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사내이사로 선임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연구위원은 "이사로 등재시키려면 적어도 그 후보군에 3~5배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 범위에 드는 높은 직급에 여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도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싶지만 그럴 사람(여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사라는 직위로 올라서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그 1~2%의 후보군에 들어야 하는데, 여성은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긴 시간을 가정의 희생 없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도 능력 있는 여성들을 채용해놓고도 5년, 10년 후면 이들이 떠나고 나면 또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손해일 수밖에 없다"며 "여성이 출산과 육아라는 개인적 삶의 과업을 달성하고서도 기업으로 돌아와 이전처럼 일할 수 있다는 서로 간의 신뢰와 이해만 있다면 결과적으로 고위직의 여성을 만나볼 수 있는 가능성이 이렇게 어렵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관계자도 "여성임원의 증가는 조직 내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포용성을 증가시켜 창의적인 기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며 "실력 있는 여성 임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고 자란 여성 청소년들에게도 이는 많은 귀감이 되며, 다음 세대로서도 경영자로 성장하는 동기부여와 영감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여성임원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책임지는 높은 위치에 여성이 자리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지닌다. 흔히 말하는 다양성의 확보 차원에서뿐만이 아니라, 기업 내 문화적, 사회적으로 여성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해지며 후세대는 자신의 미래 가능성도 꿈꿔볼 수 있게 된다. 여성임원이 실질적으로 늘어나도록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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