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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그러나?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6.05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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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고금리로 돈 빌린 분, 저금리로 갈아타세요!”

금융 소비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눈에 대출 금리를 비교하고, 짧은 시간 안에 ‘대출 환승’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금융권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는 금리 인하 효과를 누리고, 핀테크업계는 플랫폼 영향력을 높이는 이익을 기대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용하기 불편한 지점이 있을뿐더러, 금융권에선 효용 체감과 머니 무브 문제까지 겹치며 장기적인 흥행은 미지수라는 반응도 함께 나오고 있다.

대환대출은 고금리 채무를 저금리 대출로 새로 받아 고금리 채무를 정리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이미 갖고 있는 대출을 갚기 위한 대출인 셈이다. 특히 현재 대출 상품보다 저금리 대출이 가능할 때, 금리 변동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높거나 타 은행의 금리나 상환 조건이 유리할 경우 활용되는 경우가 잦다.

■ 클릭 몇 번에 끝! 금리 경쟁 확산 기대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과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과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사진=연합뉴스]

본래 대환대출을 하기 위해선 일련의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소비자가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융사 영업점 두 곳을 방문해 최소 2영업일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부터 정부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가동되며 이러한 과정이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15분 만에 앱 설치부터 대환대출 계약까지 가능해 대출 환승이 더욱 더 편리해졌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선 대출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 대출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조회 결과를 보여준다. 기존 대출이 여러 개라면 대출 이동이 가능한 상품을 구분해 알려준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는지, 우대 금리와 중도 상환 수수료는 어느 정도인지 금융 소비자가 대출 이동 효과를 한 눈에 파악 가능하다.

금융당국에선 인프라가 활성화되면 금융사 간 대출 금리 경쟁이 확산되고, 이것이 금융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출시 당일 금융위원회가 이용 현황을 중간 점검한 결과 7시간 만에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금융사 간 총 1819건, 약 474억원의 대출 자산이 이동했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인프라 및 서비스 안정화와 금융사 입점 등이 확대되면 이용 규모는 연간 10~11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 전망이다.

뺏고 뺏기는 온라인 대환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사 간 경쟁이 초반부터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 소비자의 직접적인 대출 이동 외에도 인프라 가동에 따른 주요 은행의 금리 인하 사례들도 잇따랐다. 한 시중은행은 자사 앱을 통한 대환대출 신청 시 0.3%포인트 우대를 제공했고, 다른 은행도 플랫폼을 통한 대환대출 상품 금리 범위를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사례 등이 나왔다.

■ 계속된 오류, 효율도 글쎄?

하지만 시행 초기인 탓에 플랫폼 오류가 발생하며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은행권과 핀테크 사이 눈치 싸움, 실효성 문제 등이 산적해 있어 장기적인 흥행은 아직 장담하지 못한다는 업계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이 의도한 바와 달리 한눈에 금리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플랫폼마다 제휴된 금융사가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이 제휴를 맺은 플랫폼은 B뿐이라고 한다면 나머지 플랫폼에선 A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불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편리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실제 금융사들이 자체 앱에서만 조회가 가능하도록 한 대출 상품이 다수인데다, 인터넷 전문 은행 대출 상품은 각 사 앱을 통해서만 확인 가능하다.

플랫폼 제휴에서 시작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금융 소비자가 대환대출 조회를 시도했더니 오히려 고금리를 추천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중은행의 대환대출 플랫폼 입점이 미뤄져 소비자 선택지가 제한적인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대출을 중개하는 플랫폼 입장에서 제휴한 금융사 수가 제한적인 만큼 고객이 환승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을 추천해주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과도한 개인 정보 요구도 소비자 반감을 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가져오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동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플랫폼이 대출 비교엔 불필요한 결제 내역이나 입·출금 정보까지 요구한 것이다.

일각에선 기존 금융권으로선 달갑잖은 제도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예대금리차 공시 등을 도입하며 이자 장사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품을 간편하게 바꾸게 됨에 따라 금리를 두고 또 다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른 바 대출 금리의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만큼 다른 금융사에 소비자를 뺏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가뜩이나 금융업계에서 핀테크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자칫하면 대출 상품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정보의 힘을 핀테크 업체에 고스란히 넘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융위가 기대하는 경쟁 촉진과 금리 하락 효과도 얼마나 클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일단 시범 운영 기간엔 금융사별 대출 한도를 정해놨기에 기대만큼 효과가 날 유인이 적다. 은행은 신규 신용 대출 취급액의 10% 또는 최대 4000억원,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는 3000억원과 500억원으로 제한된다.

금융사 쏠림 현상과 대환대출 대상 제한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개시 첫날인 지난달 31일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현황을 보면 은행 간 대출 이동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금융 소비자 수요가 은행에 쏠려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하지만 2금융권은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모양새다. 2금융권의 경우 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을뿐더러 대출 종류도 제한적이라 비교적 경쟁력이 떨어진다. 고객들은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금리를 비교해 보고 시중은행으로 갈아타지 않을 이유가 없다. 2금융권 입장에선 신규 고객 유입 노력보단 대출자들이 1금융권으로 이탈하는 것이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아울러 대환대출 대상은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로 한정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 대출, 신용 대출 중에서도 정책 보증이 들어간 상품은 이번 서비스에서 빠진 이유다. 특히 주담대는 금융결제원 시스템을 통해 전산화가 가능한 대출금 상환 외에도 등기 이전이 필요해 금융사 간 모든 절차를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것엔 어려움이 있다.

■ 금융권 반응과 보완점

그렇다면 금융권의 실제 반응은 어떨까. 기존 은행권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은행끼리 금리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건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부터 자주 언급된 내용”이라며 “출범 당시 핀테크 플랫폼에 대환대출 플랫폼을 심자는 게 골자였다. 당연히 정보가 한 쪽으로 넘어가니 시중은행이나 금융사들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테크 업체는 금리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업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도입한 취지가 소비자 이자 부담을 절감해 주기 위해서다. 갈아타기를 쉽게 하기 위해선 경쟁이 가능한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금융사 입장에선 출혈 경쟁을 해야 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금융사로 고객들이 이동하는 효과도 있다. 비용이 발생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선 비대면으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니 비교 서비스 유무와 관계없이 좋은 인프라를 구축한 셈이다. 당국에서도 시스템을 보완하면 더욱 더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대환대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오히려 2금융권에서 경쟁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군 자체가 다르다.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등 2금융권 내에서도 금리 경쟁력을 가진 곳이라면 충분히 대환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1금융권 이탈보다 2금융권에서 경쟁 심화가 우려되며, 공격적인 자산 확대보단 리스크 관리 아래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환대출 서비스 상황별 이용 방법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대환대출 서비스 상황별 이용 방법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은 장기 흥행을 위해 인프라 손질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서비스 시행 초기 발견된 문제는 대부분 해소됐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자 대출 비교 플랫폼에 입점한 금융사가 소비자의 대출 조건 조회 결과를 전송하는 데 지연되거나 오류가 발생했다며, 시스템 안정화와 금융사 추가 입점에 따라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는 대출 조건의 범위가 늘어나면 오류 사례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도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는 플랫폼 앱 특성상, 상품 검색량이 폭증하면 전체 대출 상품이 조회될 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주요 시중은행 전산 시스템이 현재는 대부분 안정화됐고, 이러한 사례가 감소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담대도 온라인으로 상품을 비교하고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인프라를 우선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주담대를 대상으로 한 대환대출은 오는 12월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대환대출의 경험과 인프라가 쌓이는 만큼 주택담보대출에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할지 지속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가 개시 이후 대박 실적을 거두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 및 금융사 불균형 등 지적 사항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소비자와 금융업계는 빠른 인프라 손질로 불편을 줄이고 실효성은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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