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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외금융자산·부채 동반 감소에도 대외지급능력 확대추세 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6.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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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과 부채가 동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 부진과 달러화를 제외한 각국 통화 약세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대외투자가 사상 첫 감소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도 역대 두 번째 큰 낙폭으로 위축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2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준비자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1조7456억달러로 1년 전보다 162억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과 부채는 동반 감소했가가 올 1분기 동반 증가로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과 부채는 동반 감소했다가 올 1분기 동반 증가로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대외금융자산은 우리 국민이 외국의 금융 상품을 사거나 기업이 해외에 직접 투자한 금액 등을 아우르는 거주자 대외투자다. 통계 잔액에서 외환보유액을 의미하는 준비자산(4232억달러)은 제외됐는데, 이는 준비자산 운용 내역을 국제투자대조표에서 공개하지 않는 국제관례에 따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렇게 준비자산을 제외한 잔액은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다. 다만 준비자산을 포함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577억달러) 이후 역대 두 번째 감소 전환이 된다.

이같은 감소는 글로벌 주가 하락, ‘킹달러’로 대변되는 주요국 통화 가치 하락 등의 비거래요인으로 증권투자 등이 줄어든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코스피(-24.9%)는 물론 미국 나스닥(-33.1%), 유럽연합(EU) 스톡스50(-11.7%), 일본 닛케이225(-9.4%) 등 주요국 주가가 급락했다. 미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도 한국(-6.5%), EU(-5.8%), 중국(-7.9%), 일본(-12.2%) 등에서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 대한 투자 잔액이 6833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39.1%)을 차지한 가운데 동남아 2448억달러(14%), EU 2306억달러(13.2%), 중국 1518억달러(8.7%), 일본 487억달러(2.8%)로 집계됐다.

투자형태별로 직접투자는 미국(1745억달러, 비중 27.0%), 동남아(1442억달러, 22.3%) 순으로, 증권투자는 미국(4230억달러, 57.2%)에 이어 EU(1072억달러, 14.5%)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 투자 규모는 2020년 273억달러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전년 말과 견줘보면 직접투자를 중심으로 동남아에 대한 투자잔액만 199억달러 증가한 반면 중국(-146억달러), EU(-126억달러), 일본(-47억 달러), 중동(-29억달러), 미국(-19억달러), 중남미(-18억달러) 등 다른 모든 지역에 대한 투자잔액은 감소했다. 동남아 투자잔액 증가는 싱가포르·홍콩 등지에서 대체투자가 늘어나고 기업 인수가 활발해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 투자잔액의 경우 주가 하락, 통화가치 하락 변수에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감소 영향이 맞물리면서 통계 편제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코스피가 2021년 3.6% 상승했다가 지난해 두 자릿수로 하락 전환한 국내 증시의 부진,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 등의 비거래요인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뜻하는 대외금융부채 잔액의 역대급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외금융부채 잔액은 지난해 말 1조3974억달러로 1년 새 1423억달러 줄었는데,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2008년(-1763억달러)에 이어 낙폭이 두 번째로 컸다.

대외금융자산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대외금융자산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지역별로는 미국이 635억달러 줄어든 3245억달러(23.2%)로 가장 많았고, 동남아는 213억달러 떨어진 3132억달러(22.4%), EU는 256억달러 빠진 2214억달러(16.3%)로 나타났다. 중국(-27억달러), 일본(-24억달러) 등 모든 지역에서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대외금융자산과 부채가 1분기 만에 동반 증가로 돌아섰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증권투자 활력이 살아나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등 비거래요인의 반등으로 우리나라의 대외지급 능력도 개선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2004억달러로 전분기 말(2022년 말 2조1687억달러) 대비 317억달러 늘었다. 1분기 준비자산(4261억원)을 제외한 기준으로는 1조7743억달러로 역시 증가했다. 대외금융부채 잔액도 1조4274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 말 대비 300억달러 늘어났다.

1분기 중 해외 증시에서 미국(16.8%), EU(13.7%), 일본(7.5%) 등의 주요 주가가 상승하면서 해외를 향한 증권투자가 367억달러가 늘었다. 대외금융자산 증가에 지분투자 확대 등의 거래요인이 164억달러, 주가 상승, 환율 변동 등 비거래요인은 153억달러로 영향을 미쳤다. 대외금융부채에서는 지분투자를 중심으로 직접투자는 19억달러 줄었지만, 국내 주가 상승 등으로 증권투자가 374억달러 늘어나면서 증가 전환했다.

대외금융부채보다 대외금융자산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대외지급 능력을 반영하는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1분기 말 7730억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17억달러 늘어났다. 지난해 1조6643억달러를 기록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6%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커졌다. 외환위기같은 리스크 상승 국면에서 이 대외금융자산을 내다 팔면 그만큼 달러를 확보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의 ‘외화방패’가 단단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금융자산과 부채 증감 추이 [자료=국제금융센터 제공]
대외금융자산과 부채 증감 추이 [자료=국제금융센터 제공]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국제투자대조표 기준 순대외금융자산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말 세계 9위로 전년 대비 한 계단 올라섰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1분기 순대외포지션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주된 외화공급 경로인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그간 축적한 대외자산에서 나오는 투자소득 및 순저축에 기반해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분기 무역수지가 97억달러 적자였지만 본원소득수지가 133억달러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면서 외화 유출분을 보전해 대외금융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1,2,4월 적자를 기록한 경상수지를 해외 금융자산이 벌어들이는 배당과 이자 소득인 본원소득수지가 지탱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수지, 서비스수지의 연간 적자를 예상하면서 올해 전체 경상수지 전망치를 240억달러 흑자로 내다보는 것도 본원소득수지를 330억달러 흑자로 설정했기에 가능했다. 올해 들어 세제 개편으로 해외 자회사의 수익배당에 대한 비과세 혜택으로 국내 유입이 활성화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808억달러)부터 순대외자산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본원소득수지가 전년 대비 229억달러 늘어난 지난해 순대외금융자산은 861억달러 불어났다. 한은 전망대로 본원소득수지가 올 연말 330억달러로 늘어날 경우 그만큼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이같은 선순환 추세라면 지난해 순대외자산국 랭킹에서 7,8위인 싱가포르(8221억달러)·스위스(7789억달러)를 넘어 6위 진입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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