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7.07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5대 은행 과점 깰 ‘메기’ vs 아직 덜 자란 ‘피라미’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 사실이 퍼지자 금융권 안팎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켠에선 금융 시장에서 메기로 자리 잡으며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켠에선 파급력을 미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제공]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제공]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금융사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고, 인터넷 전문 은행이나 지방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도 추진하는 등 은행 산업을 ‘경합 시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단기간 내 실효적이고 안정적인 경쟁 촉진을 유발하기 위해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키로 한 것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첫 전환 사례론 대구은행이 유력해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전국적 지점망을 가진 시중 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황병우 대구은행장도 6일 제1본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환 추진의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까진 현재로선 큰 걸림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은행법에 따라 시중은행은 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지방은행 25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금산분리 때문에 비금융주력자(산업 자본) 지분 보유 한도를 4% 제한하고 있다. 대구은행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6806억원이고, DG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 비금융주력자 지분 보유 한도 또한 삼성생명 지분율 3.35%로 조건에 적합하다.

시중은행 전환에 탄탄대로가 펼쳐지자 대구은행은 시장의 새 플레이어로서 고객 확보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게 되면 영업 범위가 넓어지므로 지역 경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과 같은 신용 등급이라고 해도 지방은행은 은행채 발행 금리가 높아 자금 조달 비용이 많이 드는데, 시중은행이 되면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즉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불리 요소를 해소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국에서 창출한 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해 지역 상생을 꾀할 수 있다. 대구은행은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전국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상생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에 효율적인 금융 지원이 가능해 국가 균형 발전 및 지방시대 실현에 기여까지 기대해 볼 만하다. 황병우 은행장도 간담회에서 “본점은 그대로 대구에 두겠다”고 밝히며 은행과 지역, 금융 소비자를 위한 세 가지 상생 방안을 내놨는데, 그 중 하나가 지역 상생이다.

더불어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과점 깨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은행업은 정부에서 인가 방향을 발표한 뒤 신규 인가를 해주는 정책으로 인해 일종의 과점적 시장이라는 점이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연초 은행권의 이자 장사와 성과급 잔치를 강력하게 비판했고, 금융당국에서도 꾸준히 과점을 깨려는 논의를 지속해 왔다.

이런 가운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메기’ 역할을 해준다면 시중은행 간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3일 브리핑에서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대구은행의 한계는 분명하다며 시중은행 전환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상존한다.

금융권에서 가장 걱정하는 포인트는 단연 체급 차다. 수 조원대 자본금을 가진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과 비교했을 때 체급이 작아 당장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지난 1분기 기준 대구은행 총자산은 67조원 규모로, △국민은행 493조원 △하나은행 471조원 △신한은행 445조원 △우리은행 420조원 △농협은행 383조원과 격차가 크다. 국민은행에 견주면 7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기존 시중은행 중 최소인 SC제일은행보다도 적다.

지방은행이 부재한 강원·충청권 지역을 공략하며 대구은행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논리에도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충청권은 이미 옛 충청은행을 하나은행이 흡수했고,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옛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은행이 고스란히 승계한 상황이다. 강원권은 산업 기반이 취약해 진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역시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금리 및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도입됐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대구은행도 실패한 메기가 될 수 있다는 혹독한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 전문은행 3사 은행권 예금과 대출 점유율은 각각 2.6%와 2.0%에 그쳤다.

일각에선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지방은행으로서 경쟁력마저 잃을 것을 걱정한다. 보통 은행은 이자 이익을 내기 위해 대출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결국 수신 금리를 높여 다른 은행에 예치된 자금을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지방은행 예·적금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리만 계속 높이면 비용 증가가 부담되고, 대출 금리 추가 인상에 영향을 줘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지방은행의 감소도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며 기존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황 은행장이 지역 상생을 강조하긴 했지만 이달부터 전세 대출 증가액 60%를 중소기업에 대출하도록 한 의무 비율이 50%로 하향 조정된 데다, 수도권 영업에 집중할 경우 지역 중소기업이 돈을 빌리기란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DGB대구은행 제공]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DGB대구은행 제공]

하지만 대구은행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춘다면 전국 무대에서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황 은행장도 “대구은행은 1967년 출범 후 지방은행으로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체급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시중은행 전환 후 브랜드 효과와 조달 금리 측면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타 시중은행과 경쟁할 만한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도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수도권에서 비대면 채널이나 리테일 점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금융 소비자에게 낮은 금리라는 혜택이 돌아간 적이 있다”며 “본격적으로 전국구 진출이 가능해지면 어떻게 영업하느냐에 따라 경쟁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 상생 부분에서도 “대구은행 뿌리는 대구다. 대구에 대한 영향력, 대구 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비중을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며 “염려하는 부분이 있지만 대구은행이 체급이 커지면 지역 금융 소비자들에게 낮은 금리 등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이 인가를 받으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시중은행이 탄생한다. 금융당국과 대구은행 기대대로 은행권의 메기로 자리할지, 지방은행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시선이 쏠린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