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60살에도 짱짱한 박카스의 비결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3.07.14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천옥현 기자] 인간의 생이 그렇듯 제품에도 수명이 있다. 제품 수명주기 이론은 제픔이 개발된 후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시장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나타낸다. 기업들은 이 제픔 수명주기를 고려해 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하지만 이 수명주기를 건너뛰고 ‘장수’하는 제품이 있다. 올해 8월 60주년을 맞는 박카스가 그러하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의 1분기 박카스 매출액은 537억원으로 전년대비 16.6% 증가했다. 연도별로 봐도 2020년 2225억원을 기록했던 박카스 매출은 2021년 2287억, 지난해 2497억원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출시된 지 6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꺾이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박카스가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61년이다. 지금과 다르게 알약 형태였던 박카스 정은 당시 알약 제조 기술의 부족으로 녹아내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동아제약은 어떻게 해야 약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드링크 형태의 박카스를 만든다. 1963년 8월, 60년 전의 일이다.

60년 전 박카스와 지금의 박카스 [사진=동아제약 제공]
60년 전 박카스와 지금의 박카스 [사진=동아제약 제공]

박카스는 당시로선 굉장히 파격적인 이름이었다. 회사명이나 원료명을 이용해 제품명을 정하던 시대였다. 박카스는 로마신화 술과 추수의 신 ‘바커스’에서 유래됐다.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이 간장을 보호하는 이미지를 찾던 중 독일 유학 시절에 본 함부르크 시청 지하홀 입구에 있던 로마신화의 신을 떠올리며 만들어졌다.

박카스는 출시 1년만에 670만병을 판매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3M 전략 덕분이었다. 3M이란 대량생산(Mass Production)과 대량광고(Mass Communication), 대량판매(Mass Sale)의 앞 글자를 딴 전략이다. 당시 의약품 광고는 의사와 약사를 타깃으로 한정적으로 진행됐지만 동아제약은 그 범위를 넓혔다. TV와 라디오 등 매체를 총동원했다.

동아제약은 이와 함께 유통방식도 바꿨다. 제약사에서 도매상을 거쳐 소매약국으로 가는 전통적인 경로에서 약국과 직거래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전국 팔도의 영업사원들이 약국의 문을 두드리며 박카스를 판매했다.

그 결과 박카스 판매량은 1965년 980만병에서 이듬해 3000만병, 1968년에는 7006만병까지 늘었다. 그야말로 전 국민의 피로회복제가 된 것이다.
 

◆ 믿고 보는 박카스 광고

박카스가 60년 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데에는 광고 역할도 컸다. 동아제약은 박카스 광고를 단순한 상품 노출이 아닌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하고, 공익 메시지를 담아내는 장치로 사용했다.

1960년대는 주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광고를 제작했다. 첫 광고인 ’경찰과 도둑‘부터 시작해 ’샐러리맨 시리즈‘, ‘토끼의 간’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녹여냈다. 일례로 ‘토끼의 간’은 거북이가 토끼의 간 대신 박카스를 용왕의 병을 위해 가져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70년대는 △농구 △럭비 △수상스키 △ 체조 등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광고를 전개했고, 1990년대는 택시기사 등 산업 종사자들이 박카스로 피로를 푸는 모습을 다뤘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카스는 중년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1998년 ‘지킬 것은 지킨다’는 카피를 내세우며 젊은 세대로 저변을 넓혔다.

2012년부터는 ‘풀려라 5천만! 풀려라 피로’를 메인 카피로 삼아 청춘들,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며 힘을 내는 이 시대의 엄마, 아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기획했다. 2020년에는 개인의 영역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의 힘과 용기를 바라는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 결과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광고주협회가 주최하는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에서 8년 연속 수상했다.

“기억하나요. 가진 건 사람밖에 없던 나라, 견디기 힘든 그 시간을 이겨낸 사람들. 각자의 자리를 지켜준 당신의 60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늘 함께하겠습니다.”

2개월 전 박카스가 전개한 광고에는 지난 60년간 경제활동에 이바지한 ‘우리’들의 노고가 담겨있다. 동아제약 채널에 올라온 30초짜리 광고영상은 1000만 조회수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60년대 박카스 광고 '토끼와 거북이' 편. 거북이가 용왕에게 토끼간 대신 박카스를 가져가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갈무리]
60년대 박카스 광고 '토끼와 거북이' 편. 거북이가 용왕에게 토끼간 대신 박카스를 가져가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갈무리]

◆ 해외에서도 잘나가는 박카스

박카스가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건 아니다.

박카스 국내 유통은 동아제약에서, 해외 판매는 계열사인 동아에스티에서 맡고 있다. 동아에스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박카스 매출액은 약 940억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정상화됨에 따라 박카스 매출이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주로 동남아시아지역에서 많이 판매되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나라는 캄보디아다. 박카스를 처음 수출할 때 현지에서 건설 경기 붐이 불면서 근로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거기에 ‘정력강화제’라고 소문이 더해지면서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는 후문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캄보디아에 진출했을 때부터 차량 광고, 유명인을 기용한 지상파 광고, 샘플링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게 효과적이었다”며 “2013년 100억 안 되던 캄보디아 수출액이 10년 만에 대폭 성장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는 박카스가 에너지 드링크 중 1위”라고 말했다.

수출용 박카스는 캔으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처음에는 한국과 같은 유리병 스타일로 판매됐지만 파손되기 쉬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알루미늄 캔으로 만들어져 수출하기 시작했다. 국내처럼 의약외품이 아닌 ‘에너지드링크’로 분류된다는 점도 내수용 박카스와의 차이점이다. 수출하는 국가의 선호도에 따라 조금씩 현지화해 판매하기도 한다.

동아제약 당진공장 [사진출처=동아쏘시오홀딩스 유튜브 채널]
동아제약 당진공장 [사진출처=동아쏘시오홀딩스 유튜브 채널]

◆ 제2의 박카스를 꿈꾸며

박카스는 동아제약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간판 제품이 됐다. 지난해 동아제약 매출액은 약 5430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박카스의 단일 매출액은 2545억원이다. 전체 비중의 45%를 넘게 차지한다.

동아제약에서 박카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해주는 수단이지만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성장세가 꺾이면 회사 매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동아제약은 박카스 매출을 키우면서도 비중은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 건강식품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약품 시장에만 한계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동아제약 화장품 브랜드 파티온은 ‘노스카나인’ 라인을 중심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노스카나인 트러블 세럼’은 출시 1년 만에 판매 30만개를 돌파했다. 최근 동아제약은 프랑스 향수 ‘레상스 데 노트’를 국내에 론칭하기도 했다.

주목할 제품은 비타민제 ‘오쏘몰 이뮨’이다. 독일 오쏘몰사에서 만든 오쏘몰 이뮨은 액상과 알약이 섞인 프리미엄 비타민으로 국내에서도 알음알음 소문이 났지만, 직구로만 접할 수 있었던 제품이다. 그걸 2020년 동아제약이 수입하면서 우리나라에 공식 유통됐다.

그 후 오쏘몰 이뮨은 젊은 층 사이에서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빠르게 소문났고, 덩달아 매출도 상승세를 탔다. 2020년 87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284억원, 지난해 655억원으로 성장했다. 1분기 매출은 2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나 급증했다. 이에 다른 제약사들도 비슷한 제형의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2013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동아제약은 박카스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왔다. 일반의약품 다변화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들을 통해 지난 1분기 박카스 매출 비중이 20%대까지 낮아졌고, 굉장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판매된 박카스의 누적 판매량은 277억병이다. 12cm짜리 박카스 병을 일렬로 눕히면 332만km로 지구 80바퀴를 돌고도 남을 정도다. 이처럼 굴지의 히트작을 만든 동아제약이 제2의 박카스를 발굴해 그간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