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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KDB생명 인수 눈앞... 남은 장애물은?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7.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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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 매각전에 참전하며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실익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몇 가지 변수와 우려점이 남아 있어 아직 계산기를 더 두드려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해 향방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그룹을 선정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 7일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인수 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파운틴헤드 프라이빗에쿼티(PE), WWG자산운용, 캑터스 PE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본입찰엔 참여하지 않은 걸로 파악된다.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전경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전경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면 생명 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과 합병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자산 6조326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22개 생명보험사 중 17위 수준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자산 17조1735억원 규모의 KDB생명을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병하게 된다면 단숨에 자산 순위 10위권 안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 및 보험업계에선 하나생명과 KDB생명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는 중이다. 하나생명은 은행 등 다른 금융 부문의 판매 채널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활성화돼 있고, 주로 저축성 보험 위주로 영업을 진행해 왔다. 반면 KDB생명은 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한 보장성 보험 비중이 크다. 실제 생명보험협회 월간 생명 보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4월 보험 종류별 보유 계약 기준 하나생명 저축성 보험은 4조6786억원으로 보장성 보험 2조1694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KDB생명은 보장성 보험이 36조1912억원으로 저축성 보험 12조2388억원보다 약 3배 많다.

이밖에도 하나생명은 지난 1분기 투자 손익이 55억2900만원에 그쳤으나, KDB생명은 359억8300만원이나 올려 투자 운용 자산과 그에 따른 수익률까지 향상할 수 있다.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는 비은행 부문 강화 노림수의 일환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1분기 은행 당기순이익이 전체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쏠림 현상을 보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는 하나금융에 놓인 숙제나 다름이 없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비은행 사업 부문 인수합병(M&A) 및 그룹 내 계열사 사이 기업 금융 협업을 강화해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에 있어 큰 장애물과 변수라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어 업계 내에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KDB생명 매각이 지금 5수 째인 것만 봐도 그 동안 실타래가 잘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자본 구조에 관해 여러 조치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지만, 이전 매각 무산 배경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 살펴보면 핵심은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KDB생명은 자본 안정성 이슈에 매번 발목이 잡혔다. 만성 자본 부족에 시달린 것. 새 회계 기준(IFRS17)을 적용한 현재도 결손금이 1359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 기준 KDB생명 자기 자본은 5526억원으로 새 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지난해 말 6078억원보다 500억원 가량 줄었다. 그런데 연결기준 부채는 16조6209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심지어 IFRS17에 맞춰 새 지급 여력 제도(킥스)가 기존보다 더욱 더 엄격해져 자본 건전성 역시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단순 부채 규모도 큰데 후순위사채와 신종자본증권 의존도도 높아 하나금융은 채권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조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연스레 수익성 부분에서도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물론 산업은행이 인수자 부담을 덜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놓긴 했다. 지난 5월 KDB생명이 발행한 2150억원대 신종자본증권을 산업은행이 모두 인수했다. 이와 함께 KDB생명은 75% 비율로 무상 감자도 진행했다. 감자 차익으로 결손금을 보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심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며 답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하나금융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의문 부호를 완전히 떼 내지 못한 모습이다. 우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속해서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데다, 하나생명의 보장성 상품 보완은 어차피 IFRS17 도입으로 생보사들이 미래 수익성 지표를 개선하는데 영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일각에선 덩치만 커질 뿐, 영업 경쟁력은 높아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KDB생명 등록 설계사는 지난 3월 말 기준 836명에 불과하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로 편입된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의 전속 설계사가 각각 5000여명과 2000여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고 충성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같은 기간 신계약 건수는 1만3793건으로 전체 신계약 63만7245건의 2.1%에 불과하다. 이처럼 영업 경쟁력이 높지 않아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아울러 KDB생명 인수로 생보사 라이선스를 추가할 상황이 아닌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금융사는 당국 제지에 막혀 생보사와 손해보험사 중 한 가지 라이선스만 보유하는 ‘1사 1라이선스’ 규제를 따르고 있었는데,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규제 개선을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이미 하나금융은 더케이손해보험을 2020년 6월 인수해 하나손해보험으로 전환하고, 하나생명도 갖춰 라이선스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즉 하나금융 측에서 KDB생명의 생명보험 라이선스를 굳이 탐내 M&A를 진행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KDB생명 본사 전경 [사진=KDB생명 제공]
KDB생명 본사 전경 [사진=KDB생명 제공]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킥스 비율을 봤을 땐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나금융 쪽에서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물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등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가격도 낮은 편이 아니라 당장 매력적인 매물로 볼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작은 회사끼리 합병”이라며 “이번 M&A가 대형사나 중상위사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식 의견을 아직 밝힐 수 없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향후 하나금융은 상세 실사 등을 걸쳐 인수 여부를 수일 내로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변이 없는 이상 인수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M&A 시장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협상 결렬과 같은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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