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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부터 5만원까지, 버거 전쟁의 이면 속으로

  • Editor. 이수아 기자
  • 입력 2023.07.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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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수아 기자] 지난달 26일 '파이브가이즈 강남' 앞에 몇백m가 넘는 줄이 생겼다. 장맛비 뿌리는 흐린 하늘 아래 햄버거 한 입을 위해 모인 손님은 무려 600명. 오픈 첫날 1호 고객이 가게 앞에 줄을 선 시간은 전날 밤 11시였다. 자그마치 11시간을 기다려 입장하게 만드는 맛이란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오픈 첫 주, 파이브가이즈는 1만5000개의 햄버거를 판매했다. 하루 평균 2000개, 시간당 최대 200여개의 버거가 팔려나간 셈이었다. 심지어 중고거래 플랫폼에 파이브가이즈 햄버거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쉐이크 쉑 버거, 고든램지 버거, 파이브가이즈 등 외국 버거 프랜차이즈가 차례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파파이스가 재진입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통계에 의하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조9000억원, 2015년 2조3038억원, 2020년에는 2조9636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약 4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가 약 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26일 오픈한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픈한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사진=연합뉴스]

대기업까지 끼어들어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가 생각하는 버거는 편하게, 빨리먹고 싶을 때 선택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선택하기도 한다.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버거 브랜드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맛’이었다. 이어 2위가 접근성, 3위가 가격이다. 햄버거 시장 대부분이 배달, 포장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버거는 매장 이용이 많다는 특징도 있다. 소비자는 뛰어난 맛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비 경험을 체험해보기 위해 프리미엄 버거를 찾는다. 이에 맞춰 국내 햄버거 시장은 프리미엄과 가성비 둘로 나뉘어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전쟁에 나섰다.

프리미엄 햄버거의 대표주자로는 2021년 한국에 상륙한 영국 출신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고든램지 버거’가 있다. 대표 메뉴인 헬스 키친 버거 가격은 자그마치 3만1000원. 매장의 최고가 버거는 송로버섯 등 고급 재료가 들어간 ‘1996버거’로 무려 14만 원이다.

오픈 이전부터 고든램지 버거의 가격 논란은 뜨거웠다. 하지만 그 논란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오픈 첫날에만 2000여명의 손님이 몰렸다. 이후 고든 램지는 올해 3월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맛과 품질은 유지하고 가격을 낮춘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를 오픈했다. 고든램지 버거는 버거 이상의 파인다이닝 메뉴를 표방하는 고가 프리미엄 버거의 상징이 됐다.

화제가 된 한화갤러리아의 파이브가이즈 역시 프리미엄 버거 라인에 자리를 잡고 있다. 베이컨 치즈버거에 감자튀김과 쉐이크로 구성한 세트 메뉴의 가격은 3만2700원, 단품 1만7400원이다. 파이브가이즈의 메뉴는 햄버거 치즈버거, 베이컨 버거, 베이컨 치즈버거로 4종류뿐이지만 15가지 토핑으로 고객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땅콩기름으로 튀긴 프렌치프라이와 당일 배송받은 식재료만 사용하는 신선함, 미국 본토의 오리지널리티 재현을 무기로 내세웠다.

파이브가이즈 관계자는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 만큼, 무료 땅콩과 심플한 메뉴 라인업도 본토와 동일하게 유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SPC의 쉐이크 쉑은 파이브가이즈,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라고 불리는 프랜차이즈다. 쉐이크 쉑은 다른 프리미엄 버거에 비해 이른 시기인 2016년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고든램지 버거, 파이브가이즈보다 낮은 가격으로 대중성을 공략했다. 다른 프리미엄 햄버거와의 차이점은 현지화다. 많은 수제버거 매장이 미국의 맛을 재현하는 데 힘쓸 때, 쉐이크 쉑은 ‘고추장 치킨쉑’, ‘막걸리 쉐이크’ 등 전통 음식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반대로 싼 가격으로 가성비를 노리는 브랜드도 있다.

지난달 29일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에 이어서 당당버거를 출시했다.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 가격은 2개에 4990원, 얼추 개당 2500원이다. 함께 내놓은 ‘당당 후라이드 순살치킨’ 가격은 7990원이다. 당당치킨이 치킨값 3만원 시대에 6990원이라는 가격으로 시선을 끌었던 것처럼, 당당버거의 가격 역시 눈에 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의 협상력을 통해 원재료 단가를 낮추고, 양상추, 토마토 등의 부재료를 빼 원가를 절감했다.

수제버거 브랜드인 프랭크버거 역시 가성비가 주무기다. 프랭크버거의 베이컨치즈버거 단품가격은 6700원으로, 직접 패티를 굽는 미국식 수제버거임을 내세우면서도 가벼운 가격으로 치열한 버거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버거 각축전 속에 기존 빅5(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맘스터치, KFC)는 버거 패티처럼 가운데 끼어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년 5개월간 외식물가지수는 16.7% 올랐다. 햄버거 가격 인상률은 27.8%이었다. 이미 햄버거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이니만큼 고급화 전략에 나서기엔 소비자 반발이 크고, 그렇다고 가격을 내리는 것도 식자재 값, 인건비 인상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빅5는 매장 수를 바탕으로 한 접근성과 이색 버거로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 6일 맥도날드는 전라남도 진도 특산물을 활용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를 선보였다. 진도 대파 버거는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에서 내놓은 3번째 제품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1년 시작해 고품질의 국내산 식재료를 적극 활용해 신선한 메뉴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 농가에도 힘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대파와 버거라는 보기 힘든 조합으로 이뤄진 제품에 소비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진도 대파 버거는 출시 일주일 만에 50만개가 판매됐다.

국내 브랜드인 롯데리아는 꾸준히 한식을 결합한 제품으로 주목을 끌어왔다. 불고기버거, 라이스버거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롯데리아는 그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불고기버거에 오징어패티를 더한 ‘불고기 익스트림 오징어버거’를 새로 내놨다.

그 외 가성비 버거 시장에 한축을 차지하고 있는 노브랜드 버거는 18일, 페퍼로니 피자와 치킨버거를 합한 이색 메뉴인 '페퍼로니피자 치킨'을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 주 고객층인 젊은 층 사이에서 색다른 경험과 희소가치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프리미엄 버거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20대 남성은 “파이브가이즈 매장이 늘어나고 대기인원이 줄어들면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버거도 일종의 미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버거를 먹는 헤비 유저는 남성, 20~30대의 비중이 높았다. 그들은 메뉴 선택 시 신메뉴나 이전에 먹어본 적 없는 메뉴를 시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은 굳이 한국에서 파이브가이즈를 먹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맛보다는 내가 이런 음식을 이렇게 빨리 먹어봤다는 과시욕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리미엄 버거 열풍에 대해 “예전에는 없었던 시장이니만큼 새로운 체험이나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햄버거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자신에게 주는 보상으로 프리미엄 햄버거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러한 열풍이 계속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를 SNS에 게시하면서 열풍이 불었지만 프리미엄 버거 가격대는 일반적인 소비자에겐 합리적인 가격대는 아니다. 어느 정도 경험하고 나면 기존 프리미엄 시장처럼 수요가 안정적으로 접어들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햄버거를 한 끼 때우는 패스트푸드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햄버거의 맛 역시 중요한 요소지만, 새로운 햄버거 소비 경험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다.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수제버거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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